서이초 사건 2주기를 맞으며
서이초 사건 2주기를 맞으며
2년 전 오늘 서울 강남의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규 교사가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1학년 교실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고, 해당 학부모는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교사 혼자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여럿 있었고,
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교사는 그 힘든 상황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사법화되어가는 교실에서 어떻게든 버티던 교사들은 참담한 마음을 누르고 광장에 모였다.
그 결실로 소위 교권 5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살얼음판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는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작은 다툼이나 실수가 해결되지 못한 채 범죄처럼 다뤄지기 시작했다.
갈등이 교육적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공간을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사법의 언어가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 들어왔고 이제는 학교를 지배하고 있다.
사법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화성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갑질을 하고 폭언을 퍼부었던 학부모가 6급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도 사람 말려 죽이는 법 안다"라는 말에 맥이 풀렸다.
이미 공무원 사회도 사법화된 것이다.
악성 민원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는 물론 잘 알 것이다.
자기 자녀를 특별대우해주지 않았다고 막말하고 협박하는 그는 이제 예외적 인물이 아니다.
교사가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그는 최종적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했을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직무에서 배제되고 장시간 소송에 매달려야 한다.
실제로 교사에게는 갑작스레 전쟁터에 던져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다.
늘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사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총구가 겨눠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https://www.youtube.com/watch?v=reBFnddzB0s
대체 왜 이런 사회가 된 것일까?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기 때문에 단순명쾌한 해법은 없다.
교육의 시장화로 인해 소비자 정체성이 강해진 학생과 학부모는,
점점 더 미숙하고 무책임하며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지는 듯하다.
물론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다.
추세가 그렇다는 것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대다수의 교사가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교사를 존중하고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든 100명 중 한두 명은 아주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
극소수의 블랙 컨슈머는 최소한의 도덕적 선을 넘은 채 악성 민원을 쏟아내고,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을 통제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며 폭력적 언행을 일삼는 이들을 현재의 제도로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식이 진정한 대안은 될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무기는 사법적 대응 방식이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방식은 아직까지 무소불위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가 전염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미 학교는 폐허다.
폐허 위에서 안간힘들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절망한 젊은 교사들은 현장을 떠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학교 현장은 쉽게 바뀌기 어렵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이초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겨준 숙제가 크다.
어떻게 해야 교육을 시장화와 사법화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을 것인가.
추모와 애도의 마음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