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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의 저학년 통합교과 활동 (6) - 저학년 교과활동 본문

발도르프교육학

발도르프학교의 저학년 통합교과 활동 (6) - 저학년 교과활동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2. 10. 00:19

발도르프학교의 저학년 교과활동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1. 예술을 중심으로 한 통합적 교과활동

 

교육의 본질은 교과서나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따라서 모든 교과활동은 아동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발도르프학교에서는 주요교과 한 과목을 아침 주요수업시간에 4주간 연속해서 다루는데, 4주 즉 한 달의 리듬이 아이들에게 주요한 교과내용을 깊이 탐구하고 몰두하는 데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학년에서 주요교과는 형태그리기와 우리말글, 수와 셈 이렇게 3과목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과목이 늘어난다. 100분간의 주요수업 이후에는 30분 정도의 간식시간을 가진 뒤 외국어, 수공예, 음악 등의 교과수업이 이어진다. 모든 수업은 예술을 중심으로 하며, 교실공간과 시간표 역시 예술적 고려가 들어 있다. 발도르프학교의 수업원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을 인간과 결부시키라.

2) 전체에서 부분으로 나아가라.

3) 모든 것을 형상이 되게 하라.

4) 먼저 행하고 다음에 이해하라.

5) 모든 행위에는 리듬이 필요하다.

6) 세상은 아름답다.

 

1, 2학년의 발달특성에 따라 저학년 수업의 핵심에는 판타지가 있다.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논리적이고 개념적인 사고를 하기 어려우며, 더 많은 상상력과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수업에는 이야기와 그림, 노래, 율동, 연극적인 활동이 풍부하게 들어간다. 아이들은 형태그리기를 통해 글자와 숫자의 기초 및 나중에 기하학의 토대를 쌓는다. 우리말글을 배우면서 자음과 모음을 차근차근 익혀 나가고, 2학년이 되어서는 품사마다 색깔을 달리해 칠판에 판서된 글을 자기 공책에 옮겨 적는다. 수와 셈 시간에는 1에서 10까지의 숫자를 천천히 배우며 그저 기호로써만이 아니라 수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사칙연산은 전체가 어떻게 부분들로 이루어졌는지 또 실생활에서 연산이 얼마나 실용적이고 놀라운 작업인지를 깨닫게 한다.

 

주요수업의 진행은 한 편의 예술 공연과 같다. 교과서도 TV도 컴퓨터도 없는 교실에서 교사는 스스로 교재가 되어 아이들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먼저 수업시간이 가까워지면 커튼을 치고 교실을 어둑하게 한다. 아이들은 모두 복도로 나가거나 교실에 둥글게 서서 교사와 악수를 하며 아침인사를 새롭게 한다. 교실 한 가운데에 놓인 작은 탁자에는 초가 있으며, 다 함께 아침노래를 부르고 성냥으로 촛불을 켜면 조용히 아침시를 외운다. “아침시로 하루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교사가 말하면 모두 다음과 같은 아침시를 또박또박 낭송한다. 시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지은 것으로 저학년 시와 고학년 시가 약간 다르다.

 

 

해에서 나오는 사랑의 빛이

나에게 하루를 밝혀 줍니다.

내 혼에 들어 있는 영의 힘이

온몸에 힘을 전해 줍니다.

 

빛나는 해의 광채 속에서

, 하느님

당신을 우러러 봅니다.

당신이 나의 혼에

자비롭게 심어준 사람의 힘으로

나는 일할 수 있고

또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합니다.

 

당신에게서 빛과 힘이 나오고

당신에게로 사랑과 감사가 흘러갑니다.

 

 

다음으로 계절 노래를 한두 곡 함께 부르고 10분에서 20분 정도 리듬활동을 한다. 리듬활동이란 둥글게 선 상태에서 콩주머니를 돌리거나 손발을 구르고 윤무를 하는 등 손발을 깨우는 리듬적 움직임이다. 긴 시를 외우면서 할 수도 있고 구구단을 외우거나 수업과 관계된 노래 또는 챈트를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의자에 앉아 리코더를 분 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리듬활동 시간은 짧아지지만 교실 상황에 따라 시간을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수업은 보통 지난 수업을 돌아보며 시작하는데, 저학년의 주요교과에서는 교사가 만든 긴 이야기를 따라가며 진행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형태그리기는 용감한 재봉사와 등이 굽은 거인이야기, 우리말글은 콩이의 모험이야기, 수와 셈은 다람쥐 토리의 하루이야기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4주간의 주요수업이 하나 끝나면 다른 주요수업을 돌아가며 진행한다. 아이들은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서 다양한 활동을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교사는 칠판그림을 미리 그려놓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연극적인 활동으로 배워야 할 내용을 반복적으로 익히게 한다. 수업의 후반부에서 아이들은 스케치북과 비슷한 커다란 공책에 그림을 따라 그리고 판서를 옮겨 적는다. 이것은 자기만의 교과서가 된다. 수업이 끝나기 전 10분 정도 전에는 교실을 정리하고 옛이야기를 하나 듣는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통해 수업의 긴장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휴식시간을 맞이한다. 수업마침 인사를 한 뒤 3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나가서 놀거나 교실에서 놀면서 다음 수업을 준비한다. 수업마침 시는 다음과 같다.

 

 

이제 수업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다면

오늘 우리가 배운 것은 계속 남아서

지혜가 되고 사랑이 되고 힘이 될 것입니다.

 

 

2. 저학년의 교과내용

 

. 형태그리기

아이들이 직선과 곡선을 온 몸으로 표현해 보고 그려보는 시간이다. 이후에는 주로 크레용이나 연필을 사용해서 종이에 그리며, 아이들은 이 활동을 통해 집중된 노력과 동작에 대해 배우게 된다. 구체적인 사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형태의 선들을 통해 내적인 본질을 찾아가는 연습을 한다. 아이들은 이 동작 속에 있는 균형, 비율, 대칭, 통합의 특징을 느껴간다.

 

. 우리말글

흔히 말하는 국어시간으로 한글을 배우고 이야기를 듣는 내용이 수업의 주를 이룬다. 1학년 때에는 주로 놀이와 노래를 통해 한글의 자·모음을 배우게 되고, 2학년 때부터는 교사가 칠판에 적어둔 내용을 베끼거나 구술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교사는 아이들이 바르게 글씨를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이 필기하는 내용은 품사별로 다른 색의 필기구를 사용하여 적게 되는데, 이는 무의식적으로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단어들을 알아가는 연습이 된다.

 

. 수와 셈

1학년에서 아이들은 숫자의 전체성과 개별성을 경험한다. 숫자들은 원형적인 성질을 강조하여 소개된다. 하나는 통일, 둘은 이원성 등으로 아이들의 세상에 익숙한 그림을 사용하고 리듬 있게 숫자를 세어 나간다. 숫자로 쓰는 것은 10 또는 12까지 배운다. 2학년 때까지 구체물을 갖고 손으로 계산하는 것을 강조하는 데에서 점점 머리로 계산하는 것을 강조하는 쪽으로 옮겨간다. 사칙연산은 이야기를 통해 제시되고, 구구단은 다양한 활동과 함께 12단까지 제시된다.

 

. 외국어

한국에서는 주로 영어와 중국어를 배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글자를 배우지 않은 채 놀이와 노래, 교사와의 간단한 대화 속에서 외국어의 특성을 몸으로 익혀나간다. 아이들은 다른 언어를 통해서 사물을 바라보고 설명하는 방식, 세상에 접근하는 다른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세상에 대해 좀 더 보편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전제 중 하나이다.

 

. 그림그리기

습식수채화라고 불리며 머메이드지 같은 도화지를 물에 적셔 물감으로 그리는 그림이다. 파랑, 노랑, 빨강의 세 가지 색깔을 사용하여 색상의 내적인 언어에 귀를 기울인다. 객관적인 사물을 베끼거나 묘사하지 않고 색 그대로의 성질을 보며 색의 아름다움을 느껴간다.

 

. 음악

1, 2학년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내적 생명력이 성숙하지 않았거나 감정이입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오음계의 노래들을 부르고 연주한다. 2학년이 되면 곡의 종류가 늘어나고 학급에서 솔로 부분을 맡기도 한다. 리코더는 음악 시간에 가장 중요한 악기로 양손이 조화롭게 쓰여 공기의 흐름을 만들고 소리를 내는 데 적당한 호흡을 조절할 수 있게 한다.

 

. 오이리트미

오이리트미(Eurythmy)는 아름다운 리듬활동을 의미하는 동작예술로 말하는 소리와 음악의 소리가 공간에서 사지의 동작을 통해 보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이 예술은 민첩한 감각의 인식력과 육체적 움직임이 균형을 맞추도록 돕는 예술로써 발도르프학교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과목이기도 하다.

 

. 수공예

두 손의 조화를 이루고 손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뜨개질을 통해 아이들은 냄비받침, 주머니, 리코더집 등의 유용한 물건들을 만든다. 예술과 실용적인 요소가 결합된 손 기술의 습득은 이후에 실질적인 지성의 기초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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