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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계엄선포와 시국’에 대한 입장문 - 이재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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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계엄선포와 시국’에 대한 입장문 - 이재영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12. 10. 11:55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계엄선포와 시국에 대한 입장문

 

이재영 이사장

 

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4년 첫눈이 폭설로 내리고 그 눈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생길 만큼 이번 겨울은 매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폭설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빠트려버린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또 다른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2024123일 늦은 저녁 시간 대통령에 의해 전격적으로 발표된 비상계엄 선언은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두려움과 상처를 남겼고 지금도 그 충격과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로 다시는 한국에서 군인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력으로 짓밟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모두의 믿음을 일순간에 무너뜨린 시대착오적 권력자의 폭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의 취임식에서 헌법과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킬 것을 약속했던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그 무거운 책무를 저버린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이자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리를 자신과 한 줌의 세력들을 위해 오용하고 남용한 행동은 국민들뿐만 아니라 그 부당한 명령을 따라야만 했던 군인들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회복적정의협회는 한국 사회가 좀 더 균형 잡히고 사람을 향한 따뜻한 정의를 이뤄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복적 정의가 추구하는 가치를 한국 사회에 소개하고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따라서 회복적 정의가 강조하는 피해의 회복과 자발적인 책임, 그리고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을 정의 구현 과정과 방향성 안에 포함되도록 여러 분야에서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가질 수밖에 없고, 정부와 여당의 위헌적이고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6.25 전쟁과 제주 4.3 사건, 5.18 민주화운동 등 군사정권 아래 국민들이 겪었던 아픔과 트라우마를 되살아나게 하고, 작전에 동원된 군경들을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어버린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하루속히 자발적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더욱이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나 수사를 통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정부와 여당에서는 사회공동체가 합의로 만들어 온 헌법의 규정에 따라 탄핵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국민들이 입은 피해와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정치권이 정권 유지와 정치적 이불리(利不利)를 계산하고 있을 만큼 지금 한국 사회는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신속히 탄핵절차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또 한 번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모두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도 무겁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의 수습과 잘못에 대한 책임을 넘어 다시는 이와 같은 폭거와 불의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권만이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세밀하고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커다란 사회적 과제를 갖게 된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불의한 방법과 극단적 양극화 조장을 통해 정치적 실리만을 추구하는 비타협적 정치문화와 정치력의 부재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소수의 인맥과 학연으로 구성되는 폐쇄적 인사문화, 사회적 책무성과 역사의식이 결여된 기능적 엘리트 양성 중심의 교육제도, 공동체와 민주시민 의식을 약화시키는 이기주의와 개인화 현상, 대화를 통한 상생적 문제해결보다는 소송을 통한 승패 구조에 익숙하게 만드는 사회 모든 영역의 사법화 현상 등 한국 사회의 많은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를 함께 돌아보고 바꿔가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자각을 갖게 만드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를 몰아냄으로써 이룰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책임과 소신이 있는 정치인과 정치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정권쟁탈에만 몰두하여 철학과 가치가 아니라,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여 기회주의적 인물들이 득세하게 만드는 작금의 저급한 정치환경을 개혁하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라는 점을 이 고통의 과정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어떤 것도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때입니다.

 

8년 전 추위 속에서도 촛불을 밝히며 불의한 한 줌의 권력에 맞서 정의롭고 평화적으로 대안을 만들었던 우리 국민들의 헌신과 노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습니다. 역사는 잠시 더디 갈 수는 있지만 결코 후퇴하거나 거꾸로 갈 수는 없습니다. 역사와 문명은 반드시 진보한다는 것을 우리는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회복적 정의의 의미처럼 잘못을 바로잡고 굽어진 것을 바로 펴는 정의의 과정이 궁극적으로 상처와 파괴가 아닌 회복과 치유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 회복적정의협회와 회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2024년 겨울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 사회적 위기가 단지 위기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민주의식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새로운 공동체성을 회복시키는 기회로 전환되기를 소망합니다. 모쪼록 추운 겨울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져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희망의 새 봄을 같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갑자기 찾아온 역사의 변곡점에서 회원 여러분 모두의 평화와 안녕을 바랍니다!

 

 

20241210

사단법인 한국회복적정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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