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및 사회과학/비판적 실재론의 규범적 기초

비판적 실재론의 규범적 기초: Dave Elder-Vass와 Leigh Price에 대한 논평 (7)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3. 27. 10:07

4세계 이론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는 비판적 실재론, 그리고 도덕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자동적 차원에 대한 비판적 실재론의 탐구 역시 따를 수 있을까? 우리는 실재적이지만 현상적이거나 경험적이지 않은 이러한 관념(ideas)과 이상의 영역이 역사, 사회, 인격을 넘어 존재한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의심할 여지없이 어려운 질문이며, 내가 옳은 답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데이브 엘더-바스는 도덕적 실재론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그에게 가치는 정의상 문화적, 사회적, 인격적인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우연한 사회적, 인간적 산물이다. 객관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발견할 수 있고 우리의 지식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상적인 영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의 존재론적 지위포퍼와 함께 '현존 지성(intelligibilia)의 집합체'로 이해되고 인류의 보편적 도서관에 해당하는에 대한 마가렛 아처와의 교류(Archer & Elder-Vass, 2012)에서 그는 독립적인 관념 영역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에게 지성은 물질적 사물(, 영화, 문서 등)로만 존재하거나 개인의 뇌(의식)에만 존재한다. 집단 의식도, 객관적 정신도, 포퍼가 말하는 '세계 3'도 없다. 그는 인간 도서관에 존재하는 유일한 것은 '독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관념(포퍼의 세계 2)을 만들어내는 물리적 책(포퍼의 세계 1)'이라고 말한다.*

 

* (역주) 칼 포퍼는 진화론적이고 우주론적인 틀에 따라 세계를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한다. ‘세계 1’은 자연과학이 연구하는 물질적(material) 영역이다. ‘세계 2’는 심리적(mental) 영역이며, ‘세계 3’은 문화적(cultural) 영역으로 사고의 산물이다. 세계 3에는 과학 이론, 이야기, 신화, 예술 작품과 같은 추상적 대상이 포함된다. 세 가지 세계는 상호작용한다.

 

우리의 목적, 즉 이상적 가치의 영역을 드러내는 실재적(현상적이지 않은) 의사소통 공동체 안에서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을 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존재론적 최소주의는 효과가 없다. 그것은 문화 체계를 월드 와이드 웹(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가상의 바벨 도서관이 아니라)에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책과 관념으로 과도하게 제한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 속에, 아니 뇌 속에 관념을 끼워 넣는 일이다. 사회 비판의 규범적 기초를 위해서는 최소한 문화와 도덕성에 대한 집단주의적 입장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치 문제를 좀 더 해석학적 관점에서 재고한다면, 우리는 존재론적 제약을 쉽게 극복하고 개인주의로 후퇴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해석학은 이해의 방법 그 이상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사회에서 삶의 존재론적 조건이다(Gadamer, 1999). 세계는 항상 공유된 의미와 가치의 맥락을 배경으로 이미 미리 해석되고, 미리 이해되고, 미리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이 가능하다. 세계는 항상 이미 존재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우리에게 드러난다. 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의미와 가치의 세계는 우리를 통해 드러난다. 우리는 의미와 가치의 세계를 굴절시키는 프리즘과 같다. 행위자로서 우리는 세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와 가치는 이중적 의미로 우리보다 먼저 존재했다. 우리는 그것들을 물려받고 실현했지만, 그것들을 만들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것들을 생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들을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그것들이 우리를 발견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제 그 관념과 가치 역시 우리 앞에 있다. 그것들 덕분에 세계는 이제 그 모든 찬란한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관념과 마찬가지로 가치도 개인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는 집단 문화를 정의하는 객관적 정신(Objective Spirit)의 일부이다. 따라서 가치는 개인은 물론 개인이 속한 특정 공동체를 초월한다. 가치는 개인보다 앞서 존재하고 앞서 이루어졌지만, 하버마스에서 보았듯이, 가치는 단순히 개인을 재생산하지 않는다. 가치는 개인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고, 사적 토론(내적 대화)과 공적 토론(공론장)에서 자신의 타당성 주장을 제출한다. 이러한 토론 자체가 시대를 아우르는 더욱 포괄적인 토론의 일부이다. 이것이 바로 합리성이 세상에 등장하는 방식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그리고 잠재력의 발산을 막는 상쇄 기제에 맞선 투쟁을 통해 실재는 기존 사회에서 실현된다.

 

가치의 존재론에 대한 문제는 가치의 현상성이나 사실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타당성에 대한 것이다. 타당성에 대한 질문은 사회학적 질문이 아니라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철학자들은 사회적 영역을 초월하는 이상적 영역의 존재를 밝힌다. 타당성의 영역은 현상적 가치가 정당화되는 영역이며, 그로 인해 일반성과 합리성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진다. 세계 3의 제거와 절대 정신(Absolute Spirit)의 재도입 사이에는 어떻게든 중간 경로가 있어야 한다. 하버마스, 바스카와 함께 나는, 그러나 엘더-바스와는 달리, 포퍼의 '3세계 이론'을 수정하고 네 번째 세계를 도입하고 싶다. 세계 1(physicalia, 자연적 대상의 물리적 영역), 세계 2(psychicalia, 의식 상태의 심리적 영역), 세계 3(sociabilia, 사회적 관계와 제도의 사회적 영역), 세계 4(intelligibilia, 관념과 이상의 이상적 영역)이다. 세계 4의 이상적 영역은 사회에 내재하면서도 초월하기 때문에, 문화가 사물과 마음(minds)으로 환원할 수 없는 것처럼 사회에 의해 제거될 수 없다. 인류가 멸종에 직면하더라도 세계 4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아마도 이성을 부여받은 외계 공동체는 그것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처럼 그들도 한꺼번에 그것에 접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 가치들이 역사 속에서, 그리고 역사를 통해 사회에 접근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마도, 외계인들은 그것들을 한꺼번에 깨닫고 항상 합리적인 사회에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에게 실재와 현상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실재가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것도 실재가 아니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에 의해 전제되고,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미래에 예측되고, 거울이자 약속이자 프로젝트로서 사회를 지탱한다.

 

비판적 실재론과 비판 이론은 사회를 분석, 진단, 비판, 변혁할 수 있는 비판적 사회 이론을 개발하는 단일 프로젝트의 상호 보완적 부분이다. 상호 교정을 통해 존재론적 프로젝트와 규범적 프로젝트가 실재와 이상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데 수렴된다. 존재론적 실재론, 인식적 상대주의, 판단적 합리주의의 성삼위일체는 윤리학 분야에서도 유효한다. 우리가 도덕적 실재론과 판단적 합리주의를 옹호하는 데 성공한다면 도덕적 상대주의의 유령을 피할 수 있다. 우회로(diversion) 없이 현재의 존재론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권리, 집단적 정의, 개인의 행복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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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édéric Vandenberg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