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기질의 비밀 - 루돌프 슈타이너 (2)
이번 생에서 우리가 아는 인간은 네 가지 구성요소의 존재입니다. 먼저 물질체는 광물계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초감각적 구성요소인 에테르체는 물질체에 통합되어 죽을 때만 물질체와 분리됩니다. 본능, 충동, 열정, 욕망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과 사고의 내용을 운반하는 아스트랄체가 세 번째 구성요소입니다. 우리를 지상의 다른 어떤 존재보다 우위에 서게 하는 우리의 가장 높은 구성요소는 자아이며, 이 자아는 신비하면서도 너무나도 분명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자기 인식의 힘을 부여합니다. 이 네 가지 구성요소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네 구성요소가 결합하는 방식은 인간이 물질세계로 들어올 때 유전과 정신의 두 흐름이 함께 섞이면서 결정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네 구성요소 중 하나가 다른 것들보다 지배적이어서, 다른 구성요소들에게 독특한 색채를 부여합니다. 자아가 우세한 사람에게는 담즙질이 나타납니다. 아스트랄체가 우세한 사람은 경혈질이 강합니다. 에테르체 또는 생명체가 우세한 사람은 점액질입니다. 그리고 물질체가 우세한 사람은 우울질입니다. 영원한 것과 일시적인 것이 결합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네 구성요소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네 구성요소가 물질체 안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자아는 혈액 순환에서 자신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담즙질의 지배적인 체계는 혈액 체계입니다. 아스트랄체는 신경 체계에서 자신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경혈질은 신경 체계가 지배적입니다. 에테르체는 분비샘 체계에서 자신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점액질은 분비샘에 의해 지배됩니다. 물질체는 그 자체로만 자신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우울질의 가장 중요한 외적 특징은 그의 물질체입니다. 이는 기질과 관련된 모든 현상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담즙질에게는 자아와 혈액 체계가 우세합니다. 따라서 담즙질은 늘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담즙질의 공격성, 강력한 의지와 관련된 모든 것은 혈액 순환에서 비롯됩니다.
신경 체계와 아스트랄체 안에서 감각과 감정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모든 조화 또는 질서는 오로지 자아의 억제력에서 비롯됩니다.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와 감각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자기 안에서 밀려오고 밀려가는 상, 감각, 관념에 완전히 흡수됩니다. 이런 현상은 아스트랄체가 우세할 때, 즉 경혈질에게서 나타납니다. 경혈질은 아스트랄체와 신경 체계가 우세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상, 감각, 관념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흐름에 굴복하게 됩니다.
신경 체계의 활동은 혈액 순환에 의해서만 억제됩니다. 이것은 혈액이 부족하거나 빈혈이 있을 때, 다시 말해 혈액의 억제 효과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고려하면 분명해집니다. 상에서 상으로, 감각에서 감각으로, 관념에서 관념으로 표상이 심하게 요동치면서 종종 환상과 환각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혈질에게서 주로 나타납니다. 경혈질은 하나의 인상에 오래 머무를 수 없습니다. 그들은 특정한 상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며, 한 인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못합니다. 그 대신 경험에서 경험으로, 지각에서 지각으로 돌진합니다. 이는 특히 경혈질 아이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걱정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경혈질 아이의 관심은 쉽게 불타오르고, 내적 상은 쉽게 인상을 남기지만 그 인상은 재빨리 사라집니다.
이제 점액질로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는 이 기질이 성장과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에테르체 또는 생명체가 우세할 때 나타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내적 만족감이 생깁니다. 에테르체 안에서 더 많이 살아갈수록 인간은 자신의 내부 과정에 더 많이 몰두합니다. 주의를 내부로 향하는 동안 외부 일은 알아서 진행되도록 내버려두지요. 점액질은 자기 내부에서 바쁩니다.
우울질에서 우리는 인간의 가장 거친 구성요소인 물질체가 다른 구성요소들의 주인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울질은 자신이 자신의 몸에 대한 주인이 아니며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상위 구성요소들의 도구가 되어야 할 그의 물질체는 스스로 통제의 주체가 되고 다른 구성요소들을 무력화합니다. 우울질은 그것을 고통과 불쾌감으로, 우울감으로 경험합니다. 고통은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구칩니다. 이것은 그의 물질체가 에테르체의 내적 만족감, 아스트랄체의 활기, 자아의 목적을 향한 노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네 구성요소의 다양한 조합은 외모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자아가 우세한 사람은 외부의 모든 장애물에 맞서 자신을 주장하고 드러내길 원합니다. 따라서 그의 자아는 다른 구성요소들의 성장을 방해하며, 아스트랄체와 에테르체가 스스로 발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매우 분명한 방식으로 외모에 드러납니다. 독일의 저명한 담즙질 철학자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는 순전히 겉모습만으로도 그런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체격은 하위 구성요소들의 성장이 억제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담즙질의 또 다른 전형적 예인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1821)은 그의 자아가 다른 구성요소들을 억제했기 때문에 아주 단신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담즙질이 키가 작고 모든 경혈질이 키가 크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비율의 문제입니다. 중요한 건 키와 전체 형태의 관계입니다.
경혈질은 신경 체계와 아스트랄체가 우세합니다. 아스트랄체의 내적 활기는 다른 구성요소들에 전달되며 외형을 최대한 활동적이게 만듭니다. 담즙질은 얼굴 특징이 무뚝뚝하게 깎아놓은 듯하지만 경혈질은 활동적이고 표현력이 뛰어나며 변화무쌍합니다. 우리는 아스트랄체의 내적 활기가 외적인 모든 특징, 예를 들어 호리호리한 몸매, 섬세한 골격 구조 또는 군살 없는 근육 등으로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행동 면에서도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눈이 없는 사람도 뒤에 있는 누군가가 담즙질인지, 경혈질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신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담즙질의 걸음걸이를 보면 한 발 한 발이 너무 힘차 땅을 찍어 누르듯 걷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경혈질은 가볍고 탄력 있게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더 미묘한 외적 특성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아가 우세한 사람의 내면, 즉 담즙질의 내면은 검고 강렬한 눈빛으로 표현됩니다. 자아가 그렇게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하고 아스트랄체의 활기가 넘치는 경혈질은 대조적으로 푸른 눈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질의 더 많은 외적 특성을 열거할 수 있습니다.
점액질은 정적이고 무심해 보이는 외모뿐 아니라 살집이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왜냐하면 통통함은 주로 에테르체의 활동에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에서 점액질의 내적 편안함이 표현됩니다. 그의 걸음걸이는 느릿느릿하고 어기적거리며 약간 소심해 보입니다. 그는 왠지 주변 환경과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울질은 목을 곧게 펴기에는 힘이 부족한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눈은 담즙질처럼 빛나지 않고 둔하며, 걸음걸이는 담즙질의 결연함과 달리 무겁고 활기가 없습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