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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우리는 이 시대에 벌어지는 모든 일에 활발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 학교에서 바람직한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특별한 과제에만 마음을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활발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만이 바람직한 교사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비로소 학교를 위한 열정, 우리가 해야 할 과제에 대한 열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한 정신과 우리 과제에 대한 헌신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내려면 우리는 반드시 이 시대가 겪는 커다란 곤경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거대한 과제라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한 두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첫 번째 발도르프학교의 교사진을 위한 강좌 시작 전야, 인사말의..

서이초 사건 2주기를 맞으며 2년 전 오늘 서울 강남의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차 신규 교사가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1학년 교실에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고, 해당 학부모는 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교사 혼자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이 여럿 있었고,아직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교사는 그 힘든 상황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사법화되어가는 교실에서 어떻게든 버티던 교사들은 참담한 마음을 누르고 광장에 모였다.그 결실로 소위 교권 5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살얼음판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는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작은 다툼이나 실수가 해결되지 못한 채 범죄처럼 다뤄지기 시작했다.갈등이 교육적으로 다뤄지지 못하는 공간을 학교라고 부를 수 있을까?'학교폭력'이나 ..

프리랜서 연구자(작가)를 위한 시간 활용법 논문이나 책을 쓰는 일, 번역 등은 부담스럽고 지루하기 때문에 집중해서 작업하는 것이 참 어렵다.그래서 딴짓을 한참 하다가 정작 작업할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하고,막상 집중해서 작업을 하다가도 중간에 미디어를 잠깐 보다가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한다.프리랜서는 자유롭지만 책임도 온전히 개인의 것이므로 자기 통제의 방식을 계발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KMN 작업법이 유용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활용하지는 못했다. KMN 작업법은 번역가인 김명남 선생이 창안하여 트위터(현 X)에서 공개한 시간 활용법이다.40분 일하고 20분 쉬는,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방식인데 활용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상찬을 아끼지 않는다.마감에 쫓겨 쉬지 않고 몇 시간씩 작업을 하다 보면 근..

반드시 투표!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박근혜 당선 이후 한동안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어떻게 이명박을 겪고 또 박근혜를 뽑는가사람들에 대한 환멸감으로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 이후 한국 사회에 절망했다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엉망진창 선거유세를 다 함께 지켜보지 않았나 내란사태 이후 꼬박 6개월만이다지난 3년간 한국 사회는 수직 낙하를 방불케 했다국격이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졌다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상상하기 싫지만 일부러 상상하곤 한다불법이고 폭력이었지만 그들은 어떻게든 법의 이름으로 완성하고 싶어했다만약 그렇게 됐다면 한국은 정확히 북한처럼 되었을 것이다 좋든 싫든 사회대전환의 시대다후기자본주의 사회의 터널을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이데올로기도 기득권도 다 의미가 없는..

정의를 위한 투표- 사회의 사법화와 회복적 정의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요근래 사회의 모든 영역이 사법화되어가는 현상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정치 영역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많은 사안을 사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는 정치의 불가능성을 보았다. 정적을 사법적으로 살해하려고 할 뿐 아니라 아예 사법 영역의 한 축인 검찰에서 언론의 힘을 업어 대통령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과 부정축재, 근무태만 등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내란을 일으켰고, 그마저도 심각한 무능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란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힘겹게 우두머리를 탄핵하긴 했지만 사법부와 검찰은 그를 풀어주었다. 그리..

발도르프 교육기관에 아이를 보내주세요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제가 발도르프 교육을 처음 공부할 때는 10년, 20년 뒤(그러니까 현재) 한국의 모든 교육이 발도르프 교육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조기교육은 존립할 수 없고, 학교 교육과정 역시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섬세하고 예술적으로 개편될 거라 확신했지요. 하지만 제가 순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7세 고시'라는 현상이 대변합니다. 7세 고시는 1학년이 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입학테스트를 의미합니다. 미국 교육과정 기준으로 단어와 문장이 들어가 있는 독해 시험, 어휘, 문법, 에세이 단문 쓰기 그리고 문장 구성하는 것까지 다양한 항목을 평가받은 다음 선생님과 1대 1로 영어 인터뷰를 ..
다시는 저들에게 권력을 주지 말라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윤석열이 탄핵되었다.사필귀정이다.참 힘든 과정이었다. 세 번을 속았으면 충분하다.저들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저들은 뼛속까지 파시스트이고 기회주의자들이다.탐욕에 눈이 멀어 지성이 마비된 저들에게 권력을 준 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당신들도 탐욕적이고 반지성적이지 않았는가?물론 저들에게 권력을 넘겨준 우리 역시 반성해야 한다.우리는 저들만큼 치열하지 않았고 집요하지 않았다. 더 많이 깨어 있고 더 힘차게 싸워야 했다.민주주의는 기본값이 아니다.민주주의는 이상이다.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는다면 약육강식이라는 현실주의에 잡아먹히고 만다. 더 깨어 있어야 한다.더는 용납하지 않는다.더 이상 망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우리는 내란사태를 통해 법치주의의 한..

대한민국과 싱크홀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년 3월 25일 오전 11시 22분, 싱크홀 사고로 추락했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장이 멎은 채로 발견되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 18시간만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하던 30대 가장이었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다고 하는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는 지하철 9호선 공사장이 있다. 공사로 인한 지반침하가 직접적 원인으로 보인다. 공사 관계자는 이미 한 달 전에 붕괴를 우려하는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로 설계하였다며 문제가 없다는..
서부지법 폭동과 법치주의의 위기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회복적 정의를 공부하면서 법은 우리 삶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이 명확해졌다. 삶에서 문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회복적 정의의 관점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한 해결방식을 추구해야 하겠지만, 만약 그러한 접근이 좌절된다면 우리는 결국 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피해자를 소외시키는 응보적 정의라 해도 사적 폭력을 행사할 것이 아닌 이상 기댈 언덕은 사법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공권력을 기반으로 하는 법조차 소용없는 세상이 된다면 어떠할까? 그야말로 홉스가 말했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발전한 합리적인 법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그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회복적 사고, 혼란의 시대에 올바르게 사고하기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영국에는 ‘회복적 사고(Restorative Thinking)’라는 회복적 정의 실천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회복적 실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회복적 실천은 하나의 철학이다. 우리의 사고, 말, 행동을 인도하고,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철학이다. 어떻게 긍정적인 관계를 세우고 유지할지, 어떻게 스스로에게 또 서로에게 책임을 물을지, 그리고 어떻게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회복적 정의의 철학에 따라 올바르게 사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인간을 해방시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을 억압하기도 한다. 독일의 사회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