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비판적 실재론의 규범적 기초: Dave Elder-Vass와 Leigh Price에 대한 논평 (4) 본문
설명적 비판
(바스카는) 프랑크푸르트학파보다 훨씬 더 분석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며, 다른 개념적 수단과 이론적 레퍼런스를 통해 진행한다. 발표되었지만 출간되지 않은 책 <흄, 칸트, 헤겔, 마르크스>에서 바스카는 흄을 네 번째 필수 레퍼런스로 추가했다. 이미 흄의 법칙 개념을 내적 필연성 없이 규칙적이지만 우연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다루었던 그는 이제 사실에서 가치를 도출할 수 없다는 '흄의 법칙'을 분석적 전통의 두 번째 시볼레스(shibboleth)*로 삼는다. <과학적 실재론과 인간 해방>(Bhaskar, 1986)에서 그는 흄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과 반박으로서 '설명적 비판'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킨다. 그는 우리가 믿음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서 믿음의 영향을 받은 행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넘어갈 수 있고, 다시 그 원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넘어갈 수 있으며, 기타 조건이 동일하다면(ceteris paribus)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역주) ‘shibboleth’는 본래 ‘옥수수 자루(ear of corn)’를 뜻하는 히브리어인데, ‘sh’를 발음할 수 없었던 에브라임 사람(Ephraimites)을 길르앗 사람(Gileadites)과 구별하기 위해 시험으로 사용되었던 말이다. 따라서 시험해 보는 말, 암호말이라는 뜻을 갖는다. (특정 계급 따위의) 독특한 관습이나 말투를 의미하며, 진부한 생각(문구)이라는 의미도 있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해 납득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적어도 세 가지 반론이 보인다. 첫째, 믿음이 억압으로 이어지지만 누군가 억압의 진압이 내전과 독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마도 그 추론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특히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 사회를 개선하고자 할 때는 어느 정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기타 조건이 동일하다면' 조항을 언급하는 것은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작용하며, 여기서 두 번째 반론이 제기된다. 사실, 규범적 기초에 대한 문제는 그 적용에 대한 문제와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칼-오토 아펠(Apel, 1988, 267-271)에 따르면, 근본 윤리('파트 A')에서 응용 윤리('파트 B')로 넘어가려면 다른 논거가 필요하다. 실용주의는 여기서 믿음에서 행동으로, 가치의 토대에서 구체적인 행동 맥락에서의 적용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존 듀이의 <대중과 그 문제들>(Dewey, 1927)은 가치에 대한 공개 토론의 필요성과 그것이 거의 항상 초래하는 일련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논증의 결론이 나오는 것은 바스카가 이미 사실에 가치를 몰래 집어넣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 사실, 어떤 진술이 거짓이라는 전제는 중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진리는 가치이며, 가치로서 진리는 과학 자체를 구성한다. 과학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 사이에 튼튼한 연결을 확립하고 양자가 동일한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줄 때에만 사회에 대한 비판이 과학 자체를 구성하는 가치에 근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한 사람은 바스카가 아니라 하버마스이다. 그는 미국 실용주의와 대화하면서 강력하고 설득력 있게 이를 제시했다. 이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다.
철학적 인간학
독일의 선배들처럼 바스카는 윤리에 대한 내재적 접근과 초월적 접근을 결합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처럼 그는 정의 이론과 좋은 삶(eudemonia)의 이론을 엮어내려고 시도했다.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은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을 보장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하다는 그의 생각(Bhaskar, 1993, 663)은 <고타 강령 비판>에서 마르크스의 유명한 슬로건인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각자의 욕구에 따라!'를 재구성한 것 이상이다. 이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기본적 재화의 공정한 분배와 변증법적으로 통합하려는 의식적인 시도이다. 그래서 각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여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그것은 해롭지 않다. 이 주장은 철학적 인간학, 즉 인간, 소외되지 않고 온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규범적 관점을 전제로 하며, 미래의 공산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출현할 것을 예상한다. 젊은 마르크스(Marx, 1968)가 제시한 인간은 기본적인 힘 또는 능력(자연을 변형하고, 의지와 의식을 갖고 행동하며, 감각을 연마하는 등)과 삶을 가치 있게 하기 위해 최소한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욕구(음식, 주거, 의복 그리고 복지와 행복 같은 상위 욕구)를 부여받은 유적 존재(generic being; Gattungswesen)*로서 인간에 대한 인본주의적 비전은 사회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위한 틀이 되었다. 개인의 능력을 온전히 발달시키는 것을 방해하고 인간의 번영을 방해하는 사회는 분석, 진단, 비판을 거쳐 궁극적으로 집단적 행동에 의해 변형되어야 한다.
* (역주) 유적 존재란 본래 고유한 종들이 갖는 독자성 또는 하위 주체들의 고유성을 의미한다. 다윈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포이에르바흐가 사용했고, 이를 다시 마르크스가 ‘노동하는 존재’라는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일반화되었다.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자기소외라는 개념은 초기 마르크스 사상의 중심에 놓여 있다.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이 세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를 말한다. 따라서 인간은 함께 노동함으로써 새로 생명을 발현시키는 사회적 존재이다.” 양해림. "마르크스의 인권관." 동서철학연구 88 (2018): 267-292.
인간의 본성, 기본적인 욕구와 능력에 대한 유적(類的) 개념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인간의 번영에 대한 온전한 비전을 구체화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서 진짜 욕구와 거짓 욕구에 대한 과거 마르크스주의 학계의 논쟁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시대가 바뀌었고 전세가 역전되었다. 이제 책임은 본질주의자에게 있다. 본질주의자는 가능한 모든 반대 의견(페미니즘에서 동물권에 이르기까지)을 고려해야 하고, 인간에 대한 두 가지 유형의 은밀한 동일시(정체성의 드러난 측면에서 서구의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남성, 드러나지 않은 측면에서 남반구의 하위 계층, 거의 인간 이하인 생물에 대한 비참한 관점)를 피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푸코,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포스트휴머니즘 이후로 인간 본성에 대한 강한 개념을 옹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기껏해야 가부장주의, 최악의 경우, 독단주의로 비난받는다.
* 비판적 실재론 내에서의 인간 번영 이론에 대한 비판은 Vandenberghe(2017)을 참고하라.
불성(佛性)
바스카의 영적 전환에 따라, 변증법적 비판 실재론이 옹호하는 정의와 행복의 상호 연결은 더 불교적인 색조를 띨 것이다. 세상에 불의와 고통이 있는 한,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행복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는 고통이 보편적이며 나의 고통이 본질적으로 타인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보편적 연민이 거의 자동으로 따라온다. 두 번째 단계는 내려놓음 그리고 명상 기법을 통해 내면의 삶과 우주를 연결하는 더 깊고 미묘한 비이원성의 실재에 접근하는 것이다. 내면의 삶과 외면의 삶은 하나이다. 바스카(Bhaskar, 2002)는 이러한 변화된 존재의 상태를 '기저 상태'라고 부른다. 기저 상태에서 현실은 쏟아지는 금강석으로 붕괴된다. 이 궁극적인 실재 영역에 접근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의식을 얻는다.
비전적 지식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동양의 이 모든 지혜가 뉴에이지 신비주의로 보일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 실재를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으며,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이 찾고 있는 비판의 규범적 기초를 제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탈식민주의와 종속집단 연구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전체론적(holistic) 주장은 인도 아(亞)대륙과 서양의 요가 및 쿤달리니 과정에서만 유효하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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