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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사법의 개념 정의 - 박성철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회복적 사법의 개념 정의 - 박성철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4. 9. 27. 11:59

회복적 사법의 개념 정의

 
회복적 사법이라는 개념은 1970년대 후반에 처음 사용되었는데, 이는 북미와 유럽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피해자-범죄자-조정프로그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개념이었다. 1977년 알버트 애그래쉬(Albert Eglash)는 처벌에 근거한 응보적 사법과 범죄자의 치료적 처우에 근거한 분배적 사법과 원상회복에 근거한 회복적 사법이 있으며, 전통적인 처벌과 처우모델은 범죄자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사법절차에 피해자의 참여를 거부하고 단지 범죄자에 의한 수동적인 참여를 요구할 뿐이나 이에 반하여 회복적 사법에 의하면 범죄는 우선 피해자, 공동체 그리고 범죄자에게 해를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서 정의되며, 국가에 대한 침해도 단지 2차적인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제어(Howard Zehr) 교수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정의에서 범죄는 인간과 관계의 침해이다. 정의는 배상, 화해 그리고 재보증을 촉진하는 해결을 찾는데, 피해자, 범죄자 그리고 공동체와 관련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의 범죄학자 토니 마아샬에 의하면 “회복적 사법은 특정범죄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당사자가 그 범죄가 미친 영향 및 그 범죄가 장래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함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 절차”라고 정의하고, 브레이스웨이트는 범죄로 인하여 영향을 받은 관련당사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범죄로 야기된 손해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회복적 사법모델은 태생적으로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로 이해된다. 이는 199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의회가 당시 문제되던 ‘인종차별정책’(Apartheid)에 대한 조사위원회(The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다. 당시 위원장이던 투투(Desmond Tutu)주교는 인종차별에 대한 형사법적인 해결보다는 신구 세력간 정치적인 화해를 권고하면서 이러한 정치적인 해결책을 ‘회복적 형태의 사법’이라고 불렀다. 그 이후로 회복적 사법모델은 특히 영미의 형사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영국은 2003년 내무성 장관이던 데이빗 블런킷(David Blunkett)의 제안으로 소년범에 대하여 회복적 사법모델을 전면적으로 시도하기로 결정하였다. 곧이어 호주도 회복적 사법모델에 의한 형사사법의 개혁을 시도하였다. 특히 이러한 국가에서 소년범죄자에 대한 형사사법에서 회복적 사법모델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 입증되었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는 회복적 사법모델에 대한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초반부터 미국의 형사사법은 회복적 사법모델에 의한 전면적인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회복모델’에서 시작한 회복적 사법모델은 이제 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회복적 사법모델이 2001년 비엔나에서 열린 유엔의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 총회의 공식적인 선언에 포함되면서 형사사법 분야에서 수많은 국가들이 이 선언에 따라 회복적 사법모델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12회 세계범죄학회에서도 피해자-가해자-조정, 피해보상, 피해자의 지원, 피해자의 다양한 개입방안 등이 관심사로 도입되어 회복적 사법개념 및 관련프로그램이 소개되었고, 2003년 8월 노무현 대통령과 최종영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공동추진하기로 합의하여 같은 해 10월 사법개혁위원회를 발족하면서 회복적 사법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1. 회복적 사법의 개념정의를 위한 주장
 
1) 존 브레이스웨이트(John Braithwaite)
 
회복적 사법의 이론가인 존 브레이스웨이트는 회복적 사법에서 회복되어야 할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재산적 피해의 회복
- 상해의 회복
- 안정감의 회복
- 위험의 회복
-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의 회복
- 자발적인 민주주의의 회복
- 정의가 행해졌다는 감정에 기초한 조화의 회복
- 사회적 지지의 회복
 
브레이스웨이트는 회복적 사법이란 가해자와 공동체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회복시키는 피해자 중심적인 형사사법체제를 의미한다. 여기서 피해자를 회복시킨다(restoring victims)는 것은 피해자가 입은 신체적 손상 또는 재산적 손해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을 의미한다.
 
2) 수잔 샤프(Susan Sharpe)
 
수잔 샤프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원칙 5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첫째, 회복적 사법은 모든 이의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 낸다. 회복적 사법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참여하는 것은 물론, 범죄로 인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영향을 받았다고 느끼는 다른 사람(범죄로 인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이웃)에 대해서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 가해자는 전통적인 형사절차를 피하기 위해 회복적 절차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예고함으로써 이를 유도하고 있다.
 
둘째, 회복적 사법은 부서진 것의 치유를 시도한다. 모든 회복적 절차에서 중심이 되는 물음은 “피해자는 안전감을 다시 얻기 위해서 무엇이 치유되고 회복되기를 원하는가?” 하는 물음이다. 피해자는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고, 자신에게 손해를 가한 자를 향해 분노를 표현하는 것을 요구할 수도 있고,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가해자들 역시 치유를 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은 유죄와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자신들을 범죄자로 몰고 간 배후문제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어할 수도 있으며, 원상회복할 기회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셋째, 회복적 사법은 가해자가 완전하고도 직접적으로 책임을 질 것을 추구한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가해자가 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이 해를 끼친 사람들과 대면해야 하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떻게 타인에 대해 손상을 주었는지를 직시하여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설명해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피해자와 공동체가 그 행동에 대해 균형감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손해를 복구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
 
넷째, 회복적 사법은 분열된 것의 재결합을 추구한다. 범죄는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을 뿐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의 분열을 야기한다.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화해 및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동체 속으로의 재통합을 지향하여 운용된다. 회복적 관점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이 임시적인 것이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시각을 고수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자신들의 과거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되어야 한다. 더 이상 자신들이 당하거나 야기한 손해에 의해서 구속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회복적 사법은 또 다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공동체의 강화를 시도한다. 범죄가 손해를 야기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존재하고 있었던 불의(injustice)가 범죄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한 불의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해묵은 갈등으로서 마침내 범죄적 행동으로 분출된 것이다. 그러한 불의는 인종적·경제적 불평등과 같이 구조적인 불의이기 때문에 비록 가해자의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는 없지만,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공동체를 정의롭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3) 베즈모아(Bezemore)와 왈그레이브(Walgrave)
 
베즈모아와 왈그레이브는 회복적 사법의 개념을 넓혀야 한다고 하면서 회복적 사법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면절차에 한정시키는 것은 너무 협소하다고 비판하면서 회복적 사법의 중요한 특징은 절차적 측면보다는 범죄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 목표는 범죄자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비공식적인 조정절차를 통해서 가장 잘 달성될 수 있지만, 더 나아가서 기존의 공식적인 형사사법체계를 회복적 이념에 걸맞는 방식으로 개혁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회복적 사법을 범죄로 인하여 야기된 피해를 회복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행위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회복적 사법은 이해당사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 조정절차뿐만 아니라 법원에 의하여 강제로 부과되는 원상회복(배상, restitution)이나 사회봉사명령(community service)도 회복적 사법의 틀 속에 편입시키고 있다.
 
4) 다카하시 노리오(高橋則夫)
 
피해자는 범죄로 인하여 안정된 생활을 빼앗기고 신체적 · 심리적 · 재산적 손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형사사법은 가해자 중심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장은 미흡하며, 피해자에 대한 정의(Opfergerechtigkeit)는 가해자의 책임이 확정되어 그 행위가 부인되고 물질적 · 관념적 손해조정이 실시되어야만이 가능하다. 형법은 사후적으로는 제재에 의해 침해된 규범을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규범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피해자, 가해자, 공동체에 대해 만족할 만한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 규범회복의 전제는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책임을 수용하는 것에 있으며 그것과 동시에 피해자의 손해가 회복되고, 공동체에서도 분쟁이 해결되어 규범을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회복적 사법에 대한 테마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면,
 
① 응보적 사법에서는 범죄를 법위반으로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은 범죄를 사람들 및 그 관계의 침해로 이해한다.
② 응보적 사법에서는 나쁜 짓은 형법상 유죄에 해당된다고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나쁜 짓은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배상하는 책임과 의무를 낳는 행위라고 이해한다.
③ 응보적 사법에서는 범죄가 다른 손해와 다르다고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범죄는 다른 손해분쟁과 관계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④ 응보적 사법에서는 죄는 처벌을 통해 갚아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죄는 원상회복을 통해야만 갚아진다고 이해한다.
⑤ 응보적 사법에서는 과거에 초점을 두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장래에 초점을 둔다.
⑥ 응보적 사법에서는 처벌 및 억지를 위해서는 고통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당사자 모두(가해자, 피해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원상회복이 필요하다고 이해한다.
⑦ 응보적 사법에서는 범죄자로 인한 해악은 범죄자에 대한 해악으로 균형이 유지된다고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범죄자로 인한 해악은 원상회복으로 균형유지가 된다고 이해한다.
⑧ 응보적 사법에서는 범죄자를 비난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유해행위를 비난한다.
⑨ 응보적 사법에서는 사법은 대립, 배제에 봉사한다고 이해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의 사법은 합의, 융합을 목적으로 한다고 이해한다.
⑩ 응보적 사법에서는 피해자의 요구와 권리를 무시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피해자의 요구와 권리를 중심으로 한다.
⑪ 응보적 사법에서는 행위의 사회적, 경제적 및 도덕적 관계를 무시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은 그들의 전체적인 관계를 중요시한다.
⑫ 응보적 사법에서는 절차가 소외적인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의 절차는 화해를 목적으로 한다.
⑬ 응보적 사법에서는 위법행위에 대해 국가가 독점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피해자, 가해자 및 공동체의 역할을 승인한다.
⑭ 응보적 사법에서는 공동체는 방관자에 불과하여 관념적으로 국가가 대행하는 데 비해 회복적 사법에서는 공동체가 회복과정에서의 촉진자 역할을 한다.
 
高橋則夫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피해자의 지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볼 수 있다.
 
5) 소결
 
브레이스웨이트와 샤프 그리고 베즈모아와 왈그레이브, 高橋則夫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 가해자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과 관계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때문에 회복적 사법에서의 핵심적 가치는 “가해자의 요구, 피해자의 요구 그리고 공동체의 요구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 : 박성철, 回復的 司法에 관한 硏究 (A study on Restorative Justice), 충남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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