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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인지학적 관점에서 본 동화의 의미 (2)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인지학적 관점에서 본 동화의 의미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7. 30. 00:01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존재들은 때로는 인간들의 노력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방해를 하기도 합니다. 인지학적인 견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정령이나 요정들은 내면의 외형화라기보다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것들을 사대(四大)적인 존재라고 합니다. 동화가 비롯된 고대인들도 이러한 사대적인 존재(요정, 난장이, 불의 정령, 물의 정령)를 믿었습니다. 현대인들은 이러한 능력을 거의 상실해 버렸지만 고대인들은 이러한 존재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습니다.


난장이는 땅의 요소와 관련되어 있고, 요정은 주로 공기/바람과 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천사들은 정신계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악마는 자연계의 하층에 속해 있습니다. 심리학적 견해와 인지학적 견해는 상호 배제적 개념이 아니라 서로 포괄적으로 통해 있는 개념입니다. 본래 동화는 구전에 의해서 전해내려 왔습니다. 구전되어진 것에는 큰 특색이 있는데 쓰여진 것을 통해 알 수 있는 지식과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전된 이야기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또한 세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변형되기도 합니다. 구전되면서 내용이 일부 변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고대인들의 통찰력, 지혜가 남아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입문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입문은 고차의 정신적 세계로의 입문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것들 속에서 고대 사원의 가르침이라든지, 지혜가 남아있는 자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인들의 지혜가 동화 속에서 그림의 언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추상적인 개념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신화, 동화, 민화들은 인간이 우주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살아 있는 언어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달리 말하면 인간과 정신세계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정신의 관계는 심리학적, 인지학적 측면이나 모두 인간 계발에 대한 것이며, 인간의 계발이라고 하는 것은 저차원에서 고차원의 지혜의 세계, 정신의 세계로 도달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심리학자들에게는 이러한 여러 가지 과정들이 대부분 심리적인 과정으로 보이는 반면, 인지학에서는 이러한 것을 모두 정신적인 과정으로 보는 것입니다. 슈타이너에 의하면 동화들 중에서 지구의 진화 자체를 묘사하는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사람과 같이 발전의 진화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고대인들은 진화에 대한 직감적인 이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러한 측면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적인 측면입니다.

 

진화는 신비스럽고 감추어져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분명하고 명백한 것은 동화에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정신적 상실이 있고 나서 시련이나 고통의 내적 발전과정 후에 정신세계를 획득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유형을 이야기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잃어버린 왕국을 다시 되찾게 되는, 새로운 왕국을 얻게 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윤동주의 참회록잃어버린 왕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역겨울까?”라는 첫 구절이 있습니다. 왕조는 한국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왕국이라는 상징은 인간 세상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인간이 겪게 되는 딜레마입니다. 왕국을 잃어버림으로 해서 수치심을 유발하게 되는데, 왕국을 잃어버렸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치욕감을 일으키게 됩니다. 잃어버린 왕국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상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늘의 은총으로부터의 전락, 낙원으로부터의 추방 등등으로 잃어버린 왕국은 우리의 정신적인 안식처, 정신적 유산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보면 인간계로의 부활과정과 점진적으로 물질화 되어가고 있는 인간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함을 잃어 마법의 세계를 떠나게 되면 인간은 모두 정신적인 방랑자가 되는 것입니다. 잃어버린 정신적 안식처를 찾아 헤매는 방랑자. 이러한 잃어버린 안식처를 찾는 방랑의 과정이 많은 동화에 표현되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고통스러운 시련의 과정을 통해서 정화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시련을 겪고 정화 과정을 겪은 후 비로소 정신적 안식처인 왕국을 찾게 되고, 거기에서 정신세계를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잃어버린 왕국이란 정신세계로서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어느 기독교 신비주의자는 내면의 잃어버린 낙원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한 가운데에서 낙원을 찾지 못하면 어떤 자리에서도 낙원에 들어갈 수 없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 그림이 축약되어 있는 것을 <털복숭이>라는 그림형제의 동화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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