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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이제 “근시안적” 사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사고가 사실이 아니라 대체로 사고 습관의 결과일 뿐임을 의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사고로 세상과 삶을 통찰하는 사람의 결론은, 사고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거나 전혀 없는 사람의 결론과 크게 다를 것입니다. 물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논리적이고 건전하며 좋은 추론을 동원해도 그런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삶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을 이성을 통해 설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쓸데없는 노력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사고 습관은 모든 것에서 물질만을 보는 것입니다. 그저 이러한 사고 습관을 고집할 뿐이므로 이러저러한 주장을 타당하고 가능하게 만드는 참된 근거를 보지 못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

특히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당장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할지 저렇게 해야 할지 고민한 다음 특정한 방식으로 마음을 정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지나치게 성급한 사고는 우리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시킵니다. 이런 일에는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특정한 계획을 실행하고 싶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적으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먼저 한 가지 방법으로 계획을 실행할 경우 어떻게 될지 인내심을 가지고 상상해 본 다음, 다른 방법으로 실행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한 가지 방법을 다..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87년체제를 넘어서야 할 때에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87년체제는 민주화 운동의 커다란 성취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합니다. 87년체제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한계,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 그리고 분단체제입니다. 이번 내란도 북한과의 갈등을 이용하려고 했지요. 아직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외환 유치의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났을 수도 있다고 하지요. 당장 통일은 못하더라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이끌어내는 것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매우 시급한 일입니다. 때가 어느 때인데 여전히 종북, 빨갱이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다음으로 경제 문제인..

괴테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사물 그 자체 안에서 사고하며 살았던 사상가였습니다. 심리학자 하인로트(Johann Christian August Heinroth, 1773-1843)는 1822년 출간한 《인간학 교본(Lehrbuch der Anthropologie)》에서 괴테의 사고를 “객체적(objektiv)”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괴테 자신도 이러한 표현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객체적 사고란 사고가 사물과 분리되지 않고 사물 안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사물의 필연성 안에서 움직입니다. 괴테의 사고는 동시에 인식이었고, 그의 인식은 동시에 사고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켰습니다. 괴테가 어떤 일을 구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창가에 다가가 마침 곁에 있는 ..

사회삼원론적 사고방식 루돌프 슈타이너 역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사회삼원론 운동의 일환으로 그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협의를 하면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용자의 일방적인 기업운영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과잉생산을 일으킬 우려가 항시 존재합니다. 슈타이너의 노사협의체 운동은 독일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에밀 몰트라는 사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가 바로 첫 번째 발도르프학교를 열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한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회사의 사장입니다. 처음에 그는 슈타이너를 초대해 노동자들에게 강연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 다시 말해 어머니들이었습니다.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끌려가 죽거나 장애인이 되었으니..

어떤 사람이 삶에서 항상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고를 수련하기로 다짐했다고 해 봅시다. 그가 그렇게 하려면 특정한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이 규칙이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며 근본적인 원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가 이러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사고를 형성하기 위해 반복해서 시도하면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의 사고는 실제적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종류의 추가적인 내적 경험도 하게 됩니다. 누군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시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가능한 한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외부 세계의 어떤 것, 예를 들어 날씨를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녁에는 구름의 형태, 해질녘의 상황 ..

개인의 불안은 잘못된 사회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보다 나빠졌다는 걸 돌아봐야 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8, 9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입시교육이 중심이었지만 최소한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경쟁한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놈은 나중에 안 찾아온다, 공부 못하고 말썽부리던 녀석들이 그래도 의리가 있다”, 이런 얘기를 선생님들이 많이 하셨지요. 아직은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20세기 말, IMF체제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동체 문화라는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신자유주의자가 된 셈입니다. 모든 게 상품이 되었고..

사회삼원론과 행복한 삶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처럼, 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행복’이란 말이 막연하긴 한데요. 행복이란 뭘까요?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 이런 상투적인 차원은 우리의 주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행복’이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느끼는 충만한 감정입니다. 학교를 막 졸업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실패하는 것은 아닌지, 감당 못할 상황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그러나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탐색을 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행복을 바라지만 불행해지는 ..

진정한 사고의 실천은 사고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느낌을 전제로 합니다. 사고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사고가 단지 머릿속에서나 영혼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은 사고에 대한 올바른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느낌으로 인해 올바른 사고 습관을 추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고에 필요한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고에 대한 올바른 느낌을 얻으려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내가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사고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면, 사물 안에 먼저 이러한 사고가 담겨 있어야 한다. 사물은 이러한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물에서 이러한 사고를 끄집어..

사고의 실제적 수련 1909년 1월 18일, 칼스루헤루돌프 슈타이너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인지학은 매우 비실제적이며 삶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는 까닭에, 인지학자가 사고의 실제적* 수련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는 게 어찌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비판적 의견들은 사물을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가장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잡아끄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적 사고는 언제든지 우리의 감각과 감정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삶을 만나게 하며 그 안에서 우리를 확고한 위치로 설 수 있게 해줍니다. * ‘practical’의 원어는 ‘praktisch’이며, 우리말로 ‘실제적인, 실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