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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회삼원론과 행복한 삶 (1) 본문

인지학/사회삼원론

사회삼원론과 행복한 삶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5. 24. 11:38

사회삼원론과 행복한 삶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처럼, 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행복이란 말이 막연하긴 한데요. 행복이란 뭘까요?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이런 상투적인 차원은 우리의 주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행복이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느끼는 충만한 감정입니다. 학교를 막 졸업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실패하는 것은 아닌지, 감당 못할 상황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그러나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탐색을 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행복을 바라지만 불행해지는 길을 선택하는 시대

 

오늘날 우리는 아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을 하면서 가혹한 현실로 내모는 경우가 많습니다. 7세 고시에 대해 들어보셨지요. 참 끔찍한 일입니다. 아무 걱정 없이 놀아야 할 아이들이 초등 1학년부터 소위 명문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공부를 합니다. 영어를 저학년 때 끝내야 고학년 때는 수학을 집중해서 다룰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아이들을 들볶는다고 합니다. 7세 고시를 잘 보려면 좋은 영어유치원에 다녀야 하니 4세 고시도 생겼습니다. 아이들도 힘들지만 그 부모들도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겹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요?

 

작년에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9조를 넘었다고 합니다. 역대 최고라고 하지요. 영유아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30조를 거뜬히 넘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전혀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는 일인데 왜 여전히 사교육의 광풍이 잠들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우리가 불안해서 그럴 것입니다. 하나나 둘, 귀하게 낳은 아이가 커서 비참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는 풍요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남들보다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거나 최소한 남들만큼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겠지요. AI와 로봇 기술이 지배할지도 모를 미래사회에서 안정된 경제생활을 지금부터 준비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절한 마음을 시장은 영리적으로 이용합니다. 쉽게 말해 사기치는 건데요, 사교육업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지요. “이미 늦었습니다. 따라잡기 어렵습니다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뒤처졌다는 얘기죠.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그 경쟁체제에 헐레벌떡 진입하게 되고, 그러고 나면 다들 제정신이 아닙니다. 아이가 중심이 아니라 정신없이 돌아가는 체제논리가 중심이 됩니다. 다들 그러고 사니까 같이 미친 듯이 뛰는 겁니다. 정작 중요한 아이의 마음을 돌보지 못하면서요.

 

그렇게 경쟁해서 좋은 직업을 갖는다고 해서, 또는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가 하고 싶은 일을, “가 선택해서 해나갈 때 비로소 삶이 의미 있지 않을까요? 어떤 직업이 되었든 좋은데, 아이의 적성이 그 직업에 맞을지 안 맞을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미래에 그 고소득 직업 자체가 남아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AI와 로봇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는 지금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장 본질적인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AI를 잘 활용할 수 있으려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의도가 있는 질문입니다. 그러려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무엇이 궁금한지 명확해야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AI를 전혀 쓰지 않습니다. 그 효율성과 탁월성에 대해 듣고 있긴 하지만 AI를 사용할수록 저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입니다. 아무려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아이의 자아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예술적이고 인문학적인 교육입니다.

 

저는 발도르프 교육이야말로 AI시대에 꼭 맞는 교육이라고 봅니다. 손과 발을 충분히 사용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교육은 요즘 시대에 정말로 귀한 교육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자아를 건강하게 성장시켜주는 살아 있는 교육입니다. 여전히 공교육 현장은 머리만을 쓰게 하는 주지주의 교육 중심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발도르프학교로 넘어온 케이스인데요. 제가 처음 발도르프 교육을 알게 된 20여 년 전에 저는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이 발도르프 교육이 될 거라 믿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알게 되면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고, 아름다운 교육임을 깨닫게 되어 교육계 전체가 변화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현실은 정반대가 된 것 같습니다. 많은 발도르프학교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문을 닫는 발도르프 어린이집이 생겨났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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