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명상수련/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13)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역자 후기 2010년 6월 이 책은 역자가 감옥에 있던 2006년에 번역을 한 것이다. 출소를 하고서야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이 이미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음을 알았지만, 그 책은 내용 일부가 삭제되었거나 스님의 목소리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역자는 오랫동안 이 책의 문장을 다듬어 왔다. 미루어왔던 편집작업을 역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서둘러 겨우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라는 본래 제목의 ‘the heart’를 어떻게 옮길지 고심하다가 ‘핵심核心’이라는 말 대신 우리말인 ‘알속’으로 옮겼다. 알속이라는 말에 담겨 있는 풍부한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밖에도 가급적 부드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뜻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는 집착하지 않고 한자..
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편집자 서문 반야심경은 불교의 알짬으로 여겨지며, 세상의 모든 불교 공동체에서 날마다 소리 내어 읽는 경전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틱낫한 스님의 해설은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 이래로 구전되어 내려온 초기불교의 일부입니다. 반야바라밀다(완벽한 깨달음의 알속 또는 알짬)에 관한 문헌은 서력기원의 시작 즈음으로 거슬러 오릅니다. 인도에서 출발해 중국, 베트남, 한국, 티베트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대승불교의 나라에서는 이천 여년 간 반야를 가르치고 배워왔습니다. 근래 들어 그러한 가르침은 영어로도 가능해졌고, 30년 넘게 선승禪僧과 티베트의 스승들이 쓴 명상서적을 통해 서양에도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양인은 그것을 어렵..
오직 마음- ‘깨달음의 알속’에 대한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인간은 사이에 있는 존재(inter-being)다. 인간과 인간 사이(人間), 비어 있음과 비어 있음 사이(空間), 때와 때 사이(時間), 하늘과 땅 사이(天地間)에서 한 자루 촛불처럼 불사르며 타오르는 게 인간이다. 그렇게 인간이라는 생명은 무릇 물질에서 타올라 정신으로 사라진다. 불은 결코 스스로 일어날 수 없다. 불은 불이 전해주어야 한다. 제법무아 부처는 아함경과 같은 초기경전에서 색수상행식의 다섯 요소가 인연에 따라 모인 것이 인간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오온은 틱낫한 스님의 말씀처럼 어느 것 하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서로를 의지하여 존재하고, 그렇기에 비어 있다. 없이 있는 것이다. 무릇 만물은 언제나 삼라만상과 더불어 있다..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스바하!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란 곧 위대한 만트라요, 최상의 만트라이며, 둘도 없는 만트라인 동시에 모든 괴로움의 소멸이자, 거짓 없는 진리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만트라를 일러 가로되 ‘가테 가테 파라가테 파라삼가테 보디 스바하’라고 하느니라.” 만트라(mantra:진언眞言)란 당신이 몸과 마음과 숨을 하나로 모아 깊이 집중할 때에 외우는 것입니다. 당신이 깊이 집중하여 있을 때에는 손으로 움켜쥔 오렌지를 보는 것처럼 또렷하게 사물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아발로키타는 오온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더불어 있음의 본질을 깨닫고 모든 번뇌를 극복하셨습니다. 완전히 해방되셨습니다. 그분은 깊은 집중과 기쁨과 해방의 상태에서 중요한 무언..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자 유 “굳이 이룰 것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한 보살의 마음엔 걸림이 없느니라. 걸림이 없기에 두려움을 넘어섰고,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영원히 해방되었으며, 궁극의 열반에 이르렀느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가 바로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충만하고 올바르며 절대적인 깨우침에 이르렀느니라.” 걸림이란 태어남과 죽음, 더러움과 깨끗함, 늘어남과 줄어듦, 위와 아래, 안과 밖, 부처와 마라 등과 같이 우리의 생각과 관념에 의한 것입니다. 더불어 있음의 눈으로 볼 때 그러한 걸림은 우리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두려움을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 자신의 잘못된 생각으로부터도 해방될 뿐만 아니라 궁극의 열반에도 이..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부처는 부처 아닌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비어 있음의 마당에서는 꼴도 없고 감각도 없고 인식도 없으며 의지도 없고 의식도 없느니라.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미각과 촉각과 마음도 없고, 꼴도 소리도 냄새도 맛도 감촉도 마음의 대상도 없는 등 오온의 세계(시각부터 의식까지) 자체가 있지 아니하므로, 연기緣起의 시작도 없고 그 끝도 없으며(무지부터 늙고 죽음까지), 그렇기에 괴로움도 없고 괴로움의 극복 방법도 없으며, 깨달음도 없고 깨달음의 성취도 없느니라.” 이 글은 오온이 모두 비어 있음을 분명히 하며 시작합니다. 오온은 각자 따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것은 다른 것들 모두와 더불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구절은 열여덟..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저 달은 언제나 달 “늘어남도 줄어듦도 없느니라.” 우리는 죽고 나면 더 이상 사람일 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을 합니다. 겨우 한 점 먼지로 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줄어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먼지 한 점은 온우주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태양처럼 커다랗다면 지구를 내려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사람인 우리가 먼지를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크고 작다는 생각은 우리 마음이 지어낸 관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것이 상호침투interpenetration의 원리입니다. 이 종이 한 장은 햇빛과 벌목꾼과 숲,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장미와 썩정이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느니라.” 더럽거나 깨끗하거나. 불결하거나 순결하거나.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마음으로 지어낸 관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갓 꺾어 꽃병에 담은 아름다운 장미는 깨끗합니다. 그 향기는 무척 싱그럽고 산뜻합니다. 그것은 깨끗함이라는 관념을 뒷받침해 줍니다. 그 반대편에 썩정이가 있습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는 것이 바로 썩정이입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그저 오륙일 동안 장미를 더 자세히 살핀다면 그 장미가 썩정이의 일부가 된다는 걸 알 것입니다. 닷새 동안이나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기만 해도 지금 즉시 알 수 있습니다. ..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행복한 지속 “사리푸트라여. 모든 다르마는 비어 있으므로 생겨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느니라.” 여기서 말하는 다르마(Dharma:법法)는 존재를 뜻합니다. 사람이 곧 다르마입니다. 나무 역시 다르마이며, 구름도 곧 다르마입니다. 햇빛 또한 다르마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다르마입니다. 그래서 “모든 다르마가 비어 있다”는 말은 곧 “모든 것의 본질은 비어 있음이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거기엔 큰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태어남도 죽음도 불가능하다는 걸 뜻하기 때문입니다. 아발로키타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날마다의 삶 속에서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을 ..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비어 있음, 만세! “들으라, 사리푸트라여. 꼴이 곧 비어 있음이고, 비어 있음이 곧 꼴이며, 꼴은 비어 있음과 다르지 않고, 비어 있음은 꼴과 다르지 않느니라. 감각과 인식과 의지와 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비어 있음(emptiness:空)이 바다라면 꼴(form:色)은 파도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인도인들의 개념은 우리를 당황스럽게도 하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표현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동그라미를 숫자 영(0)이나 무無로 여깁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동그라미가 전체 또는 완전을 뜻합니다. 뜻이 서로 반대입니다. 그래서 “꼴이 곧 비어 있음이고, 비어 있음이 곧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