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5/05 (19)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정의를 위한 투표- 사회의 사법화와 회복적 정의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요근래 사회의 모든 영역이 사법화되어가는 현상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정치 영역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많은 사안을 사법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는 정치의 불가능성을 보았다. 정적을 사법적으로 살해하려고 할 뿐 아니라 아예 사법 영역의 한 축인 검찰에서 언론의 힘을 업어 대통령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과 부정축재, 근무태만 등을 저지르다가 마침내 내란을 일으켰고, 그마저도 심각한 무능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란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힘겹게 우두머리를 탄핵하긴 했지만 사법부와 검찰은 그를 풀어주었다. 그리..

경험의 멸종 [오후여담]최현미 논설위원2025-05-27 10대 청소년들이 친구와의 다툼을 고소·고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4년간 명예훼손죄 피의자 중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2021년 162명, 2022년 189명, 2023년 254명, 지난해 283명으로 늘어났다. 상당수 미성년자가 미성년자를 고소한 경우이다. 절반 이상은 범죄 요건도 성립되지 않아 불송치로 종결됐다고 한다. 10대들의 딥페이크, 사이버 불링 등이 심각해진 탓도 크지만, 갈등이 곧바로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세태도 생각해볼 거리다. 우리 청소년들의 친구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발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개발원이 만 15세 학생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삼원론적 사고방식 루돌프 슈타이너 역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천박한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사회삼원론 운동의 일환으로 그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협의를 하면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용자의 일방적인 기업운영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과잉생산을 일으킬 우려가 항시 존재합니다. 슈타이너의 노사협의체 운동은 독일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에밀 몰트라는 사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가 바로 첫 번째 발도르프학교를 열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한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회사의 사장입니다. 처음에 그는 슈타이너를 초대해 노동자들에게 강연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대부분 여성, 다시 말해 어머니들이었습니다. 많은 남성이 전쟁터로 끌려가 죽거나 장애인이 되었으니..

최근 정치 담론에서 ‘극우’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극단적 태도를 가진 이들의 생각은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극우는 더 이상 극소수의 변방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연세대학교 복지국가 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 팀은 지난 3월 21일~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내용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며, 연령별로는 70세 이상(29%)과 20대(28%)에서 특히 높게 나타나 U자형 분포를 보였다. 남성(24%)이 여성(19%)보다 전반적으로 극우 성향이 강했으며, 특히 20대 남성의 비율은 33%로 여성(22%)보다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직업군별로는 판매·서비스직(33%)에서 ..

어떤 사람이 삶에서 항상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고를 수련하기로 다짐했다고 해 봅시다. 그가 그렇게 하려면 특정한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이 규칙이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며 근본적인 원칙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가 이러한 규칙에 따라 자신의 사고를 형성하기 위해 반복해서 시도하면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록 처음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의 사고는 실제적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종류의 추가적인 내적 경험도 하게 됩니다. 누군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시도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는 가능한 한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외부 세계의 어떤 것, 예를 들어 날씨를 관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녁에는 구름의 형태, 해질녘의 상황 ..

개인의 불안은 잘못된 사회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보다 나빠졌다는 걸 돌아봐야 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8, 90년대만 해도 지금처럼 경쟁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입시교육이 중심이었지만 최소한 교실에서 친구들끼리 경쟁한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놈은 나중에 안 찾아온다, 공부 못하고 말썽부리던 녀석들이 그래도 의리가 있다”, 이런 얘기를 선생님들이 많이 하셨지요. 아직은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던 시기였습니다. 실제로 20세기 말, IMF체제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공동체 문화라는 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신자유주의자가 된 셈입니다. 모든 게 상품이 되었고..

대선 후보에게 요구한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촉구 50만 교사 서명운동"교사 정치기본권이 있는 세상에 투표한다" - 교사를 민주시민으로, 교사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학교 내 정치 중립! 학교 밖 정치 자유!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본래 교육이 정권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군사독재체제 아래에서 교사들이 정치적 선전에 동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고, 교사라는 시민의 개인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법령의 껍데기만 남아 교사들의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역효과만 발생하고 있다. 교사는 정치적 표현은 물론 정치후원금 기부, 정당 가입과 활동, 공직선거 출마까지 모두 금지된다.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할 교사들이 정작 그 경험에서 철..

사회삼원론과 행복한 삶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우리는 아이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것처럼, 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행복’이란 말이 막연하긴 한데요. 행복이란 뭘까요?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 이런 상투적인 차원은 우리의 주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행복’이란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면서 느끼는 충만한 감정입니다. 학교를 막 졸업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두렵기도 할 것입니다. 자기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실패하는 것은 아닌지, 감당 못할 상황이 다가오는 건 아닌지... 그러나 발도르프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탐색을 했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행복을 바라지만 불행해지는 ..

진정한 사고의 실천은 사고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느낌을 전제로 합니다. 사고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사고가 단지 머릿속에서나 영혼 속에서 일어나는 활동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은 사고에 대한 올바른 느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느낌으로 인해 올바른 사고 습관을 추구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고에 필요한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고에 대한 올바른 느낌을 얻으려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내가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사고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면, 사물 안에 먼저 이러한 사고가 담겨 있어야 한다. 사물은 이러한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물에서 이러한 사고를 끄집어..

사고의 실제적 수련 1909년 1월 18일, 칼스루헤루돌프 슈타이너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인지학은 매우 비실제적이며 삶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는 까닭에, 인지학자가 사고의 실제적* 수련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는 게 어찌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비판적 의견들은 사물을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가장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잡아끄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적 사고는 언제든지 우리의 감각과 감정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삶을 만나게 하며 그 안에서 우리를 확고한 위치로 설 수 있게 해줍니다. * ‘practical’의 원어는 ‘praktisch’이며, 우리말로 ‘실제적인, 실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