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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5) 본문

명상수련/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5)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7. 11. 15. 10:16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비어 있음, 만세!

 

 

들으라, 사리푸트라여. 꼴이 곧 비어 있음이고, 비어 있음이 곧 꼴이며, 꼴은 비어 있음과 다르지 않고, 비어 있음은 꼴과 다르지 않느니라. 감각과 인식과 의지와 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니라.”

 

비어 있음(emptiness)이 바다라면 꼴(form)은 파도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인도인들의 개념은 우리를 당황스럽게도 하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표현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동그라미를 숫자 영(0)이나 무로 여깁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동그라미가 전체 또는 완전을 뜻합니다. 뜻이 서로 반대입니다. 그래서 꼴이 곧 비어 있음이고, 비어 있음이 곧 꼴이다파도가 곧 바다이며, 바다가 곧 파도이다입니다. “꼴은 비어 있음과 다르지 않고, 비어 있음은 꼴과 다르지 않다. 감각과 인식과 의지와 의식 역시 마찬가지이다.”라는 말은 그 다섯이 서로가 서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 하나가 존재하면 다른 모든 것도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베트남 문학에는 12세기 리(Ly) 왕조 시대의 한 선승이 쓴 두 줄짜리 시가 있습니다.

 

그것이 있기에 먼지 한 점이 있다.

그것이 없다면 온우주 또한 없으리.”

 

라고 그는 썼습니다. ‘있음없음이라는 생각은 단지 우리들 마음이 만들어 냈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또 온우주는 머리카락 한 올 끝에 올릴 수 있다. 그리고 겨자씨 한 알 속에서도 해와 달을 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임을 보여 줍니다. 물질과 에너지는 하나이며, 물질과 공간 역시 하나임을 현대과학을 통해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물질과 공간만 하나인 게 아니라 물질과 공간과 마음 또한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이란 물질과 공간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꼴은 곧 비어 있음이기에 꼴 자신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꼴을 통해 감각과 인식과 의지와 의식 등 다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어 있음은 개별적 속성이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비어 있음은 모든 것으로 가득 차 있고, 생명으로 충만합니다. 따라서 비어 있음이란 말이 우리를 두렵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훌륭한 낱말입니다. ‘비어 있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를 뜻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 종이가 비어 있지 않다면, 햇빛과 벌목꾼과 숲이 어떻게 그 안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컵은 비어 있기에 거기 있습니다. 꼴과 감각과 인식과 의지, 그리고 의식 역시 개별적 속성이 비어 있기에 거기 있는 것입니다.


비어 있음은 또한 모든 것의 바탕입니다. 만물은 비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2세기의 불교사상가 나가르주나(용수龍樹)의 선언입니다. 게다가 비어 있음은 굉장히 낙관적인 개념입니다. 비어 있지 않다면 저는 여기 있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 역시 비어 있지 않고는 거기 있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거기 있기에 제가 여기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어 있음의 참뜻입니다. 따라서 꼴은 개별적인 존재 형태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아발로키타는 우리가 이 점을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만일 비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나무토막처럼 굳어 버릴 것입니다. 숨도 쉴 수 없고,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비어 있다는 곧 살아 있다이며,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는 뜻입니다. 비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살 수 없습니다. 또한 비어 있음은 덧없음, 즉 무상無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덧없음을 탓할 수 없습니다. 무상하지 않다면 만물은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저를 만나러 영국에서 온 한 불자는 삶이 비어 있고 덧없다는 것을 불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불교를 믿은 지 5년이 되었고, 비어 있음과 덧없음을 중대사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그에게 열네 살 난 딸아이가 이렇게 말해줬다고 합니다. “아빠, 제발 덧없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덧없지 않다면 제가 클 수나 있겠어요?” 당연히 딸의 말이 맞습니다.


당신이 옥수수 씨앗을 땅에 심을 때, 당신은 그것이 키 큰 옥수수로 자라길 바랄 것입니다. 만약 덧없지 않다면 옥수수 씨앗은 영원히 씨앗으로 남을 것이고, 당신은 결코 옥수수를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덧없음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몹시 중요합니다. 덧없다고 불평하기보다 덧없음, 만세!”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덧없기에 모든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매우 희망적인 인식입니다. 비어 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어 있음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으므로 비어 있음은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도 비어 있음, 만세!”라고 외쳐야 하는 것입니다. 비어 있음은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비어 있음이 있기에 생명도 있는 것입니다. 오온 모두 이와 똑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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