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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2) 본문

명상수련/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깨달음의 알속 -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7. 11. 15. 10:11

깨달음의 알속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더불어 있음

 

 

당신이 시인이라면 이 종이 안에 떠가는 구름을 뚜렷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름 없이 비는 내릴 수 없고, 비 없이는 나무가 자랄 수 없으며, 나무가 없다면 종이도 만들 수 없습니다. 종이가 존재하기 위해 구름은 꼭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구름이 없다면 종이 역시 이곳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름과 종이가 더불어 있다(inter-are)고 말할 수 있습니다.


‘interbeing(더불어 있음)이란 낱말이 아직 사전에 실려 있진 않지만, ‘inter-’라는 접두사와 동사 ‘to be’를 연결해 ‘inter-be’라는 새 낱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구름 없이는 종이를 얻을 수 없기에 우리는 구름과 종이가 더불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종이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그 안에서 햇빛도 볼 수 있습니다. 햇빛이 없으면 숲은 자랄 수 없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자랄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도 햇빛 없이는 자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햇빛 역시 이 종이 안에 있음을 압니다. 종이와 햇빛은 더불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무를 베어 펄프공장으로 옮기는 벌목꾼도 볼 수 있습니다. 또 밀도 볼 수 있습니다. 벌목꾼은 날마다 빵을 먹어야 하고, 그 빵은 밀로 만들어지므로, 밀 역시 이 종이 안에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벌목꾼의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그 안에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볼 때,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것이 없으면 이 종이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 자신도 그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아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 종이를 바라볼 때, 종이는 이미 우리 인식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마음도 이 안에 있는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라만상이 이 종이 한 장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있지 않은 것을 당신은 단 하나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간, 공간, 지구, , 흙 속의 미네랄, 햇빛, 구름, , 온기 따위 말입니다. 모든 것이 이 종이와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inter-be’라는 낱말이 사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있다는 곧 더불어 있다입니다. 당신은 절대 당신 혼자 있을 수 없습니다. 다른 모든 것과 더불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종이 한 장은 곧 다른 모든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그것의 본디 자리로 돌려보낸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햇빛을 태양으로 돌려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이 종이가 있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햇빛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벌목꾼을 그의 어머니에게 되돌려 보내도 그 역시 우리는 종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 종이는 종이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종이 아닌 것들을 그것들의 본디 자리로 돌려보낸다면 종이는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 벌목꾼, 햇빛 등과 같이 종이 아닌 것들이 없다면 종이는 여기에 있지 못합니다. 이 얇은 종이 안에 우주만물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야심경은 그 반대로 말하는 듯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아발로키테쉬바라Avalokiteshvara는 그것들이 비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 더 자세하게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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