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사고의 실제적 수련 - 루돌프 슈타이너 (4) 본문
괴테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사물 그 자체 안에서 사고하며 살았던 사상가였습니다. 심리학자 하인로트(Johann Christian August Heinroth, 1773-1843)는 1822년 출간한 《인간학 교본(Lehrbuch der Anthropologie)》에서 괴테의 사고를 “객체적(objektiv)”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괴테 자신도 이러한 표현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객체적 사고란 사고가 사물과 분리되지 않고 사물 안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사물의 필연성 안에서 움직입니다. 괴테의 사고는 동시에 인식이었고, 그의 인식은 동시에 사고였습니다. 그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놀라울 정도로 발전시켰습니다. 괴테가 어떤 일을 구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창가에 다가가 마침 곁에 있는 사람에게 “3시간 뒤에 비가 오겠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말한 대로 되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작은 조각을 통해 앞으로 몇 시간 동안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객체(대상) 내부에 살고 있는 그의 진실한 사고는 다가올 사건이 앞선 사건에서 이미 예비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실제적 사고를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의 원칙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 사고가 정말로 실제적이 되고 시야가 넓어지며 세상만물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점차 사물과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바뀔 것입니다. 모든 행동을 변화시킬 현실적인 과정이 내부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자신의 사고를 이런 방식으로 사물 안에서 자라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연습을 통해 사고를 수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제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때에 올바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특히 실천해야 할 또 다른 연습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고가 세상사의 일상적인 흐름과 그에 수반되는 모든 것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을 받거나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쉬기 위해 30분 정도 누워 있으면 머릿속 생각은 수천 가지 방향으로 제멋대로 흘러갈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이것저것 삶의 문제에 빠져들 것입니다. 그가 깨닫기도 전에 그러한 것들이 그의 의식에 스며들어 모든 관심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그러한 사람은 적절한 순간에 올바른 생각을 떠올리는 경험을 결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적절한 순간에 올바른 생각이 떠오르기를 정말로 바란다면,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나는 내가 선택하고 내 자유 의지로 의식에 가져온 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가령 2년 전 산책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때 일어난 일을 의도적으로 기억하고 5분 동안만이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이 5분 동안 나는 마음속에서 다른 모든 것을 내쫓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이 주제만큼은 어려운 것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점은 힘든 연습을 통해 내적 흐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루의 일상적 흐름에서 자신을 얽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무작위로 책을 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날 아침 출근길 특정 시간에 보았던 것 중 평소 같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무언가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일상적 사건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 평소에는 생각도 안 해 봤을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연습을 체계적으로 반복해서 실천하다 보면 적절한 순간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필요할 때 올바른 생각이 떠오른다는 사실을 곧바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사고는 활성화되고 운동성을 갖게 됩니다. 이는 실제적인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데 특히 도움이 되는 또 다른 연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보통 하는 식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을 대충 기억해 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라고 해 보죠. 이러한 기억은 대체로 두루뭉술하고 뿌옇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의 이름만 기억해내도 만족스러워 합니다. 하지만 기억력을 발달시키고 싶다면 더 이상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어제 본 사람과 그 사람을 만난 길모퉁이, 그리고 거기에서 벌어진 일을 정확히 기억해내겠다.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전체 그림을 그리고, 그 사람의 코트와 조끼의 색상, 재단 상태까지 표상해 보겠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다음 연습을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제 만났고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억에 얼마나 많은 것이 부족한지 금세 알게 됩니다.
대체로 이것은 진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사람이 가장 최근의 경험조차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보통 사람이 사물과 사건에 대해 부정확하고 모호하게 관찰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한 대학의 교수가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명의 학생 중 단 2명만이 사건을 정확히 관찰했고, 나머지 28명은 부정확하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좋은 기억은 정확한 관찰의 산물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확한 관찰을 통해 확실한 기억이 얻어집니다. 기억은 영혼의 어떤 우회로를 거쳐서 정확한 관찰의 자식으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어제의 경험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그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가상의 것으로 그림을 채워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림이 완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갈색 코트를 입었는지, 검정 코트를 입었는지 잊어버렸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갈색 코트에 갈색 바지를 입고 조끼에는 이런저런 단추를 달고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노란색 벽이 있고 키가 큰 남자는 왼쪽으로 지나가고 키가 작은 남자는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일반적인 상황을 더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그림에 넣고, 기억할 수 없는 것은 상상력을 발휘해 내적 표상을 완성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부정확하지만 완전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서 더 정확히 관찰하게 됩니다. 이러한 연습은 계속해야 합니다. 비록 50번 시도하고 50번 실패하더라도 51번째부터는 만난 사람의 생김새, 옷차림, 조끼의 단추와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간과하지 않고 모든 세부 사항이 기억에 각인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연습을 통해 먼저 관찰력을 연마하면 정확한 관찰의 결과로 기억력도 향상될 것입니다.
기억하고자 하는 것의 이름과 주요 특징뿐 아니라 세부 사항을 모두 포함하는 생생한 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세부 사항을 기억하지 못하면 당분간 그림을 채워 넣어 전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마치 우회로를 경유한 것처럼 우리의 기억이 서서히 믿음직스러워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사고가 점점 더 실제적으로 되는지, 그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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