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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실제적 수련 - 루돌프 슈타이너 (1) 본문

인지학/발달론과 기질론

사고의 실제적 수련 - 루돌프 슈타이너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5. 20. 12:03

사고의 실제적 수련

 

1909118, 칼스루헤

루돌프 슈타이너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옮김

 

 

인지학은 매우 비실제적이며 삶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널리 퍼져 있는 까닭에, 인지학자가 사고의 실제적* 수련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는 게 어찌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비판적 의견들은 사물을 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가장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잡아끄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적 사고는 언제든지 우리의 감각과 감정으로 변형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확신을 가지고 삶을 만나게 하며 그 안에서 우리를 확고한 위치로 설 수 있게 해줍니다.

 

* ‘practical’의 원어는 ‘praktisch’이며, 우리말로 실제적인, 실용적인, 실질적인, 실천적인등으로 번역될 수 있다.

 

자신을 실제적이라고 부르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행동이 가장 실제적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소위 실제적 사고라는 것이 사실은 전혀 사고가 아니고, 단지 기존의 견해와 습관을 반복하여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실제적인사람의 사고를 완전히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또 통상적으로 실제적 사고라 불리는 것을 조사해 보면 그 사고에는 일반적으로 실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담겨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들에게 실제적 사고 또는 사고라고 알려진 것은 어떤 대상을 구성할 때 기준으로 여겨지는 어떤 권위자의 모범을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의 사고는 기존의 사고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비실제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진정으로 실제적인 것이 발명될 때를 보면, 그것은 그 분야에 대한 실제적 지식이 없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우표를 생각해 보십시오. 실제적인 우체국 직원이 발명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세기 초에 편지를 보내는 것은 아주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편지를 보내려면 가장 가까운 접수처에 가서 다양한 장부를 참조하고 기타 여러 가지 절차를 준수해야 했습니다. 오늘날 알려진 균일한 우편요금이 만들어진 것은 6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현재의 우표는 실제적인 우체국 직원이 아니라, 완전히 우체국 밖에 있던 누군가가 발명한 것입니다. 바로 로랜드 힐(Rowland Hill, 1795~1879)이라는 영국인이었습니다.

 

우표의 통일된 체계가 고안된 후, 당시 우편 업무를 담당하던 영국의 장관은 의회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비실제적인 힐이 예상한 것처럼 체계가 간소화된다고 해서 우편물의 양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런던의 우체국은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이 지극히 실제적인사람은 우체국이 우체국의 규모에 맞는 사업을 할 게 아니라 사업의 규모에 우체국을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비실제적인사람이 실제적인권위에 맞서 방어해야 했던 이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표는 편지를 보낼 때 당연히 어디서나 사용됩니다.

 

철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835년 독일 최초의 철도가 건설될 예정이었을 때 바이에른 의학협회의 회원들은 이 프로젝트의 타당성에 대해 논의한 뒤 철도를 건설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들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최소한 선로의 양쪽에 높은 판자 울타리를 세워 두뇌와 신경 쇼크로부터 대중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77년 전인 1835년에 독일의 뉘른베르크(Nürnberg)에서 푀르트(Fürth)까지 독수리號라고 명명한 열차가 최초로 운행을 개시했다. 시속 17km.

 

포츠담에서 베를린까지 철도를 계획할 때 당시 우체국장이던 나글러(Karl Ferdinand Friedrich von Nagler, 1770-1846)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포츠담까지 매일 두 대의 역마차를 운행하는데, 이 마차들은 결코 꽉 찬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창밖으로 돈을 내다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라면, 철도를 건설하지 않고도 훨씬 더 간단히 돈을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종종 실제적인”, 즉 자신의 실제적 능력을 믿는 사람들을 제쳐 놓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사고와 기존의 사고를 따르는 틀에 박힌 추론에 불과한 소위 실제적 사고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고찰의 출발점으로 제가 대학생 시절에 겪었던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처럼 기뻐하며 저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라딩어(Radinger) 교수님(당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치던 분)을 뵈러 가야겠어. 내가 방금 대단한 것을 발명했다니까. 작은 증기력에다 기계를 약간 손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거든.” 그 친구는 한시바삐 교수를 만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저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습니다. 얼마 후 교수를 찾지 못하고 돌아온 그 친구는 저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모든 것이 영구기관의 냄새를 풍겼지만, 그런 것도 뭐 언젠가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얘기를 다 듣고 난 후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래, 네가 생각해 낸 것이 정말 예리하기는 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쩐지 기차 안에 서서 있는 힘을 다해 밀며 기차가 달리기를 바라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게 바로 네 발견의 바탕이 되는 사고 원리야.” 그 친구도 곧 수긍을 하고는 교수에게 말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자신의 생각이 만든 껍데기 안에 자신을 가둬버릴 수 있습니다. 드물게 이것을 분명히 관찰할 수도 있지만 방금 인용한 일화처럼 눈에 띄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지 않는, 유사한 사례가 일상에는 아주 많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은 사고 과정의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차 안에서 밀면서 자기가 차를 움직이게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자기를 속여 가며 그렇게 열심히 노력만 안 해도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이 전혀 다르게 풀릴 텐데 말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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