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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의 국어교육 - 로이 윌킨슨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6. 21. 10:25

발도르프학교의 국어교육

 

로이 윌킨슨

 

 

모국어를 터득하는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방법은 듣기와 말하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물론 아동이 학교에 입학할 때에는 어느 정도 말할 줄도 알며 그들이 듣는 말을 이해할 줄도 알지만, 교사는 이러한 능력들을 더욱 계발시켜 주어야 한다. 이해하는 연습은 좀 시간이 흐른 후에 행해야 할 것이지만 말하는 연습은 즉각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 명확하게 모든 음절을 발음하며 완전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교사가 자신의 언어 생활에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이 단어와 문장을 명쾌하고 지성적이며 예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은 것을 전제한다.

 

말하는 능력은 학교 생활 전기간을 통해서 연마되어야 할 것이지만, 특히 처음 몇 년간의 학교 생활 중에는 언어의 건전한 면을 숙지하도록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시를 집단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낭송하는 것이다. 언어가 단지 의사소통의 도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라는 느낌을 학생들이 받을 수 있도록 이러한 목적으로 쓰이는 시는 그 예술성을 보아 선택된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를 배우기 전에, 특히 그 시가 기도의 속성을 지니고 있을 때에 학생들에게 시를 소개하고 약간의 준비를 시켜 줄 수는 있어도, 상급 학교에서 시의 구조를 배우기 전에는 절대로 시를 분석해서는 안 되며,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시를 완전하게 이해할 필요도 없다. 아동들은 각자 한 부분씩 맡아 다같이 시를 낭송할 때에는 매우 잘하다가도 하나씩 불러서 시켜 보면 쩔쩔매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화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만 6-7세의 아동이 자신을 표현하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라서 아이의 상상력에 불을 지펴 줄 모종의 자극이 필요하다. 들은 것을 다시 말하게 하는 연습에는 요정 이야기가 이상적이다.

 

이어서 8-9세의 아동에게는 동물 이야기나 우화를 추천할 만하다. 이 경우에는 동물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동물의 생김새나 특성을 설명하는 것이 준비 과정으로 있어야 하겠다. 그러고 나면 아동에게 이야기를 시킬 수 있는데, 교사는 이때 어떠한 설명도 해서는 안 되며 도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서도 안 된다.

 

학생이 학교 교육을 받을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은 대화와 작문의 두 영역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물론 각 연령에 특별한 교육학적인 가치를 갖는 중심 주제는 모두 다르다.

 

9세의 아동에게는 구약성서 이야기가 적합하고, 10세에는 고대사나 북유럽 신화가, 11세에는 중세사나 그리스 신화가, 12세에는 근대사와 로마 신화가, 13세에는 다른 민족의 설화가, 그리고 14세에는 다양한 민족의 학문을 배우는 것이 적당하다(슈타이너 교육학의 방법론적 근거는 물론 서구 문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마치 허친스의 교육 이론이 서구 문명을 기초로 하고 있는 점과 같다. 따라서 이를 우리 교육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방법론적인 각색이 필요하다. 동양 및 우리의 문화에 기초한 방법론의 개발 및 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 역자 주).

 

이러한 재료는 영혼에 영양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아동의 생각을 자라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이러한 이야기들이 다른 과목의 것과 통합됨에 따라 주안점은 바뀌겠지만 특별히 처음 3-4년간에는 다음 사항들이 중요하게 지켜져야 한다.

 

교사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말을 부풀리지 말고, 자신이 한 말이 마술과도 같이 학생의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 놓도록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즉시가 아닌, 좀 시간이 흐른 후에 학생이 이야기의 전체 또는 일부를 다시 말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그 이야기를 놓고 하룻밤 자며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다시 말하기 전에 교사가 그 이야기에 관해 대강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설명하려 들거나 도덕적으로 풀이하려 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담화는 교사와 학생간의 자유로운 대화의 형식을 지녀야 한다.

 

이야기를 구연해 보이는 것은 단순히 읽어 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때 화자는 약간의 연기를 해서 이야기에 생기를 더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교사라면 잔잔하고 조용한 이야기는 무기력한 기질의 아동에게 시키고, 신나는 이야기는 다혈질의 아동에게 시키는 식으로 전체 이야기의 각기 다른 부분을 다른 기질의 아동에게 나누어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라면 교사가 이야기에 대해 말할 때에 각 기질의 아동에게 차례로 흥미를 끌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말하는 내용과 방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말을 하고 들은 것을 다시 말하게 하는 학습 재료로 특정 이야기를 이용한다고 해서 그 이외의 대화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교사는 아동이 그 자신의 경험에 관해서 뭔가 말을 하도록 부추겨야 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서나 기억을 해내는 데서 어려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아이를 윽박지르지 말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교사는 아동이 말할 때에 생기는 용어 선택이나 문법의 오류를 수정해 줄 수도 있을 것이며, 올바르게 듣는 것이 올바르게 관찰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아동이 제대로 들었는지 관찰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쓰기와 읽기

 

정확하게 쓸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활동은 '읽기와 쓰기'로 지칭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글에서는 쓰기가 읽기에 앞서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순서를 바꾸어 부르기로 한다. 신체적인 행동이 지성적인 행동에 선행해야 하는 것이다. 아동이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지성적이기보다는 아동의 본성에 부합되게 좀 더 의지적이고도 활기 있게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덧붙여 말하건대, 인간은 읽기보다 쓰기에 좀 더 전적으로 종사할 수 있다.

 

근래에 대두되고 있는 조기 교육은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에 해롭다.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은 10-11세 즈음에 배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회적·관습적 이유로 해서 아동이 이러한 것을 더 일찍 배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원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읽고 쓰는 법을 나중에 배운 사람이 더 훌륭한 작가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더 건전한 작가가 될 것은 분명하다.

 

쓰기가 문명화된 삶의 관습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아동에게 글자는 별 의미를 갖지 않는 추상적인 형태일 뿐이다. 따라서 교사는 글자에 약간의 현실감을 부여해서 아동에게 해롭지 않은 예술적인 방법으로 글자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학생들이 직선, 곡선, 원, 또는 고리 모양을 따라 달린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온 몸을 이용해 글자의 형태를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후에는 이러한 모양을 따라 팔을 움직이도록 시켜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모양을 종이에 그려 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동이 선을 두 가지의 색이 만나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색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러면 교사는 어떻게 쓰기를 통해 말소리가 전달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한 문장을 들어서 문장 안에 어떻게 단어가 들어 있고, 단어 안에 어떻게 글자가 들어 있으며, 글자는 어떻게 음운에 상응하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음운은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교사는 자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하나 들어서 상상적인 방법으로나마 그 자음이 어떤 그림으로부터 발전한 것인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필기체로 쓴 대문자로 이러한 작업을 시작해 볼 것을 추천한다).

 

모음의 경우에는 이것이 조금 다르다. 자음이 바깥 세상의 무엇인가에 대한 표현이라면 모음은 내적인 경험, 곧 감정의 표현인 것이다. 감정과 쓰여진 글자 사이의 연관을 보여 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의 모음이 무질서한 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A("아"라고 발음한다)는 바깥으로의 개방으로, O("오")는 감싸안음으로, 그리고 U("우")는 안으로 밀폐시키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내뱉는 숨의 모양새에서 이끌어 낼 수 있겠다.

 

이러한 방법으로 알파벳 전체를 훑을 필요는 없지만 글자 뒤에 뭔가 실제적인 것이 있음을 아동이 충분히 알아차리도록 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이 방면으로, 대문자를 가르친 후에 소문자를 다루려 할 때에는 교사가 상상력을 많이 동원하는 것이 좋겠다.

 

갖가지 모양을 그리는 법을 가르칠 때에는 직선이나 곡선 등의 모양보다 좀 더 복잡한 형태를 그려 보거나 대칭형이 되도록 주어진 그림의 나머지 반쪽을 완성하게 하는 것이 예술적인 기질을 형성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술적인 형태들을 만들어 보고 자신이 그린 선을 눈으로 쫓아가 보면서 학생들은 글자 모양을 그려 보는 데서 즐거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글자 모양을 그리며 학생들은 주위 환경을 사랑하는 법과 책임감도 배우게 된다. 이렇게 1년이 지나면 학생들이 몇 마디나 간단한 문장 하나를 쓸 수 있게 되고, 2년이 지나면 받아쓰기를 하거나 간단한 설명을 쓸 줄 알게 될 것이다.

 

읽기는 자신의 글을 읽어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런 후에 차츰 인쇄된 글도 읽게 되는 것이다(이것이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것을 어떻게 가르칠지는 교사의 재능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책들이 지극히 상투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읽기의 교재로 쓸 책을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훌륭한 교사라 그 가운데 나은 책을 구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문법

 

9세에 이르기까지 아동과 언어가 맺는 관계는 사뭇 감성적이다. 이성적인 면은 그 이후에 등장하게 된다. 9세에서 10세에 이르기까지의 아동은 바깥 세상을 좀 더 인식하게 되어, 이때가 되면 문법을 가르칠 수 있다.

 

문법은 인간 사회와 관계를 맺고 있어서 언어와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동사에는 의지적인 면이 있고, 명사에는 지적인 면이 있으며, 형용사에는 감성적인 면이 있다. 아동이 자신의 회화에서 동사, 명사, 형용사 등을 이미 구사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있다. 마음이 깨어나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동에게 문법 용어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단어들의 각기 다른 기능들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어떤 단어는 목적을, 다른 단어는 행동을 표현하며, 또 다른 단어는 묘사에 쓰이는 것이다. 문법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아동들은 교사가 말하거나 교재를 읽어 주는 과정에서 구문론과 구두법을 배울 수 있다. 자세하게 필요한 사항들은 교재에 있겠지만 교사는 항상 그 교재를 생기 있게 읽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철자를 정확히 하는 것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이유로 인해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이제 보고서 작성과 작문, 그리고 문체에 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실험에 의하면 실제로 정확히 보고서를 쓸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따라서 자유롭게 작문을 하기보다는 보고 들은 것을 기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서의 관점은 진실성 여부에 있다. 진실을 밝히지 않았을 때에는 그에 따르는 사회적 결과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아동들은 진실을 말하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이렇듯 보고 들은 바를 기술하는 방법 외에 업무 서신 작성하기를 연습하는 것도, 그 결과 자신을 글로 명확하게 표현할 줄 알게 된다는 점에서 추천될 만한 방법이다.

 

사춘기 전의 아동은 자유로운 작문을 감당해 낼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할지라도 교사는 우선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서 아동들이 일정한 분위기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지니고 있는 생기가 학생들의 생기를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의 글을 정정해 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체는 미적인 인식과 연관된 성질의 것이다. 시가 갖는 가치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대략 12세가 되면 아동들은 언어의 미적인 면에 눈뜨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있다. 서사시, 서정시, 극시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시가 고려될 수 있겠다. 문장을 조잡하게도, 또 예술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언어는 그것이 말해지는 형태에 따라 예술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언어의 음성학적인 면이 고려되어야 하겠다.

 

상급 학교에서 글자에 의해 표현되는 소리에 관한 심화 학습을 동해 예술로서의 시를 일정 기간 동안 배우게 되면 언어의 미적인 면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슈타이너가 문학 수업에 대한 지침을 많이 내놓기는 했지만 독일 학교를 염두에 둔 것들이라 영어와 독어에 많은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침들이 영어의 언어 체계에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경험 있는 영어 교사인 허친스가 고안한 교과 과정은 슈타이너의 지침에 적합한 내용과 그밖의 바람직한 내용과 대안들을 담고 있다. 교사들은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겠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다음의 개요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1학년에서부터 8학년까지의 학급에서 쓸 수 있는 수업 교재는 앞에서 이미 언급되었다. 덧붙이자면 10-11세부터는 자서전 종류가 교재로서 매우 적합하다. 자서전은 다른 작품과 연관지어 사용해도 좋다.

 

11세의 아동에게는 인도, 페르시아의 이야기와 이집트 신화가, 12세의 아동에게는 로마나 오디세이의 이야기, 킹슬리(Charles Kingsley)의 「영웅」, 그리고 역사나 지리 수업과 연관된 역사 소설과 여행기가 수업 교재로서 적합하다. 「샤를마뉴 대제와 그의 12용사」, 「베른의 디트리히」, 「로빈 훗」, 그리고 「아더왕」에 관한 이야기는 꼭 읽혀야 할 것이다.

 

14-15세가 되면 셰익스피어와 디킨즈에 관해 배울 수 있고, 16세에는 인간의 성장이나 지난 3세기간의 문학·사회사와 관련된 그리스 희곡, 초서(Chaucer), 랭랜드(Langland),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의 문학을 배워도 좋다. 마지막 학년에서는 근대 문학의 사상 몇 가지를 배우고 가능한 한 원대한 세계상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마무리해 주어야 한다.

 

 

 

 

 

[출처 : 로이 윌킨슨, 고려대 교육사 ·철학 연구회 옮김,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론>, 내일을 여는 책, 1997 : 111-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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