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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1)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12. 9. 15:43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것, 그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여 어린이집과 학교에 갈 만큼 돌보며 키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복과 같은 일입니다. 하루 하루 아이가 주는 경이로움과 사랑, 그 감사함이 육아의 어려움보다 더 크셨으면 합니다.

 

지금 저의 아이는 일곱 살이라 내년에 학교를 가게 되는데요, 육아를 하면서 발도르프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던 경험이 저에게는 참 소중했습니다. 덕분에 아이에게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줄 수 있었고, 노래를 불러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나름의 교육 원칙도 확고히 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을 함께하시는 부모님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올해 초 <부모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라는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른의 인생주기에 대해 궁금해 하셨지요. 슈타이너의 7년주기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해당이 됩니다. 우리의 몸이 완전히 발달하는 데는 20년 가량이 필요하지만 영혼과 정신이 성숙하는 데는 평생이 걸립니다. 자아가 형성되고 독립하는 데 대략 20년이 걸린다면, 그 이후의 삶은 자아의 성장과 실현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발달과 성장의 핵심은 자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정신적이고 고유한 자아를 가진 존재이므로 존엄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기초는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우리 사회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심각하게 적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군대 같은 경우에는,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졌겠지만 여전히 병사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합니다. 예전에는 아예 사람 취급을 안 하고 고생을 시키기도 했다죠. 군대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사회라는 건 직업과 관련해서도 많이 느낍니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택배 기사, 식당 점원 분들에게 갑질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험하고 어려운 일을 해 주시는 분들이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나오지요.

 

오죽하면 어떤 분들은 출근하고 살아서 돌아오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일까요. 비정규직으로 인력을 채용해 안전장치 없이 위험하게 일을 시키는 직종이 아직도 많습니다. 과로는 일상적이고요.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을 해도 중대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그냥 벌금 내고 마는 경우가 흔한데요. 관련 법 개정이 올해 제대로 될지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소수자 차별, 약자 혐오도 정말 관심 갖고 고쳐야 할 문제들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교육에서도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초등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교사로서 제가 정작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교대에서는 아이들의 학년별 발달이나 기질적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첫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이 4학년이었는데, 이 아이들의 발달적 특징이 무엇인지, 이 시기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의지적으로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 아는 게 없어서 좌충우돌을 해야만 했습니다.

 

학교교육의 초점은 지식의 전달, 즉 국가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초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이 국가교육체제는 계속해서 아이들로부터 눈을 떼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초임 당시 저는 어떤 느낌을 받았냐면, 수의사로 비유하자면, 수술은 꽤 하는데 강아지의 종류나 고양이의 특성은 잘 모르는 그런 수의사 같다고 할까요. 제가 그런 교사로 길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발도르프 교육을 접하며 감명받았던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주 잘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육은 오로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 머릿속에 무언가를 넣어주려고 하기 전에, 그 대상인 아이들에 대해 잘 아는 게 먼저겠지요. 아니, 아이들 이전에, 인간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우선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주기를 먼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슈타이너의 7년 주기 발달론처럼 동양에서도 인간의 발달을 7-8년 주기로 보았습니다. <황제내경> 같은 의학서에서는, 여성은 7년 주기, 남성은 8년 주기로 발달의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지요. 실제로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보다 발달이 더 빠릅니다. 물론 사람마다 개별적으로 발달의 주기는 다 다르지요. 그래도 평균적인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략 7년 주기 발달로 봤을 때, 0세에 물질적인 몸이 태어나고(출생), 7세까지스스로 몸을 만들어 갑니다(신체 발달은 21세까지).

 

7세가 되면 신체 기관의 기본적 형성이 매듭지어져, 몸 안의 활기가 내적인 힘으로 바뀌는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갈이입니다. 아이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연스러운 발달의 경로를 따라 온몸의 신체 기관을 새롭게 형성합니다. 그 마무리가 우리 몸 중에서 가장 단단한 치아의 변형인 것입니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하는 만 6세에서 7세쯤이 되면 이제 학교 갈 준비가 마무리됩니다. 이때에는 기억력이 강해지고 본격적으로 학습이 가능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까지는 학습 면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영유아기의 발달을 지켜주는 것이죠.

 

발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볼까요. 요즘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지 시장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자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아이들은 7세 때까지 마음껏 놀면서 자기 몸의 형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손발로, 몸을 움직이면서 자유롭게 놀면서 세상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너무 일찍 문자를 알려주려고 한다면, 비문자 시기의 판타지적 풍부함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문자가 없던 시기, 원시시대 사람들은 현대인들보다 감각적인 능력이 더 뛰었나고, 정신적인 세계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판타지가 풍부한 놀이와 이야기, 그림, 노래 속에서 커다란 행복을 느끼며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런 소중한 발달단계를 너무 일찍 끝내버리는 것은 아이를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7-14세에는 가슴으로 세상을 만나고 느끼는 게 발달상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여전히 손발로 세상을 만나고, 지적인 학습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점이 되는 것은 가슴으로 세상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담임선생님의 안내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때 아이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큽니다. 따라서 초등교육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즉 다양한 예술과 기술, 학문, 사회적이고 문명적인 것들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느끼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14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에게는 아스트랄체 또는 감정체가 탄생하는데요, 이는 쉽게 말해 마음이 독립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마음은 내 거야,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할게, 이런 말을 많이 하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님 보시기에 마음에 안 드는 짓을 많이 할 것입니다.

 

아이들은 감정생활이 독립하면서 반감이 강해지고 그것이 불만이나 분노,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쉽게 폭발하기도 하고요. 부모는 딱히 변화가 없으나, (, 엄마에게는 갱년기가 올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대격돌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다...) 아이는 지금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급격한 변화가 오는 시기이므로 충분히 준비를 한 부모에게도 타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의 사춘기를 지금부터 잘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14세에서 21세까지, 청소년 시기의 과제는 내적 권위를 찾는 것입니다.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어가는 시기이므로 합리적 사고방식을 배우고 다양한 진로 관련 경험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자아가 독립하면 내가 알아서 할께.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간섭하지 마.”라는 말을 많이 하겠지요. 자아의 독립은 곧 사고생활의 독립을 뜻합니다. 이제는 어른이 된 것이고, 어른의 특징은 남의 말을 잘 안 들으려고 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자아가 독립된 어른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게 맞습니다. 자기 생각, 자기 원칙이 다 있는 거죠. 물론 부모님은 이미 그 시기를 다 경험했고 온갖 시행착오을 겪었기 때문에 경험에 비추어 자기 생각을 펼쳐나가지만, 이 시기 아이들은 충분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원칙만 내세우기 쉽습니다. 좀 경직된 모습이기도 한데, 관념적 원칙주의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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