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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2)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12. 10. 13:41

이제는 성인기인 20세 즈음부터 이야기해볼까요. (21-28. 4번째 7년 주기)

보통 스무살이 넘으면 어른이 되지만 30세가 되어도 자아가 약해서 두 발로 서기 힘든 분들이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어도, 아이가 아이를 키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 키우는 일이 남들보다 무척 힘이 듭니다. 이건 비판이 아니라 안타까운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완전한 어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요.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부모가 되었다면 아이를 통해서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보자면, 아이는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 지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어른은 자기가 했던 말, 행동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아이가 있다면 우리는 그 아이를 두고 어른스럽다고 하지요. 이에 비해 철 없이 행동하는 어른에게는 어린애 같다라고 합니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는 바로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20대가 되면 어른이긴 한데 아직 초보 어른입니다. 자기 자신, 나 하나만 책임져도 되는 시기지요. 아이가 스무살이 넘어서 자기 앞가림을 혼자서 한다면 부모는 주변으로부터 극찬을 받을 것입니다. 장학금으로 학비도 충당하고 용돈도 벌고 연애도 알아서 하고 부모님 선물도 사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대체 어떻게 키웠길래 그럴 수 있냐고 주변의 부러움을 살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20대는 자기 자신만 책임을 져도 아주 훌륭한 어른입니다. 이들의 욕구를 들여다보면, 무언가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아주 큽니다. 자기가 직접 세상과 부딪쳐 보고 싶은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보고 싶고, 얘기해 보고 싶고, 생각만 했던 걸 직접 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시기입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고 다양한 직업적 체험을 하고자 하며 외국에 나가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미숙합니다. 자아가 독립되었다고는 하나 구체적으로는 감각혼이 독립되었을 뿐입니다.

 

감각혼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기의 특징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고 싫은 건 꼭 해야 하는 일도 정말 하기 싫고 그렇지요. 합리적이기보다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떠신가요? 저는 좀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20대 때에 치열하게 도전하고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과 공부만 하고 얌전히 산 사람의 삶은 천지차이일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실패를 해도, 시행착오를 해도, 좀 미숙해도 다 허용이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시기와 비교하여 이 시기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체력입니다. 21-28세 사이에는 체력적으로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지요. 그 이후 시기와 비교를 한다면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때의 체력이 육아를 위해 마련된 인류의 생물학적 프로그램일 거라고 하던데요. 맞는 것도 같습니다. 다만 아직 자기중심적이어서 자기 관심사에 더 열중하느라 육아에는 좀 소홀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대 후반 30대 중반으로 넘어갑니다. (28-35. 5번째 7년 주기)

이 시기는 대체로 직장을 얻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기르는, 아주 바쁜 때입니다. 이때가 되면 과제가 달라집니다. 감각혼 시기처럼 살면 욕먹기 십상이죠. 어른이 되어 가는 또 하나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결혼을 하게 되면 나만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일정 부분 배우자도 책임지고 배우자의 가족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결혼을 하면 결혼 전에는 관심도 없던 우리집 대소사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은 기본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책임질 일이 늘어서 그렇습니다. 만약 결혼생활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건 특별한 배우자를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하시고 배우자에게 잘 하시길 바랍니다.

 

이 시기는 지성혼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각혼의 시기보다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서 감정적 대응보다는 자초지종을 따지고 객관적으로 사고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때 판단의 근거는 좋고 싫음이 아니라 옳고 그름입니다. 물론 좋고 싫음에 따라 판단하고서 옳고 그름으로 합리화하는 모습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일수록 시시비비를 정확히 따지길 좋아할 수 있는데, 지나치면 모두를 피곤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확고해질 때마다 한발 물러나 감정적인 측면을 살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성혼 시기의 주된 과제는 지상에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직장에서도 가장 많은 일을 하는 시기이고, 주거도 마련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아주 바쁩니다. 승진도 해야겠고, 투자도 해야겠고,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남들만큼은 살려고 애를 쓰기도 하지요. ‘그때 아파트 사놓을 걸... 주식 지금 들어가도 되나?’, 이런 후회와 불안, 번민도 큰 시기입니다. 살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입니다. 20대가 오로지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면, 이때는 내 가정, 직장내 내 팀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시기입니다.

30대 중후반이 지나면... 또 변화가 옵니다. (35세-42. 6번째 7년 주기)

30대 중반이 지나면 인정하긴 싫지만 노화를 체감합니다. 늙는다는 것, 이것은 우리가 아주 두려워하는 주제를 맞닥뜨리게 합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무의식적이긴 하지만 노화와 죽음은 내 안에 새로운 질문이 생기게 합니다. 아주 본질적인 질문이지요. 내가 잘 살고 있나?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이게 내가 진짜 원했던 삶일까?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질문이 진지하게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과 직면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성찰이나 반성 없이 지나가기도 하겠지만, 예민한 사람들, 특히 예술가 또는 작가 같은 사람들은 더 심각하게 이 순간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울해지거나 술에 의존하게 되기도 합니다. 외국에는 마약으로 커리어를 망치는 뮤지션, 작가, 화가 들이 제법 많습니다. 엉뚱한 일에 돈을 쏟아붓는다거나 특정 정치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모습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불안을 무언가에 의탁하고 싶은 마음이 바로 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 해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이 들 것입니다. 어떤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외면하려 해도 나이가 들고 늙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35-42세 시기가 되면 노화를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지요.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 탈육화의 시기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대략적으로 20대를 감각혼의 시기, 20대 말에서 30대 중반까지를 지성혼의 시기라고 부릅니다. 영혼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것인데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습니다. 물질주의자들은 마음이라는 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모든 것은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요즘 뇌과학자들은 오히려 는 두뇌가 아니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의식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영혼이란 실재하는 걸까요? 인지학에서는 실재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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