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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4)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아이의 발달주기, 부모의 인생주기 (4)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12. 14. 16:09

사회적으로 우리는 전환의 시기에 와 있습니다

 

2011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지요. 그러나 더 이상 언론에서도,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이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이겠지만 실제로 일본은 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멜트다운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에서는 군인들을 동원해 노심융해를 막았지만, 일본의 경우 그런 희생을 감내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고 촛불혁명 등의 일이 있었지요. 그러나 여전히 적폐 세력은 존재합니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붙잡고 있는 집단은 민주주의, 정의... 그런 건 필요없다고 말합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존엄하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들의 기득권은 영원해야 하고, 대부분의 민중은 개돼지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그걸 우리는 여전히 체감하며 살고 있지요. 언론이 검찰의 저항이나 종부세 문제를 다루는 걸 보십시오.

 

박근혜 정부 때는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키울 수는 없겠다, 이민이라도 가야겠다, 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있을까요? 사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7-8년 정도 남았다고 하지요. 이 짧은 시기 동안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지구의 회복탄력성은 끝난다고 경고니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그러면 인류는 멸종의 상황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지니까요.

 

이제는 그럭저럭 적당히 살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통용될 수 없습니다. 뭐랄까요, 지금은 깨어나야 하는 시기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깨어나고 있지요. 대표적인 것이 여성인권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0년 전에는 여성들이 극심한 차별을 당연한 것처럼 견뎌야 했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프랑스에서는 여성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사람이다!” 이 주장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지요.

 

저는 발도르프 교육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진실성을 담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지성으로만 무엇을 하려고 할 게 아니라, 자기중심성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이 상황이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따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그것을 가르치는 교육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의식혼 수준 이상이 되어야만 온전히 펼질 수 있는 교육입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40세가 되면 불혹이라고 공자님이 말씀하셨지요. 그건 공자님한테나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42-49. 7번째 7년 주기)

실제로 우리에겐 40대가 미혹의 시기입니다. 인지학에서는 이때를 정신자아가 탄생하는 시기라고 하지만, 아직 의식혼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의식혼 수준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불혹이 되려면 우리의 뜻이 확고해져야 합니다. 세상 이치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하고 여유롭고 너그러워야 하겠지요. 물론 노화는 본격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신체적으로는 소화기 장애가 시작됩니다. 40대에는 신진대사기관에 어려움이 많이 생기고, 50대에서 심장이나 폐 같은 순환기관, 60대에는 두뇌 같은 신경기관에 질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초기발달과 정확히 거울처럼 대비되지요.

 

이 시기의 과제는 직장이라면 주니어들, 즉 더 젊은 세대들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를 이끌어 주고 지역사회에서도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내 가정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과제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뭔가 마음이 공허해지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식에게 집착을 한다든지, 쓸데없는 일에 과소비를 한다든지, 뭔가 엉뚱한 일을 하기 쉽습니다. 그게 미혹이지요.

 

자기중심성을 극복하고 합리성을 유지하며 자기 주변을 챙겨야 하는 시기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영어가 된다면 싸이언스지, 네이쳐지 같은 잡지들을 보면서 최신 과학 분야의 소식들도 좀 접하시길 바랍니다. 안 되면 과학동아 같은 잡지도 좋습니다. 저는 스켑틱이라는 잡지를 종종 구독하는데요, 나름대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0대는 지역사회를 넘어, 이 세상 전체, 인류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입니다.(49-56. 8번째 7년 주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인류 전체의 복지를 위한 실천에 관심을 갖는 게 좋겠지요. 이 시기는 젊은 세대들의 부모역할을 해야 합니다. 단지 내 아이들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교육과 삶에 깊이 관심 갖고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종교적이고 예술적인 면에서도 좀더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하고, 자기세계를 성숙하게 쌓아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그저 대중문화에만 노출되고 나이가 들면 50대에는 정말로 공허한 마음, 어떤 두려움이 지배할 것입니다. ‘나는 대체 뭐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으로 우울해기도 쉽겠지요.

60대가 되면 이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56-63. 9번째 7년 주기)

인지학적으로는 63세가 되면 발달주기가 마무리됩니다. 40대에서 60대까지는 탈육화의 시기라고 부릅니다.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자신의 카르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영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인 오늘날에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평생 가정주부만을 하고 살다가 70대가 되어 작가로 성공할 수도 있고, 회사원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패션모델로 데뷔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인생에서 뭐 대단한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는 것, 나아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계속 뭔가를 배우는 것, 세상의 변화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 등이 중요한 것이지, 이름을 알리고 권력을 추구하고 기득권 세계에 진입하는 것 등은 신기루 같은 일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왜 이 세상에 왔을까, 내 소명은 뭘까, 내가 계발해야 할 것은 뭘까...를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다면 비교적 충만한 삶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부끄럽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저마다 특수성이 있는 것이고, 남이 뭐라 뭐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함께 모여 이상을 추구하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런 공동체를 귀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자연스레 귀중한 가치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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