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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전문]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 박주환 미카엘 신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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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 박주환 미카엘 신부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11. 6. 14:50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미카엘 신부님

https://youtu.be/_E587H-8_pI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주환 미카엘 신부입니다. 종교 사기꾼들과 마귀들을 쫓는 미카엘 신부입니다.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조문하는 리본에 근조라는 단어를 빼고 검정 리본만을 착용하는 것은 "당신의 죽음이 안 됐기는 하지만 나와는 무관한 일이다"라는 표식입니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애도만을 강요하고 정치적 악용을 이유로 원인 규명이나 책임 소재를 물어서는 안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연일 방송과 sns에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상이나 조문의 문(問)은 죽음의 원인이나 상태 등을 묻고 망자에 대한 슬픔에 공감하며 남은 유가족들을 위로한다는 뜻입니다. 죽음의 진상에 대한 의문과 애도는 슬픔과 상처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같은 의미의 하나의 단어입니다.

위패와 영정도 없는 곳에서 '근조'라는 단어조차도 가린 채 검은 리본을 달고 동냥하듯 하는 가증스러운 참배로는 결코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는 말입니까.

경찰이 유가족들을 분향소에서 끌고 나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분노합니다. 시민들이 비탄에 잠겨 슬퍼하는 이때에 "너희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빛내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며 막말을 쏟아내는 천공이라는 자와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공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망언을 쏟아내는 전광훈이라는 자는 필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하하는 자들인 바, 이러한 자들에게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그 존재 이유를 이미 상실하였습니다.

분향소에서 유가족을 끌어낼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 시민들은 이들을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젊은 청춘들의 안타까운 희생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사'를 '사고'라 부르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기하라는 정부의 지침은, 이 일이 자신들과 무관한 일임을 만천하에 알려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발상에 불과합니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이들에게 저항하고 이들을 끌어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하신 뒤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떼시는 것이 좋겠다며 조언한 사람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똑똑히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지난 10월 29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그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가톨릭 운동단체 회원 2천명을 만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 현실에 관심을 두며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토는 '내 알 바 아니야'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해'입니다. 인간의 비참은 불행한 소수에게 닥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불의의 결과입니다. 이 같은 불의는 항상 근절해야 합니다."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사람의 목숨을 발판 삼아 나라를 빛내게 하자고 떠들고 해묵은 종북몰이로 전쟁의 위협을 부추기게 하는 희대의 종교 사기꾼들과 더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책임을 회피하며 애도를 강제하고 정부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이 윤석열 정권을 향해 다 함께 외칩시다.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퇴진하라! 퇴진하라!

감사합니다.

 

*

 

2014년 8월 18일, 한국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기자가 물었다.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고 다녔고, 그날 귀국 길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습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 서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를 생각하면 그 고통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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