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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3) 본문

책소개 및 서평/발도르프교육 및 인지학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3)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4. 8. 19:16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3)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말년의 슈타이너에게 발도르프학교는 커다란 희망이자 골칫거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학교를 방문했고 교사들과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하곤 했다. 교사회의에 참여하면서 그는 해야 할 말을 돌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노트를 들고 들어가 그걸 보면서 수업하는 교사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교사가 철저히 준비하지 않아서 공책에 적어온 것을 들여다봐야 한다면, 그 즉시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필수불가결한 내적 접촉이 중단됩니다. ...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먼저 구체적으로 그린 다음에 그 구상을 마음 속에 품고 교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139-140)

오늘날에는 책을 읽어주는 교사의 문제보다 컴퓨터를 지나치게 이용하는 교사의 문제가 클 것이다. 수업 내용이나 그림, 동영상을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면 그 빈도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아이들과 교사의 내적 연결을 도울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교사와 직접적인 끈으로 연결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슈타이너는 체벌을 가하는 교사가 학교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주 냉정하게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침 규율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일종의 전설적인 의미가 있는 의문을 하나 제기하겠습니다. ...이 의문과 관련해 이러저러한 것을 암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의문이란, 발도르프학교에도 아이들을 때리거나 뺨을 치는 교사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 규율은 체벌한다고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실로 아주 많은 것들이 망가집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발도르프학교 교사의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158-160)

슈타이너는 보건 문제와 관련해 교사들에게 강의를 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활용해 중요한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이것은 수업보다 생활태도와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교사 자신의 성장을 위해, 그리고 다른 하나는 교사회의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지점을 짚어준다.

"옛 시대 사람들은 교육이 곧 치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 유기체는 사실상 언제나 그 자체를 통해 병적인 상태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르침과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치료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교사 각자가 특정한 의미에서 자기 아이들을 위한 의사라는 의식을 뼛속 깊이 새긴다면, 정말로 대단히 유익할 것입니다." (141)

"교사는 자신을 극복하는 예술을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급 아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교사는 자신을, 즉 자신의 사적인 인간을 교실에 함께 데려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수업에서 다룰 내용을 통해서 될 그 사람에 대한 그림을 지니고 교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141)

"'수업은 바로 나 자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무뚝뚝한 사람인데 수업을 할 때는 재미있는 사람이 된다.' 교사는 바로 이 정서를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야 합니다. ... 여러분이 교실에 제대로 존재함으로써 아이가 수업 내용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윤리 상태는 아이들의 보건에 지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142-143)

교사진의 관계에 대해 한 행정 위원은 "교사 회의에 참석해 별관심 없이 그저 앉아 있기만 하는 분위기는 반드시 사라져야"(149)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교사는 "교사 회의에 별로 좋지 않은 기운이 감돌고"(151) 있다고 보고한다. 이에 대해 슈타이너는 "교사 회의에 대한 위화감 때문에"(151)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학교의 수업 수준은 상당히 향상되었지만 "교사진에는 특히 상호 교류에 있어서 냉정한 기운이, 얼음장같이 냉랭한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가 강조하는 것은 교사회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 각자가 스스로 노력하는 마음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교사 회의를 마치고 나갈 때 어쩐지 묵직하게 짓눌리는 듯해서 뭔가를 털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여러분 자신이 자세를 바꾸어 문제를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다음 회의에서 다른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있을 것이고 여러분 자신도 편안하게 느낄 것입니다." (151-152)

"교사 회의에 무엇을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교사 회의에 기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여러분 각자가 내적으로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152)

"교사 회의는 각자가 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내놓는 자리입니다. 문제는 교사들이 평소에 서로 그저 스쳐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마주 보고 미소 짓는 일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 그래도 교사들 상호 간에 다음과 같은 자세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저 교사가 나한테 보이는 감정은, 내가 그를 좋아해서 혹은 싫어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발도르프학교 교사라서 그런 것이다.'" (154-155)

"'우리 발도르프학교 선생님들 모두와 함께 이렇게 한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기뻐 죽겠다!' 어째서 교사진에 이런 분위기가 충만하지 않은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156)

'부드러운 베개'와 같은 교장의 역할이 없는 발도르프학교에서 교사회를 꾸려가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기질이 강한 사람은 강하게 발언하겠지만 약한 사람은 움츠러들 것이다. 서로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이 싹트고, 일처리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은 교사회 내에 권력관계가 고정되는 것이다. 주도권을 쥔 누군가 또는 소수집단에 의해 교사회가 좌우되는 것은 발도르프교육의 정신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발도르프학교 교사라면, 역시 다른 방식으로 서로 조우해야 합니다."(155)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나는 회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로를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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