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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2) 본문

책소개 및 서평/발도르프교육 및 인지학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4. 6. 11:31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루돌프 슈타이너와 교사 간의 논의"

- <발도르프학교의 아이관찰>을 읽고 (2)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발도르프 교육의 인간학은 우리 인간이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 자아로 이루어져 있다는 관점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서 물질체와 에테르체가 신체의 영역으로 묶인다면, 아스트랄체와 자아는 의식적인 영역으로 묶이게 된다. 머리가 큰 아이, 즉 집중력이 약하고 분명하게 사고하는 게 어려운 아이는 아스트랄체와 자아가 신경-감각 체계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어려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일 아침 머리를 시원한 물로 씻고, 학교에서도 종종 쉬는 시간에 세수를 하는 식으로 (머리) 신경-감각 체계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에 비해 머리가 작은 아이는 지엽적으로 사고하거나 손발 협응을 잘 못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은 아스트랄체와 자아가 아이의 신진대사-사지 체계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는 아침에 또는 저녁에 아이의 배를 따뜻하게 찜질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손발을 사용하는 운동을 하고 너무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대화를 통해 고민을 털어놓게 하는 것이 좋다.

 

또 내적 안정성이 없는 아이의 경우, 이것은 "아이가 유기체 속에서 특정한 의미에서 자신을 잃어버리는"(130) 것이다. 이 아이들은 심한 설사나 야뇨 증세로 고생을 하고, 사지를 움직이는 게 서투르며, 물건을 잘 잡지 못해서 떨어트리곤 한다. 교사는 이 아이들이 "연필을 제대로 잡는지,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요령 있게 잡는지"(130) 등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도록 주의를 주는 게 좋다. 슈타이너는 아이의 음식에 고추나 후추를 아주 조금 넣어 주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발도르프학교에서 보건적인 수업이란 교사가 수업 자체를 통해서 두 양극인 신경-감각 체계와 신진대사-사지 체계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이다. 이 두 체계의 상호 관계에서 균형이 깨지면 리듬-순환 체계, 즉 호흡과 혈액 순환에서 불규칙한 모습이 드러난다.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수업 안에 육화의 요소와 탈육화의 요소가 적절하게 번갈아 가며 행해졌는지의 문제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아이들 내면으로 들어가게 하는 요소와 밖으로 나오는 요소를 잘 사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슈타이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교실에 들어가서 두 시간 동안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어떻게든 한 번도 웃기지 못하는 사람은 사실 교사가 되기에 부적절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아이들이 육체 주변부로 나갈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35)

 

"수업 중에 어떤 것으로 감동을 주어 아이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못하는 사람도 역시 교사로 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웃기고 울리는 극단적인 분위기가, 희극성과 비극성이 수업에 번갈아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35-136)

 

수업 중에 아이들이 긴장을 풀고 웃음을 터뜨리는 것은 날숨과 같다. 그리고 진지하게 집중하고 감동을 받는 것은 들숨과 같다. 만약 수업에 날숨만 있다면, 또는 들숨만 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슈타이너는 여기에서 교사의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인데, 이것은 자기 기질로부터의 자유이기도 하다. 우울질이 강한 교사라 해도 교실에 들어가서는 다혈질적이고 담즙질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일종의 연극처럼 꾸며서라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서 슈타이너는 당시의 고지식한 문법 수업을 강하게 비판한다. 사실상 문법은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며, 대단히 지상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다. "주어, 목적어, 직설법, 접속법 등"(137)의 고형적인 지식을 아이들의 머릿속에 억지로 집어넣는 것처럼 끔찍한 수업방식은 없을 것이다. "문법 수업은 문자 그대로 말해서 끔찍한 것입니다. 외적으로 행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학교에서 하는 것 중에 가장 소름 끼치는 것입니다. 문법책이 실려 있는 모든 것은 불태워서 없애 버려야 합니다."(166)

 

슈타이너는 교사 내면에 언어의 정령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사 스스로 생기에 찬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 자신이 언어와 더욱 내적 관계를 형성하여 예술적인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특히 문법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발도르프 교육을 표방하면서도 문자 교육에서 지나치게 한글의 음양오행과 천지인 사상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흐름이 나타나는데, 이는 자연스럽지 못한 행위이다.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는 교사 스스로 내면화하되 문자 자체는 그 형태와 소리,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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