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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3> - 발렌틴 벰버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3> - 발렌틴 벰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5. 16. 23:36

2015. 7. 25 토요일 
장소: 청계학교 강당
주제: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강사: 발렌틴 벰버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부모님 여러분. 
어제 저녁 강연에서 저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도입부에서는 발도르프 학교운동에 관한 여러분의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오늘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제 저의 답변을 조금 수정하겠습니다. '입시준비를 해주는 것이 교사들의 몫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제가 '그렇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대답이 보편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국가의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발도르프 학교는 공교육 환경 속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1919년 슈타이너가 했던 충격적인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공교육체제와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발도르프 학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아주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장을 읽을 때면 참을 수 없이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슈타이너는 1918년 일차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동료들과 함께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소위 ‘삼지적 사회 유기체’이라는 아주 강력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발도르프 학교 교사 몇 명과 슈타이너, 슈타이너의 동료들은 그 거대한 사회 변혁운동에 엄청난 시간과 힘을 바쳤습니다. 실제로 일차대전이라는 엄청난 재앙이 끝났을 때 변화의 가능성이 아주 조금 있었습니다. 사회, 정치, 경제 분야에서 명망 있는 사람들이 슈타이너의 견해를 지지하면서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마디로 말해 그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슈타이너 자신이 어느 순간 ‘더 이상 가능성이 없으니 이제 그만하자’고 중단했습니다. 
그 사회운동을 통해 사람들은 정치, 문화, 경제 구조를 재건하고, 특히 정치와 문화, 경제와 정치의 관계를 개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멈추었습니다. 

하지만 슈타이너는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발도르프 운동이 가능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하면서도 발도르프 운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사회를 바꿀 가능성이 없어 사회운동을 그만두면서도 발도르프 교육은 왜 멈추지 않았을까요? 안타깝게도 슈타이너에게 직접 왜 그랬는지 물어볼 길은 없습니다.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 잠깐 열린 창문과도 같은 이번 생애 동안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새로운 교육예술을 배우고 훈련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교사로 일한 30년 동안 그런 훈련을 받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발도르프 학교들이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부인인 저는 사실 그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수많은 오류와 미숙함들. 하지만 저는 우리에게 새로운 교육예술을, 미래의 씨앗이 될 무언가를 창조할 기회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은퇴를 한 뒤로 저는 세계 여러 나라의 발도르프 학교를 가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러시아나 아프리카, 아시아,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만났던 발도르프 학교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학교들은 모두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다릅니다.
유형별로 몇 가지를 모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유형입니다. (새싹 사진) 
발도르프 학교가 보이십니까? 전형적인 상황의 발도르프 학교입니다. 스페인에서 이런 학교를 만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던 학교입니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근교의 아주 작은 발도르프 학교였습니다.  
이런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바위에서 제법 자란 소나무 사진)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돌과 벽을 보세요. 
저는 이 사진이 발도르프 운동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발도르프 운동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모든 살아있는 식물이 그렇듯이 기회만 닿으면 살아서 꽃을 피우려고 애를 씁니다. 본래의 목표 또는 자랄 수 있는 상태의 절정까지 도달하지 못한다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합니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보여준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꽃 사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이게 발도르프 학교라고? 정말? 하지만 보세요, 용암(화산석) 위에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라는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이끼사진). 그리고 이런 데서 어떻게 자랄 수 있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바위 한 가운데서 자란 이 학교를 보세요. 

어떤 학교는 꽃을 피우는 단계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아름답지요. (노란 꽃 사진). 아주 작지만 밝고 환한 햇살처럼 빛나는 학교들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의 풀잎). 상상할 수 없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투쟁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학교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만난 학교들이 이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놀라웠던 경우입니다. (바위에서 크게 자란 나무사진) 아주 큰 나무로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 식물들 모두가 바위에서 자랐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은 바위 위에서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건 발도르프 운동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큰 나무 옆에 기대놓은 사다리사진) 어제 학생들의 대학입시를 준비해주는 것이 발도르프 학교의 과제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강의 도입부에 말했던 대로 그렇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 답변에서 한 가지 수정해야 할 지점은 나무가 그 과제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할 때 그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나무는 튼튼하기 때문에 사다리를 걸칠 수 있습니다. 
이런 발도르프 학교들, 특히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들은 학생들의 입시를 잘 준비해 줄 수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튼튼하고 사다리도 한국의 경우보다 높지 않습니다. (입시가 어렵지 않다는 뜻) 
한국에서는 12년 내내 대입을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작은 새싹 사진) 그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이 나무에 사다리를 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고 어린 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 강연이 끝나고 교사들이 저를 찾아와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벰버 선생님, 우리는 지금 우선 나무를 튼튼하게 키워야 합니다. 지금은 입시 준비를 도와줄 수 없습니다. 미래에는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우선 사다리가 아니라 나무를 돌봐야 할 때입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선생님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부디 이런 상황을 학부모들에게 완전히 터놓고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위해 원하는 바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재의 상황과 역량, 과제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문제는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제 강연에서 그것이 학교의 몫이라고 대답한 것은 작고 힘없는 나무가 아니라 크고 튼튼한 나무를 말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학부모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충분히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으며, 이 식물의 생존 자체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우리는 상급과정을 잘 키우고 싶지만 적당한 교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다시피 저는 발도르프 교육의 원칙에 대해서는 몇 가지 조언을 할 수 있지만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자문위원이 아니라 한국의 상황을 들으러 온 사람이며, 상황을 모르다보니 구체적인 조언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건 오만에 불과할 것입니다. 

오늘도 20개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TED 강연을 예로 들자면 질문 하나당 1분 이하로 답변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답변이 끝난 다음에 발도르프 교육의 진정한 본질 중 하나를 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질문 1) 저희 학교는 입시를 위한 학교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우리학교의 교사라면 어떤 방법으로 변화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이미 답했습니다. 

질문 2) 학교에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있는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상급졸업 후에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문제, 교사들의 전문성 부족, 교과과정의 결손, 예를 들어 오이리트미 수업이 없다든지, 교사들의 과로, 이런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대답하겠습니다. 인지학을 잘 알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 친구 들 중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제게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의 대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미안하지만 사랑하거나, 변화시키거나, 떠나거나, 참고 견디는 넷 중 하나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독일에서 저는 자문위원으로 일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학교에서 제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 학교를 찾아갑니다.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언을 주기 위해선 하루 10시간씩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상급과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에 관한 일반적인 조언을 드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님들께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지점입니다. 
학교를 바꾸기 위해선 발도르프 교육의 원리, 발도르프의 동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부모들이 발도르프 교육을 깊이 이해하고 있을 때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근본적 개혁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이리트미 수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 교사들은 그 상황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능한 만큼 실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도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 또한 그런 학교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인지학자나 인지학 의사로 일하는 제 친한 친구들 중에 네덜란드의 발도르프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다가 자퇴하고 공교육으로 보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학교가 문제가 많았고 그 피해가 아이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여러분 마음이 더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 현실입니다. 


질문 3) 독일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근무 조건이 공립학교 교사와 많이 다른가요? 교사 채용에 어떤 조건을 주어야 하나요? 

교사의 근무조건은 학교에 따라 다릅니다. 수십 년 전에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제 근무조건은 한마디로 말해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1919년 사회운동에서 제안했던 방식으로 학교가 운영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수업시수에 따라 임금을 받지 않았으며, 어떤 과제를 택해 일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을 몇 시간이나 할 것인지를 제가 결정할 수 있었고, 학교에서는 제가 생활하려면 얼마의 급여를 받아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공립학교 교사들의 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했지만 학교에서는 저의 결정을 신뢰한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수용했습니다. 

그래서 교사로 일했던 초기 4년 동안 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준비를 할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사실 그 이후로 그 때처럼 수업준비를 잘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건 대단히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상급과정 수업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업에 열의가 충만했던 몇몇 교사들이 있었고, 그들은 엄청난 시간을 할애해서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수업을 사랑했고, 교사들도 아이들을 사랑했습니다. 학교에서 큰 투자를 했지만 그것은 수업 질의 향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은 천국이었지만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저는 ‘악마의 부엌’(‘악의 온상’-역주)을 만나기도 합니다. 독일의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시수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사들이 보통 급여의 두 배를 받는 수준까지 닥치는 대로 수업을 맡기도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방식이고 이 악마의 부엌에서 교사들은 주당 40시간의 수업을 맡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 수업의 질이 얼마나 형편없을지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40시간씩 수업을 해서는 제대로 수업 준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계약서를 쓸 때 이 조건을 넣게 했기 때문에 학교는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언제까지고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알게 된 제 마음 깊은 곳, 제 영혼의 깊은 지하실에서는 어디서 러시아산 기관총을 가져다가 그 악마의 부엌을 다 박살을 내버리고 싶은 참기 힘든 충동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화를 내기는 아주 쉽지만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때에,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내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한 마디로 교사에게 투자를 하고, 임금을 수업 시수와 상관없는 방식으로 지급한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좋은 교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업과 학교의 질에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4) 선생님 책 “온전한 책임감”을 읽었습니다. 학교운영에서 공동체가 가져야 하는 책임의식에 대해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책에서 저는 회사나 조직을 '이끌기 lead'와 '경영, 운영 manage'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지도 leading' 와 '운영 managing'은 완전히 다릅니다. ‘지도’에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회사나 조직의 과제를 강화하는 것이며 둘째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조직을 이끌도록 그들에게 힘을 부여하라는 것 입니다. 
요즘에는 대기업, 큰 회사의 조직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아주 새로운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통의 조직들은 상하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파타고니아 같은 대기업에서 아주 혁신적이고 흥미진진한 개념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새로운 시도일까요?
우선 현 체제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살펴봅시다. 
제 큰 아들은 메르세데스 벤츠 회사의 기술자입니다. 벤츠 트럭에 들어가는 오일 필터 제작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들은 현재 회사구조의 문제를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은 기술자로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완전히 파악한 다음 그것을 회사 위계구조의 높은 단위로 전달하고, 그들은 다시 그것을 조금 더 높은 단위로 전달한다. 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일을 할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기술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하루에 수 백 가지 사안에 결정을 내린다. 이건 미친 짓이다! 완전히 미친 짓이고, 말할 수 없는 시간 낭비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에서 이런 조직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정말 흥미로운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직급이 무엇이든 어떤 사안이든 당신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당신은 당신 상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당신 동료들에게 평가와 비판을 요청해야 한다. 당신 부하직원들에게 평가를 요청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했다면 우리는 당신을 신뢰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은 다음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그 결정을 높은 단위로 전달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벨기에 정치인인 프레데릭 라룩스 Frederic Laloux가 쓴 『Reinveinting Organization』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사람의 TED 강연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이런 체계에서는 ‘지도’의 두 번째 목표, 즉,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지도력을 주고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제하에서 사람들의 주도성은 높아지고, 사직하는 경우가 줄고, 책임감 역시 높아집니다. 따라서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는 다릅니다. 일반적인 상하구조 조직은 불신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회사 직원의 능력, 역량을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운영’은 다릅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사장이 운영하는 방식, 위계질서로 운영하는 방식, 몇 명의 사장단이 운영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교사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발도르프 학교는 세 번째 방식입니다. 여기서는 교사들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온전한 책임감』은 이에 관해 비판한 책입니다. 이런 집단지도 체계가 책임감을 분산시키고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의 과제를 어떻게 잘 해낼 것인가가 가장 핵심 질문이고, 이것은 곧 지도력의 문제입니다. 
저는 교사회 또는 교사단이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루돌프 슈타이너가 원했던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정말로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복잡해지고, 그래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시간 낭비만 하고 있다면 그 방식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에 따라 생각해봤을 때 교사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좋은 사장 또는 교장이 명령을 내리고 조직을 이끌고 저는 교사로서 수업 준비를 하는 방식을 택하겠습니다. 우리는 교사로서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을 학교 운영에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과제는 새로운 교육예술을 연구하고 발달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의 의견은 발도르프 교육계에서 소수의 의견에 불과합니다. 이 질문은 학부모보다는 교사들이 좀 더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질문 5) 교사가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있을 때 교사의 평가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독일의 몇몇 발도르프 학교에서 사용하는 평가 시스템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제가 개발했던 것인데, 1~4학년, 5,~8학년, 9~12학년으로 평가지가 나뉘어있습니다. 일종의 설문지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의견을 청취하는 시스템입니다. 제가 통역자에게 그것을 보내드릴 테니 한국에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독일에서는 그 시스템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이상적으로 말해 주권적인 교사, 스스로 당당한 교사는 비판을 찾아다니고 비판에 귀를 기울입니다. 당당하지 못한 교사만이 비판을 회피합니다. 
좋은 교사는 일만 하지 않고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듣고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사람들의 솔직한 평가가 아주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25년 전에 이 무기명 질문지를 처음 돌렸는데, 많은 학생들이 저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학생들이 저를 부르는 별명이 있다고 했습니다. 뭐냐고 물었더니 ‘기린’이라는 겁니다.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었더니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사고가 났을 때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일 년 후에는 다른 평가결과를 받도록 노력하겠다. 일 년 후에도 평가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교사를 그만 둘 것이다. 저에게는 이 평가 시스템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용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가장 좋은 건 터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런 평가와 비판을 통해 우리 교사들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사로서 학생들이 배움의 태도를 갖기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더 높은 수준으로 배워야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금과옥조는 ‘건설적인 비판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질문 6) 교사들 간의 분열이 있을 때 학부모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습니까?

독일에서 제가 어려움에 처한 학교를 재건하는 과제를 맡았을 때, 학교 안에 몇 가지 부서(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그 중에 ‘중재’ 부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부모 중에 전문가들, 심리학자나 상담가 등 직업적 중재자들을 그 부서에 초빙했습니다. 그들은 풀기 어려운 갈등 상황에서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문가일 때만 그런 역할을 요청해야 합니다.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는 끼어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맙니다. (웃음) 네, 저는 우리 교사들을 잘 압니다. 


질문 7)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우리교육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 정치와 사회 구조 변화라고 생각을 하는데 한국정치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을 계속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 내 아이를 판돈으로 하는 도박은 아닐런지요. 변하지 않는 미래라 하더라도 우리는 이 교육에 희망을 걸 의미가 있을까요?

아닙니다.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교사들은 결코 여러분의 아이를 판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 우리는 교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실패할 때도 있긴 하지만 아이들을 잃어도 되는 판돈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부디 어떤 점이 그런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우리 능력이 부족하고 할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 같이 할 수 없어 갈라서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 9) 상급과정 교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책이나 교사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있나요?  우리 어머니가 발도르프 교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발도르프 교사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타고난 교사, 수업 능력, 아이들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건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는 아직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발도르프 교사가 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감히 말하건대 저는 타고난 교사입니다. 저는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행복하고 편안하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는 아닙니다. 절대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먼 미래에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다음, 다음, 다음 (세 번째) 번 육화했을 때는 발도르프 교사로 태어나리라는 원대한 꿈을 꿀 수는 있습니다. 그 때까지 제가 발도르프 교육을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한다면 지금부터 세 번째로 몸을 입어 세상에 다시 태어날 때는 발도르프 교사로 태어날 지도 모르지만, 그 미래는 노력했을 때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질문자의 어머니가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이기에는 준비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역사는 고작 100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신세계에서 준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아닙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발도르프 교사가 되는 훈련과 경험은 오직 여기, 지상에서만 가능합니다. 정신세계에서는 그에 관한 경험을 쌓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천부적인 교사는 가능하지만 발도르프는 다릅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는 있지만 별도의 강의가 필요한 큰 주제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과의 만남을 마무리하면서 끝으로 타고난 지휘자에 관한 짧은 동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는 타고난 지휘자를 만났습니다. 그건 가능합니다. 곧 여러분께서는 아주 사랑스런 타고난 지휘자를 만나게 되실 겁니다. 하지만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몇 번의 육화가 더 필요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본질에 대해 한 마디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여러분께서 괜찮으시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켄 로빈슨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그는 공교육의 주요 목표는 어른의 지능과 지식을 학생들의 두뇌에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은 지식을 끝없이 아이들에게 주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발도르프 교육은 다릅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방식은 과목을 아이들을 건강하게 성장하게 하는 처방전이나 약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광물이나 식물에서 재료를 추출해서 약을 조제하는 의사들처럼 미래의 교사들은 과목의 내용이 아이들의 영혼과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그에 맞게 수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폭넓은 안목과 함께 엄청난 양의 연구조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수학이나 물리학, 생물학의 내용이 영혼은 물론 신체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약 20년 전에 저는 수업 내용이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10학년 교사였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주요수업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는데, 크리스티나라는 학생이 인간학 시간에 심장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배웠다고 대답했습니다. 제 동료인 과학교사는 한 폴란드 의사가 했던 흥미로운 실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심장전문의였던 그 의사는 개의 심장에 독극물을 주사해서 심장박동을 멈추게 했습니다. 실험실에는 여러 명의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개의 장기가 죽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허파에 대량의 산소를 주입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심장박동이 없는 상태에서 혈액이 다시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장기들이 산소를 필요로 해서 혈액 내 산소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피가 도는 것입니다. 심장박동이 혈액 순환의 원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심장은 혈액순환의 원인이 아니라 혈압의 원인입니다. 
크리스티나는 이 실험이 아주 흥미로웠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심장의 진정한 기능이 뭔지 이해했을 때 제 몸에서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갑자기 온몸이 따뜻해지면 손, 발, 손가락, 발가락에 온기가 돌았어요.” 그 때 마침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렸고 크리스티나는 수업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저는 혼자 앉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거야. 수업의 내용이 아이들 두뇌의 온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바로 여기 있구나.” 
저는 그 때 지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전달하면 그것이 약이나 처방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났습니다. 그 생물학 수업에는 치유의 힘이 있었습니다. 
발도르프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우리 교사들은 가르치는 과목이 아이들의 영혼과 신체를 위한 올바른 약이 되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저는 『파르치팔』, 괴테의 『파우스트』,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면, 수학 수업을 어떻게 준비하면 그런 온기를 줄 수 있는지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든 과목이 치유의 힘을 갖고 있지만 불행히도,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방법을 아직 다 배우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서너 번 이상의 육화를 거친 이후에야 진정한 발도르프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3일간의 강연을 마치면서 저는 이런 거대한 과정을 이해하고 우리를 지지하며, 우리의 이상이 뭔지 이해하면서도 현재 우리가 그 이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받아들여주시는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고백컨대 제 수업의 많은 부분이 약이 아니라 독이었습니다. 네, 저는 제 학생들에게 독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 이상은 수업에서 아이들을 위한 치유의 힘을 끌어내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저는 아직도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내를 갖고 이 길을 함께 걸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타고난 지휘자의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희망컨대 두세 번의 육화를 더 거친 후에는 우리도 이 작은 아이처럼 타고난 발도르프 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영상 시청)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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