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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1> - 발렌틴 벰버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1> - 발렌틴 벰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5. 16. 23:32

2015. 7. 23 목요일 
장소: 청계학교 강당
주제: "발도르프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강사: 발렌틴 벰버

안녕하세요. 사랑하는 부모님 여러분. 발도르프 교육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독일에서 1919년 첫 번째 발도르프 학교가 설립된 그 도시에서 발도르프 교사로 일했었습니다. 30년 동안 아주 큰 열정을 가지고 교사로 일을 했고 그 열정은 계속해서 더욱 커져갔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건대 미국, 독일, 유럽의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지만 한국의 발도르프 교육 현실은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언을 드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제가 조건을 잘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발도르프 교육이 원래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발도르프 교육이 시작된 지 100주년이 됩니다. 하지만 사실은 발도르프 교육이 시작한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는 아직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안정된 기업이 아닙니다. 심지어 독일에서도 우리는 아직도 개척자입니다. 부모님들께서도 우리가 개척자이며 아직도 긴 여정을 가고 있는 중임을 알고 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100년 전 슈타이너가 처음 발도르프 교육을 시작했을 때 그것은 교육계에서 일종의 혁명이었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대조를 위해 일반적인 공교육 체제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짧은 동영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Ken Robinson
www.ted.com/talks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켄 로빈슨 경이 전 세계 공교육 시스템에 대해 했던 강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공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는 20분짜리 짧은 동영상 강연은 지금 3천만 이상의 조회를 기록한 상태입니다. 엄청난 수죠. 인기 가수나 축구스타의 동영상보다 훨씬 더 많은 조회수입니다. 켄 로빈슨 경은 교육학 교수로 전 세계에서 교육상담, 자문역할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전 세계의 지배적인 교육 시스템은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제거하는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 대부분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오로지 한 종류의 지능, 한 형태의 지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이미 밝혀서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지능의 형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지배적 교육에서는 오로지 수학적, 논리적, 추상적 사고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다른 형태의 지능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감성지능, 정서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움직임에 관련된 지능도 있습니다. 사회성 지능, 예술 지능도 있습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를 생각해 보세요. 이들의 작품 속에는 어마어마한 지능, 앎이 들어있지만 이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지능입니다. 바흐의 푸가 작품 속에 들어있는 건축적 구조는 어마어마합니다. 베토벤 교향곡에 들어있는 그 구조와 사고 역시 엄청납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높은 수준의 작곡가만이 베토벤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의 고객이자 소비자로써 표면만 감상할 뿐입니다. 분명히 겉껍데기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대단한 작품이지만 우리가 높은 수준의 훈련된 음악가가 아닌 이상 그 속에 들어있는 엄청난 지성을 다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금 우리의 학교, 공교육 체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이 시스템은 타고난 음악가나 춤꾼으로 타고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의 많은 아이들은 움직임에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그런데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그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요구합니다. 타고난 춤꾼, 움직임을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 잘못된 곳에 앉아있는 상태가 됩니다. 움직이고 싶은 아이인데 가만히 앉아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보통 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syndrom/disorder)라고 하지요. 그 아이들이 움직이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 맞는 형태의 지성을 발달시키고자하면 우리는 그들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신드롬/장애 ADHS/D’라고 판단합니다. 켄 로빈슨은 많은 경우에 있어 우리가 ADHD라는 딱지를 붙인 아이들이 사실은 움직임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은 움직임의 천부적 재능인 것입니다. 그는 전 세계 수백만의 아이들이 바다 속이 아니라 해변에서 퍼덕이는 물고기 같은 신세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아이들은 마치 우리가 과학자로 태어나서 음악 학교에 다녀야할 때처럼 느낍니다.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이 과학 연구에 대단히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과학자로 태어났는데, 음악가만 교육하는 그런 학교에 다녀야하는 것입니다. 끔찍한 상황이죠. 감옥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예요. 자기 적성에 맞는 환경에서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기 요소 속에서 수영하지 못하는 (예를 들어 물고기의 물과 같은) 상황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그래서 켄 로빈슨은 수백만의 아이들이 실제로 학교 시스템 속에서 파괴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타고난 지성에 맞는 요소 속에서 헤엄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켄 로빈슨의 설명에 따르면 19세기 이전에는 세상에 공교육 체계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도입된 건 단 하나의 특별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것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도입되었으며 전 세계의 공교육 시스템은 모두 기술자와 대학교수를 길러낼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공교육이 논리적이고 수학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라는 특정한 형태의 지능에만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과목 순위를 보면 그 목적이 드러납니다. 제일 꼭대기에 수학, 언어, 과학이 놓입니다. 음악이나 춤, 예술 같은 것은 본 식사 후에 먹는 디저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공정하게 말해 켄 로빈슨이 비판한 이 시스템은 사실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 교육의 결과로 전 세계에 수백만의 엔지니어가 배출되었고 그들 덕분에 지금 이런 수준의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전등이 있고 에어컨이 있습니다. 기술자들이 에어컨 기계를 만들고 전기선을 설계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지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술자들 덕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교육 시스템이 없었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그런 것을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자기에게 맞는 형태의 지능을 교육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지배적인 교육 시스템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 쪽으로 편향되어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우리 머리를 위한 교육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을 머리에 국한시키는, 다른 것은 다 빼고 머리만 있는 존재로 만드는 교육입니다. 머리를 뺀 나머지는 어떻게 됩니까? 우리 신체는 어떻게 됩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신체는 그저 머리를 모임에 데려가는 이동수단의 역할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그간의 삶을 통해 인생은 오로지 지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에게는 감정과 정서 역시 존재합니다. 사실 인생의 많은 문제는 머리보다는 가슴, 정서의 역할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지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었을 때 항상 정서적인 문제였지 머리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습니다.
지능이 뛰어난 사람들은 관계의 문제가 생기면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의 지능은 오히려 쓸모없고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이혼을 비롯한 인간관계의 문제는 모두 감정지능의 결핍, 정서적 미성숙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학생과 교사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교사가 지성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제 경험한 바로는 언제나 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교사가 느끼지 못하는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학생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 교사는 학생의 문제를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인생에서는 감정이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섬세하게 발달했느냐가 지성의 수준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제 큰아들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솔직히 제 큰아들은 지금 기술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트럭의 오일 필터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해발 5000미터에서 작동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드는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해볼 만한 멋진 도전과제라고 합니다. 진짜 어려운 문제는 동료하고 생기는 문제라고 아들이 말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갈등이 정말 힘든 문제입니다. 이처럼 감정지성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교육 시스템은 정서나 느낌의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어른의 지능을 아이들의 두뇌에 어떻게 옮겨놓을 것인가에만 편향적으로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일종의 스펀지 같은 교육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을 쭉 빨아들였다가 압력을 받으면 지식을 뿜어내도록 요구하는 교육입니다. 더 적나라하게 비유하자면 지식을 아이들 입에 끝없이, 끝없이 퍼 넣어주다가 시험 때 다 토해내라고 합니다. 소화하지 말고 그냥 갖고 있다가 시험 때 토해내라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교육 때문에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해봅시다. 아이들이 이 12년 교육을 받고나서 이 교육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마워할까요? 졸업할 무렵 아이들 대부분은 이 교육을 받아서 정말 기쁘다는 감사한 마음이 아니라 ‘휴, 드디어 끝났다. 무사히 빠져나왔구나!’고 느낄 것입니다. 이게 12년 교육의 결과라면 뭔가가 잘못 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겠죠.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우리가 이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수백만의 아이들이 이 시스템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 속에서 타고난 재능이 파괴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바꾸지 않습니다. 
지금 전 세계를 지배하는 교육 시스템은 거대한 배, 유조선이나 컨테이너 화물선입니다. 유턴을 하려면 엄청난 거리를 돌아와야만 하는 거대한 공룡이 된 것입니다. 
때때로 일부 국가에서 이 교육 시스템을 바꾸려고 노력할 때도 있지만, 그들은 180도 유턴이 아니라 국지적인 부분만 개선할 뿐입니다. 
켄 로빈슨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모든 지능발달 논리에 어긋납니다. 모든 아이가 엄청난 상상력과 창조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지식을 소화시키지 않고 끝없이 먹고, 먹고, 먹다가, 시험에서 다 토하게 하는 교육을 받은 뒤에는 그 모든 창조성이 다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이는 엄청난 잠재력의 손실, 견딜 수 없는 낭비입니다. 춤꾼으로 태어난 사람은 생각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춤은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수단입니다.
유명한 발레리나/노들을 보세요. 그들이 멍청한 사람들인가요? 그들은 지혜로운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추상적 사고능력/지능을 발달시키는 방법은 춤을 추는 것입니다. 그래서 켄 로빈슨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이 시스템을 존속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멈추고 더 나은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1919년에 시작한 발도르프 교육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만들려는 첫 단추였습니다.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에서 이야기했던 몇 가지 사안은 완전히 혁명적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제 말씀드리려는 첫 번째 사안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 시스템의 이상, 아니 여기서는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예술의 근본적인 이상에 속합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 제안한 첫 번째 혁명적인 사안은 시간표가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수업 시간이 세 부분으로 나뉘고 그중 1/3만 머리와 두뇌를 위한 교육입니다. 세 부분 중 두 번째 파트는 소위 가슴, 리듬체계을 위한 부분으로, 노래 부르기, 시낭송, 외국어를 말하거나 그 언어로 연극하는 방식으로 수업합니다. 문법을 배우는 외국어 수업이 아닙니다. 문법학습은 머리를 중심에 둔 교육입니다. 마지막 1/3은 움직임에 할애됩니다. 예를 들어 춤추기, 오이리트미, 또는 다른 종류의 춤, 체조, 수공예, 목공예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슈타이너는 리코더를 불거나 목공예를 할 때의 손가락 움직임, 소근육 활동이 두뇌에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영유아들을 봅시다. 네 발로 기고 땅바닥에서 놀 때, 즉 움직임을 통해 신경이 발달합니다. 우리 두뇌의 시냅스는 움직임을 통해 연결됩니다.
정말 흥미로우면서, 제 경험에서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것이 바로 음악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왜 그럴까요? 음악은 감정을 유발시키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생긴 감정은 우리의 호흡체계에 영향을 줍니다. 호흡체계의 진동을 통해서 척추 안에 있는 뇌 척수액에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척수액의 진동이 두뇌가 있는 곳까지 전달됩니다. 두뇌에는 특정한 주파수의 진동이 있을 때만 자극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어느 부분일까요? 그것은 두뇌에서 표면적, 피상적 이해가 아닌 본질적이며 깊은 이해를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저는 이것이 대단히 흥미롭고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결 지어 사고하는 능력에 있어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양의 지식이 있고 고도로 발달한 지능이 있지만 그것이 다 토막토막 끊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연결 지어 생각하는 힘, 이 일의 결과를 생각하는 힘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은 아주 성공적인 경제 시스템을 발달시켰습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그것을 발달시킬 줄 알았지 그로 인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가 미치는지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우리의 이윤에만 정신이 팔려있었습니다. 우리 자신의 이윤만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많은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연합의 국경에 몰려들어 유럽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극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에서 인과적으로 생각하는 두뇌의 영역을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전혀 다른, 완전히 편향된 형태의 사고만 교육해왔습니다. 또 다른 예로 환경 파괴, 공해 역시 인과적인 사고, 연관성 속에서 생각하는 힘, 관계성을 고려하는 사고를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입니다. 
따라서 1919년에 처음 발도르프 학교를 설립하면서, ‘우리는 머리를 위해서는 오직 1/3만 할애하고, 1/3은 음악에, 1/3은 움직임에 할애하겠다’고 말한 것은 하나의 혁명이었습니다. 엄청난 혁명이었습니다! 주류 교육계의 관점에서 볼 때는 완전히 미친 짓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큰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발도르프 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일반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교육 시스템에서는 90% 머리에 편향된 사고를 요구합니다. 
독일에서 저는 언제나 입시를 염두에 두고 교육을 해야 했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입학시험, 입시 준비를 해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도 발도르프 교육의 이상인 1/3, 1/3, 1/3을 실현시켜본 적이 없습니다. 노력은 했지만 그 이상을 충족시켜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발도르프 교육 시스템은 얼음처럼 차가운 바위에 떨어진 참나무 씨앗과 같습니다. 바위 때문에 크게 자랄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공교육 체계가 우리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발도르프 학교의 부모들조차 우리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독일 부모님들 중 일부는 ‘발도르프 교육, 그건 공교육의 부드러운 형태거나 공교육의 유기농 같은 거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이들의 입시를 대비해줄 수 없다면 발도르프 교육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8년 동안 발도르프 학교에서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대학입학시험을 보도록 준비해주었습니다. 정말로 큰 야망이 있었지만 그것이 개뼉다귀 같은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웃음) 저는 그것이 타협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그 이상을 이룰 수 없으니 그렇게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저는 아이들이 졸업하면서 입시에서 대단히 좋은 결과를 냈을 때, 그들이 학창시절을 돌아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질 것임을 압니다. 왜냐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발도르프 교육도 받았고 졸업하면서 입시에서 좋은 결과도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은 우리 발도르프 교사에게는 엄청난 과제입니다. 1/3, 1/3, 1/3로 교육한다는 것은 발도르프 교육의 본질적 사안 48가지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이틀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47가지의 사안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47가지 모두 하나같이 혁명적인 사안들입니다. 
물론 나머지 47가지에 대해서 이틀 동안 다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발도르프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 우리가 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이런 식으로 교육을 하려는지, 그리고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가로막는 어려움은 정말로 많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부모님들은 우리 교사들이 아직 길을 만드는 중이라는 것, 개척자의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안정된 교육 시스템을 원한다면 공교육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발도르프 학교는 자리 잡은 시스템이 아닙니다. 우리는 안정된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는 개척자들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려는 확신을 가진 개척자들입니다. 세상을 다 탐험하는데, 아니면 신대륙을 발견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교육의 신대륙을 발견하고자, 즉 정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발견하기 위해서 길을 떠난 지 100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남은 시간에는 여러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 내일 답을 해드리겠습니다.

질문자 1
아까 공교육 시스템이 한 가지 지성에만 집중을 해서 지금 키워나가는 효과적인 엔지니어들을 배출을 하고 이런 것들 혜택을 받는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저희 교육이 그 감성지성, 아이들이 댄스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능력들에 대한 것들을 찾아줄 수 있는 대안적인 교육이라는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나 이런 것들을 찾아주는데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아직 그것을 찾는데 계속적으로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지?


수백 가지의 성공적인 예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교육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질문자 1
실제적으로 지금 12학년을 졸업한 아이들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아이들이 스스로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과연 찾아볼까? 그리고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요? 아이들이 그 시기에 좋아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낯선 이야기이며, 이런 질문을 듣게 되어 슬픕니다. 예를 들어 저에게는 3명의 아이가 있고 모두 발도르프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들 모두 졸업할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장래의 전망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으며 보통 대부분의 아이들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한국 발도르프 교육의 전반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가우스 곡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가 몇 퍼센트인지, 몇 퍼센트가 정확히 알고 안정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독일에서는 아주 예외적인 상태입니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인가요 아니면 예외적인 상황인가요?

청중 
한국의 발도르프 교육이 아직 초기여서 그런 것 같다.


이 강연에 오기 전에 학부모님들이 상급 과정과 상급 수업에 대해 의견과 질문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교사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발도르프 학생들 또는 발도르프 8학년과 어떻게 작업해야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상급 교사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특별한 지식과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공립학교 교사들은 창의적이고 탁월한 발도르프 8학년 학생들과 작업할 때 아이들의 기운에 압도되고 맙니다. 그들은 그것을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들은 발도르프 학생들이 가지고 있고 보여주는 특별한 자질을 다룰 기술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도르프 교사교육 세미나입니다. 왜냐하면 그 세미나는 뛰어난 능력과 탁월한 실력을 가진 발도르프 상급교사를 키워내는 것이 과제이자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교사가 없다면 발도르프 교육 시스템 전체가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질문자2
아까 타협을 하셨다고 하셨는데 타협하는 방법 중에 공교육을 보내면서 나머지 2/3부분, 춤을 추거나 하는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들을 다른데서 해결하면 공교육을 보내면서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 건지? 상급이건 공교육을 보내면서 나머지 부분을 다른 곳에 보내서 특별히 시키면 발도르프 학교를 보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통역) 질문을 두 가지로 통역했습니다. 하나는 8년을 마치고 공교육으로 가는 경우 또 하나는 공교육에 다니면서 다른 방식으로 머리만이 아닌 교육을 받는 것, 후자를 보충수업 또는 사교육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벰버 샘) 사교육은 끔찍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아이들인 상태로 있게 해주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저는 사교육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대합니다. 
두 번째로 8년을 마치고 상급은 공교육으로 가는 선택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계의 발도르프 학교 중에는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타협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여러분에게 최선의 해결책이라면 저는 좋다고 말하겠습니다. 제 관점으로는 발도르프 상급에서 수업이 엉망인 경우라면 당연히 그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완전히 마음을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하겠습니다. 제 의견은 분명합니다. 만약 제가 발도르프 학교의 9학년이나 10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둔 학부모인데, 아이 학급이 엉망이라면 저는 “그만 둬! 당장 공립학교로 가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투자를 하고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는 것이 더 낫습니다. 좋은 발도르프 상급교사를 키워내기 위한 교사교육 세미나에 투자를 하면 몇 년 후에 그 투자에 대한 열매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이지만, 상황이 참을 수 없을 정도가 아닌 한에서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저는 4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거나, 떠나거나 변화시키거나 그냥 견디는 것. 제 해결책과 이상은 변화시키는 것이지만, 여러분이 학교를 변화시킬 수 없다면 떠나는 것이 낫습니다.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아이들이 학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푹 주무시고 집에 잘 돌아가시고 내일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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