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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와 네 친구 본문

인지학/옛이야기와 동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와 네 친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6. 12. 31. 21:41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와 네 친구

     

           네 살와 열 살 사이 아이들에게 들려줄만한 성탄이야기

 


오래 전 옛날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귀는 비단처럼 보드랍고 발은 힘 있고 민첩했습니다. 하루는 당나귀의 주인인 마리아가 말했습니다. 


“당나귀야! 우리 함께 베들레헴으로 가자꾸나. 주인어른 요셉은 황소를 이끌고 갈 거란다. 베들레헴에서 신의 뜻에 따라 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의 어머니가 될 테지. 고귀한 당나귀야! 너는 튼튼한 발을 가졌지. 거기까지 가는 동안 우리를 잘 돌봐 줄 수 있겠니?” 


마리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당나귀는 기대에 부풀어 베들레헴으로 가는 준비를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가 곧 태어난다니! 그리고 마리아님이 나를 ‘고귀한 당나귀!’라고 불러 주었어. 고귀하다니! 이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지. 그 말에 정말로 기뻤던 당나귀는 여행하는 내내 날마다 어제보다 더 고귀해지려고 애썼고, 날마다 마리아가 편안하게 타고 갈수 있도록 힘차고 당당하게 걸음을 디뎠습니다. 


당나귀 뒤로는 요셉이 황소를 끌며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늙은 황소와 당나귀는 오랫동안 마굿간에서 함께 지내온 사이좋은 친구였답니다. 황소는 천천히 걸었지만 힘이 있었고 친절하고 참을성이 많았답니다. 당나귀 등에 탄 마리아를 따라가면서 황소는 마리아가 부르는 노래에 기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곧 태어날 마리아의 아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황소는 아득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옛날옛날 그의 할아버지가 지상의 모든 창조물과 참된 친구가 될 특별한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황소는 그 일이 이제 곧 일어날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황소는 어쩐지 쓸쓸했습니다. 여행길에 오르자 당나귀는 황소 옆을 걸으며 이 얘기 저 얘기를 걸어 주었고 그중에서도 당나귀가 맡은 특별한 임무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지요. 


“바로 제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를 돕도록 선택 받았다고요. 아시다시피 그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거잖아요.” 당나귀는 우쭐거렸습니다. “그렇고말고” 황소는 시무룩해져서 타박타박 걸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참여하려면 아주 영리해야 하는데 나는 그만큼 영리하지는 않아” 황소는 가파르고 험한 바윗길을 우아하게 걸어가는 당나귀의 조그마한 발굽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더구나 바로 어제 당나귀는 황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황소아저씨와 나란히 걸을 수 없겠어요. 왜냐하면 이야기를 하면서 걸으면 삐뚤빼뚤 걷게 돼서 온 마음을 집중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황소는 아주 외롭게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가야 했고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기운이 빠졌습니다.


마침내 긴 여행이 끝나고 황소와 당나귀는 튼튼하게 지어진 마굿간의 깨끗한 지푸라기 위에서 쉬게 되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도 그날 밤은 마굿간에서 함께 보내기로 하고 잠자리 채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굿간에는 먼저 와 있던 다른 친구가 있었지요. 구석진 곳에 놓인 마차 손잡이에 수탉이 앉아 있었고, 서까래 높은 곳에는 작은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자고 있었습니다.


처음 마리아와 요셉 일행이 마굿간으로 들어왔을 때 수탉과 개똥지빠귀는 똑같이 한쪽 눈만 뜬 채 마리아 일행이 자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졸린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다 황소와 당나귀가 자리를 잡고 그동안의 이야기며 곧 태어날 귀한 아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하자 새들은 눈을 크게 번쩍 뜨고는 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얼마 후에는 아예 황소와 당나귀 옆으로 내려 앉아 온갖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수탉이 흥분해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당나귀가 위엄있게 말했습니다. “쉿! 마리아님께서 지금 쉬셔야 하니 조용히 해!” 작은 개똥지빠귀는 황소의 등위로 폴짝 올라가 “쉿!” 하고 말하면서 작은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마굿간 안이 조용해지자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별이 기뻐 노래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밝은 소리였습니다. 노랫소리와 함께 마굿간 안이 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이 마굿간 안으로 내려온 것처럼 부드럽고 환한 빛이었습니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바로 그 순간이 왔음을 깨닫고 마굿간의 동물들은 숨 죽인 채 지켜보았습니다. 환하게 쏟아지는 밝은 빛은 긴 여행의 피로와 고단함을 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한참 동안 황소와 당나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둘 다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당나귀는 황소의 튼튼한 어깨를 넌지시 쳐다보았습니다. 당나귀는 아기가 이 땅에 내려오는 것을 돕는 데 선택받지 못한 황소가 좀 안쓰러웠습니다. 황소는 당나귀가 맡았던 특별한 일이 끝나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것에 대해 당나귀가 슬퍼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황소와 당나귀 둘은 서로서로 기운을 북돋아 주기로 했습니다.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졌으나 환한 빛만은 아기가 누운 구유 주위를 계속해서 밝게 비추었습니다.


그때 마굿간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거친 옷을 걸친 세 명의 양치기가 작은 양 한 마리와 함께 마굿간으로 들어왔습니다. 양치기들은 아기에게 가지고 온 선물을 드렸고, 지푸라기 위에 누운 아기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를 드렸습니다. 수탉도 구유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는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 애썼고, 개똥지빠귀도 수탉을 따라서 구유 위로 뛰어오른 뒤 날개를 털었습니다. 잠시 후 수탉과 개똥지빠귀는 다시 황소 옆쪽으로 날아가서는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양치기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아기에게 선물을 드릴 게 있었지만 우리 동물들은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어! 우리도 특별한 아기에게 경배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 황소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무겁게 떨구었습니다. “아무한테나 그런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야” 하고 코로 한숨을 내뿜었습니다. 양치기들이 떠나자 마리아와 요셉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슬픔에 잠긴 네 동물은 아기가 눈을 떠서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는 사라지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동물들이 눈을 떠 보니, 아기가 자기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기는 손을 뻗으며 말했습니다. “모두가 자기만의 방식대로 저에게 인사를 할 수 있어요.” 동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면 아기가 동물들의 말을 알아들었고, 이것은 여태까지 어떠한 인간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놀란 마음이 가라앉자 네 마리의 동물은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려 주셔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아기는 맨 먼저 당나귀를 쳐다보고 말했습니다. “당나귀님! 당신은 민첩한 다리를 가졌고 황소만큼이나 참을성이 많아요. 우리에겐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답니다.”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탉은 서까래 위로 날아가서는 홰를 치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수탉님! 매일 아침 세상 밖으로 나아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상 사람들을 깨우세요. 새로운 하루가 밝았다는 것을 알려 주세요.”


 그런 다음 아기는 나이든 황소를 돌아보고 말했습니다. “황소님! 오늘 밤은 정말 춥군요. 제 곁에서 따뜻한 입김을 불어 주세요 .” 황소는 커다란 머리를 구유 쪽으로 돌려 따뜻한 입김을 아기에게 불어 주었습니다. 아기는 한손을 축복하듯이 황소의 뺨에 놓았습니다. 그러자 황소의 심장은 기쁨과 충만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황소님! 오늘 밤 저를 따뜻하게 해 주신 것을 결코 잊지 않겠어요. 저도 황소님처럼 인내와 사랑과 지혜를 담아 이 세상을 돕고 싶어요.”


마침내 마굿간 동물들에게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개똥지빠귀만이 흥분해서 콩콩 뛰고 있었습니다. 개똥지빠귀는 버림받아 슬픈 목소리로 “찌르르바” 울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아기가 말했습니다.

“작은 새님! 당신을 잊지 않았답니다. 이리 와서 제 옆에 앉아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잘 들어 보세요.”

그 이야기를 듣고 개똥지빠귀가 구유에 올라 자리를 잡고 들어 보니 천상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잠시 후 아기가 다시 얘기했습니다. “작은 개똥지빠귀님! 지금 들은 노래는 하늘나라에선 계속 울려 퍼지지만 사람들은 그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답니다. 세상 사람 모두는 그 소리를 그리워해서 다시 듣고 싶어할 거예요.” 


“사랑스런 개똥지빠귀님!,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잘 익혀서 세상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선물로서 음악을 전하는 일을 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기꺼이 제가 그 일을 하겠어요.” 개똥지빠귀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성실히 음악을 배웠던 개똥지빠귀는 천사들의 노래를 잊지 않았고, 지금도 개똥지빠귀가 가는 곳이면 어디서든 사람들은 작은 개똥지빠귀가 천사들처럼 노래한다고 말하곤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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