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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수치심에 대하여 (2)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수치심에 대하여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2. 26. 20:59

보통 재판에서 당사자들은 공격을 받을까봐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진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한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조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10대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10대의 자살 원인 역시 수치심과 관계가 있습니다. 

Daniel Fessier는 수치심을 "두 가지 다른 형태의 관계상 사건 때문에 촉발되는 인간의 방어적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열등한 상태나 그 결과로 생기는 혐오스런 감정을 인식할 때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실패한 자신을 발견할 때입니다.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 두 번째 이유로 주변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또는 관계에서 소외될 때입니다. 

이는 노인 자살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많은 노인이 고독과 무기력, 스스로 필요 없는 사람으로 여길 때 깊은 수치심을 느낍니다. 


관계성, 즉 소속감이 붕괴될 때 정체성에 혼란이 오며, 자존감이 하락합니다.

수치심은 인간의 정체성과 자존감, 관계성에 영향을 줍니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 그리고 소속감으로부터 단절을 초래합니다. 

단절은 공감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다른 사람을 대상화합니다.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은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성이 늘어납니다. 


폭력성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가 당한 수치심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폭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내면에 상처가 많은 아이들입니다.

처벌이 아니라 치유가 필요합니다.

폭력적인 소년 사건의 가해자 뒤에는 폭력적인 부모가 늘 있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자식을 자기 밑에 꿇어앉히려고 합니다. 

가해 학생들에게 "여기까지 오면서 가장 불편하고 싫었던 사람을 그리거나 써봐라"라고 하면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강압적인 부모나 교사를 많이 그립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집요하게 괴롭힙니다. 

그래서 소위 '짱'인 아이보다 피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가해자로 사법기관에 많이 옵니다. 

수치심을 건강하게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울 때 자기 안에 있는 수치심을 남한테 떠넘겨서 수치심에서 벗어나려고, 혹은 수치심을 아예 처음부터 피하려고 폭력을 휘두른다. 사람들이 남을 해치는 이유는, 더 약하고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타인임을 증명하려는 마음에서다. 폭력을 행하는 목적은 자신이 받은 극도의 수치심을 없애려는 데 있으며, 나아가 할 수 있는 한 이와 정반대에 서 있는 자부심으로 대체하려는 데 있다." - James Gilligan


"긍정적 정서가 훼손되면 그 사람도 똑같이 수치심을 느낀다." - Donald Nathanson


아무 잘못이 없어도 피해자는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으면 수치심을 느낍니다. 

"왜 그 시간에 거길 갔나? 왜 그런 옷을 입었나?"

이런 질문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질문이지만 경찰이나 검사들이 많이 하기도 합니다. 

수치심을 주지 않는 질문을 연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치심을 긍정적으로 작용시키려면 공동체가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수치심은 사회적 상처이며, 따라서 사회적 치유책이 필요합니다.

수치심은 은둔과 고립, 부정의 어두운 골방으로 사람을 밀어 넣습니다. 

이것은 오직 인식과 공감의 빛으로만 녹일 수 있습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들의 사회적 재통합 효과를 가지고 오는 데 영향을 준다.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당사자가 가지는 수치심이 거부되거나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학교, 지역사회 등의 공동체 안에서 적절하게 수용되고 재통합될 때 가해자의 행동이 부정적으로 강화되는 것을 막고 긍정적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다." - John Braithwaite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 있을 때, 즉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 최고의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연인들의 관계와 같다." - Silvian S. Tomkins


"진실하게 표현된 감정을 상호교환할 때 공동체가 형성되고 사람들 간의 감정적 결속이 생겨난다." -  Donald Nathanson


수치심의 치유는 힘과 안전, 관계의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먼저 작은 성공과 성취에 대해 인정해 주면서 힘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부정하고 버려둔 것, 감춰둔 부분을 찾아보고 마주함으로써 단절된 것들과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모두 서클을 통해 가능합니다. 


서클에서 수치심을 다룰 때 잘못한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너를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너의 그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너를 염려하고 지지한다. 그 일을 당한 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가해자의 문제 행동을 수정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소속감을 부여합니다.


가해자는 서클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직면해야 합니다. 

직면으로부터 자발적 책임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자발적 책임이란 자신이 입힌 피해가 무엇인지 바로 아는 것이며,

상대의 입장에서 피해를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찾고, 변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회복적 정의의 궁극적 내용입니다. 

변화는 그 사람의 잠재적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모든 성인에게 과거가 있듯이, 모든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




* 한국평화교육훈련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하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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