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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평화를 여는 대화의 기본 태도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평화를 여는 대화의 기본 태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3. 5. 07:17

평화를 여는 대화의 기본 태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상대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자기 입장을 유보할 수 있는 겸손이 필요합니다. 상대를 마주하기 두려워 폐쇄된 커뮤니티에서 비난을 쏟아내고, 자기를 내려놓기 두려워 냉소적으로 행동할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 불행해집니다. 본래 대화는 우리 내면에서 먼저 시작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합니다. 내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어떤 일이 떠오르면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는 게 좋을지 끊임없이 궁리를 합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러나 혼자 하는 대화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편협해지거나 비합리적인 결론에 빠지기 쉽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 또는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객관적인 시선을 회복할 수 있고,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평화로운 대화를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 태도에는 듣기, 존중하기, 유보하기, 말하기가 있습니다.



듣기


대화의 핵심은 듣기입니다. 좋은 의사소통은 적극적 듣기에 뿌리를 두는 것으로, 대화의 과정에서 출발은 늘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듣기는 단순히 말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까지도 듣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듣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이 외치는 소리를 점점 놓아버려야 합니다. 루돌프 슈타이너는 이에 대해 듣기는 의식적으로 잠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말하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깨어나고 듣는 사람은 잠들게 됩니다. 이처럼 듣는다는 것은 내면의 침묵을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잘 듣기 위해서는 내면의 공간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머릿속이 자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습니다.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그 이야기가 전해 주는 느낌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말하려고 할 뿐,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화가 실패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듣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동어반복의 말하기로 인해 갈등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흔히 듣기는 11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단일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럿이 함께 하는 대화에서 우리는 한층 더 높은 차원의 듣기를 발견합니다. 단순히 들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전체의 일부로서 더불어 듣는 것입니다. 대화모임은 한 사람의 관점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는 것을 고려하도록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생각을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존중하기


상대방을 온전한 존재로 바라보려면 대화의 또 다른 중심 요소인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상대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면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가 어렵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상대에 대해 과거의 경험이나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부정적인 이야기, 외모에 대한 편견 등을 가지고 있다면 대화는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어른이 되었든 아이가 되었든 상대방 역시 나와 똑같이 불완전한 사람이고, 고유한 자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사실 상대방을 외면하거나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빨리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판단을 내리려고 합니다.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은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화모임의 장점은 모든 의견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존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자신에게서, 그리고 상대방의 표현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 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보하기


의견을 유보한다는 것은 일방적 확신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시간을 두는 것입니다. 자기 확신을 유보한다는 것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좀 더 천천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꼭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현재의 생각과 느낌을 인정하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말을 입 밖에 낼 때 그것은 대부분 그때그때 지나가는 관념에 지나지 않기도 합니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생각이 본래 의도와 달리 변화하거나 정리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혀버리면 내면의 다른 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알아차리기도 어렵습니다. 내면의 공간이 협소해지는 것입니다. 확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내가 이것을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확신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까? 이런 믿음을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하면 무엇이 나빠질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고정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화를 통해 내 의견도, 상대의 의견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말하기


대화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귀 기울여 듣기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우리는 -말하기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네가 나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기보다 나는 너에게 존중받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 다르고  다른 것은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대화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는 것은 지금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내가 관찰한 것, 그리고 내가 느끼고 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또 말을 하면서 도덕적 압력이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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