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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원형 학급회의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원형 학급회의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7. 7. 25. 06:10

원형 학급회의


김훈태(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일반적인 형태의 학급회의는 반장이 칠판 앞에 나와 회의를 이끌고, 부반장이 옆에서 회의 날짜와 시간, 참여자의 발표 내용을 칠판에 적습니다. 서기는 회의록에 회의 내용과 결과를 기록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은 대체로 개회와 국민의례, 회의 주제 선정, 주제 토의, 실천 사항 발표, 표결, 결정 내용 발표, 폐회 등의 순서입니다. 교실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역시 비슷한 방식을 따릅니다. 쟁점 사안이 정해지고 나면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결론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는 게 보통입니다. 이러한 학급회의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체험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매주 실시되지만, ‘정말로 아이들에게 민주적 시민의식을 길러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며 회의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소수이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소수 의견은 사실상 존중받지 못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이들 서로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학급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소속감을 갖게 됩니다. 학급회의는 단순히 시간표에 주어진 특별활동 시간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앞으로 계획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결정해 나가는 시간입니다. 기존의 형식적인 학급회의 방식에서 탈피해 원형 대화모임의 방식으로 학급회의를 하면 아이들은 누구나 동등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 바라는 점을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학급에 더 깊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주체적으로 학급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이 생깁니다. 또 이런 방식의 학급회의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교실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미 벌어진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급긍정훈육법에서는 효과적인 학급회의를 위한 8가지 기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으로 둘러앉기

감사하고 칭찬하기

다름을 존중하기

존중하는 의사소통기술 사용하기

해결방법에 집중하기

롤플레잉과 브레인스토밍

의제와 학급회의 형식 사용하기

어긋난 목표 4가지 이해하고 사용하기


강의식 수업을 하다가 책상을 벽에 붙이고 의자를 원형으로 놓는 일이 처음에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때 경쾌한 노래를 하나 정해 다 같이 노래를 하면서 책상을 옮기면 어수선함도 줄이고 더 빨리 의자를 배치할 수 있습니다. 노래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잡담을 할 수 없고 책상 옮기는 일에 더욱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노래가 끝나면 한 번 더 부르면 됩니다. 이처럼 학급에서 단체로 하는 활동에 노래를 도입하면 교사는 큰 목소리로 지시할 필요가 없고, 교실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감사와 칭찬의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감사와 칭찬을 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막대를 돌려 대화할 수 있습니다. 학급회의 초반에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교실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아이들의 소속감과 자존감을 고취시킬 수 있습니다. 평소에 비폭력대화를 연습해 온 교실이라면 감사하기와 칭찬하기는 자연스러운 인사와 같을 것입니다. 비폭력대화로 감사와 칭찬을 표현하는 방법은 내가 감사 또는 칭찬하고 싶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생각할 때 나의 느낌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 느낌을 통해 우리는 어떤 욕구가 충족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됩니다.

다름을 존중하는 방법으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기질의 특성에 대해 탐색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기질에 대한 지식을 전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친구들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합니다. 따라서 기질적 특성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탐구하고 자신의 기질이 어떤지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함께 <곰돌이 푸 이야기>를 읽고 곰돌이 푸와 피글렛(또는 티거), 이요르, 레빗의 그림을 교실에 붙여 놓습니다. 아이들에게 자기와 비슷한 동물을 선택하도록 하고 그림 앞에 서게 합니다. 왜 그 동물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각각의 모둠 친구들이 이야기막대를 돌려 대화하고 모두 함께 앉은 자리에서 발표를 하는 것입니다.

 

존중하는 의사소통기술 사용하기와 해결방법에 집중하기, 롤플레잉과 브레인스토밍, 의제와 학급회의 형식 사용하기, 그리고 어긋난 목표 4가지 이해하고 사용하기 등의 방법들은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4가지 어긋난 목표 행동은 1) 지나친 관심 끌기, 2) 힘의 오용, 3) 보복, 4) 무기력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학급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에게서 나옵니다. 관계 속에서 상처를 입었을 때 아이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흔히 교실에서는 이처럼 어긋난 목표 행동으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고 폭력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사가 이 아이들을 혼내거나 벌을 주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방식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급긍정훈육법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격려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격려하는 방법> 

지나친 관심 끌기

힘의 오용

보복

무기력

함께 걷기

점심 함께 먹기

이야기에 웃어 주기

함께 이야기하기

생각 물어보기

모둠장 맡기기

프로젝트 등에 주도적 역할 맡기기

다른 학생들을 돕도록 부탁하기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라고 말하기

친구 되기

생일에 초대하기

칭찬하기

좋아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 돕게 하기

괜찮다고 말하기

함께 과제하기

너도 이 문제가 어렵구나라고 말하기

8가지 기술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의 의견이 학급운영에 반영된다는 것을 느끼고, 학급 행사와 수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학급회의는 교사와 아이들이 하나의 교실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는 학습의 장입니다. 대화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중요한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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