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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에게 필요한 ‘나의 감정’ 알고 조절하기 - 정인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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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에게 필요한 ‘나의 감정’ 알고 조절하기 - 정인선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6. 26. 16:00

유아에게 필요한 나의 감정알고 조절하기

 

정인선 서울신천초등학교병설유치원

 

 

 

유아는 자연, 사물, 인간 관계 등 다양한 곳에서 감정을 느낀다. 감정은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상상 등 접촉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시작된다. 접촉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요소와 내부의 요소를 분리하여 감정을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치원 시기의 아이는 (자아)’를 인식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감정을 외부의 접촉과 구분하여 인식하고, 이를 표현하며,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유아는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지만 아직 이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은 서툴다. 지금 어떤 기분이 드는지 분명히 알지 못하거나, 혹은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 때로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유아에게 감정이 생기는 원인과 감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

 

감정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이에게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음을 알고, 다양한 감정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감정, 기쁨, 슬픔, 놀람, 공포, 화남, 행복함, 편안함 등 다양한 감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경험의 공유는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여 감정에 대해 편안한 인식을 돕는다. 다양한 감정의 발생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감정은 서로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나아가 스릴 있지만 재미있고, 놀랍지만 기쁘기도 하고, 슬프지만 아쉬움을 가지기도 하는 복합적인 감정도 있을 수 있고, 누구나 경험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유아들이 감정을 편안하게 이해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 다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회를 준다. 감정의 표현은 언어, 소리, 표정, 행동, 그림, 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영아기에 울음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였기에 울음과 행동의 표현이 습관화되었다. 짜증을 내면서 말하거나 울음으로 요구를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표현은 눈빛만 보면 알 수 있는 엄마 아빠에게 통하는 표현이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은 적절한 언어나 다정하게 말하기, 친절하게 말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지게 되는 유치원 시기에 아이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감정은 섬세해질수록 세련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때는 어른들의 모방이나 인형을 이용한 인형극으로 도움을 준다. 적극적인 아이는 어른의 행동을 금방 모방하지만 소극적인 아이들은 조금은 느리고, 더 어려 보이는 인형을 통해 상황극을 자주 보여 준다. 나는 주머니 인형이나 느림보 거북이 인형을 가지고 아주 느린 상황극을 보여 준다(천천히 말하며, 느리게 행동하는 모습으로 연출).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주머니 인형이야. 너무 부끄러워서 선생님 주머니에서 살고 있어. 나는 친구랑 같이 놀고 싶은데, 부끄러워서 말을 잘 못하겠어. 친구가 안 된다고 하면 어쩌지? 싫다고 하면 어쩌지? 오늘은 용기를 내서 말해 보려고 해. 너무 부끄러우면 나는 선생님 손을 잡고 갈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야. 친구야 안녕?... 같이.. 놀자? ... 이거 가져가도 돼?”

 

 

마지막으로 감정을 조절하여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이 감정은 욕구에서 온다. 욕구가 충족되면 긍정적 감정이 생기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 그렇다고 감정이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 2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날씨처럼 감정은 다양할 수 있다. 화가 날 때도 행복할 때도 슬플 때도 편안할 때도 있다. 감정의 뿌리인 욕구를 살피고 감정과 욕구를 언어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의 예를 들어 보자.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가지고 오게 되면 친구를 화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그 마음을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어 친구를 화나게 한 것이다. “나 이 장난감 갖고 놀고 싶어.” 이렇게 말을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반면에 친구는 장난감을 뺏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 친구가 자기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되면 싸움이 될 것이다. “네가 허락도 없이 내 장난감을 가져가서 나 화가 나.” 감정을 조절하여 표현할 때에는 이렇게 자신의 감정과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함께 말했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 학기초 아이들의 관계 예시

 

개학 후 유아들의 반응은 몇 가지 모습으로 관찰된다. 첫 번째로 유아들은 천천히 주변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장난감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눈으로 보기도 하고, 교실의 구성원인 친구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마 이때 아이들의 마음은 지금 교실을 둘러봐도 될까? 나는 지금 뭘 해야 되지? 인형 만져도 될까? 선생님은 무서울까? 친구들은 나를 좋아할까? 집에는 언제 갈까?’ 등일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며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생긴다.

 

두 번째 모습은 눈물을 조용히 흘리거나 큰 소리로 우는 경우이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유아도 있고, 큰소리도 울어 버리는 유아도 있다. 큰 소리로 우는 친구들은 적응 기간이 끝나면 금방 친구들과 잘 지낸다. 큰 소리로 울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처럼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감정 표현을 대부분 잘 한다. 작은 소리로 우는 친구들은 교사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 버린다. 둘의 경우 교사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감정을 읽어 주면 된다. 처음부터 왜 울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친구야. 눈물을 흘리는구나. 이유는 모르지만 눈물이 나는 거야? (아이는 가만히 있는다) 그런 거면 고개를 끄덕이면 되고, 아닌 거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괜찮아.” 다시 천천히 물어 본다. 눈물 흘리는 이유가 있는 거야? (고개를 끄덕) “고마워, 네가 고개를 끄덕여 주니, 선생님이 알 수 있었어.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있었구나. 눈물이 나는데도 용기를 가지고 표현해 주었구나. 그럼 이번에는 눈물 닦고 말해 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면 그때부터 손을 잡고 아이와 눈을 맞춰 가며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처음부터 언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갑자기 들이닥친 전국으로 생방송되는) 카메라를 마주하는 것처럼 당황스러울 것이다.

 

세 번째 모습은 교실의 무법자이다. 교실에 있는 궁금한 장난감들을 이것저것 다 꺼내본 다. 물론 다시 제자리에 넣지는 않는다. 교실을 뛰어 다니고, 다른 반 교실도 가 보고, 복도를 질주하며, 친구의 장난감이 마음에 들면 가져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교사에게 큰 소리로 물어 본다. 처음 마주하면 교사는 당황하지만 그 아이가 교실에 있으면 아주 좋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나이에 관심 있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 다정하게 말하기 수업의 팁

 

4세를 10년 간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소소한 내용이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이야기 들려주기 중 아이들의 마음에 용기를 심어 주는 이야기로 자주 사용된다.

 

친구들아, 선생님이 질문을 해 볼게. 아는 친구들은 이야기해 줘. 어른들의 키가 더 클까, 친구들의 키가 더 클까? (어른) 그럼 손은 어른들이 더 클까, 친구들이 더 클까? (어른) 그럼 발은? (어른) 그러면 마음은? (어른) 진짜? 그렇게 생각해? ()”

 

마음은 요술쟁이야. 진짜 진짜 신기해. 이 세상의 먼지보다 더더더더 작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뾰족뾰족한 바늘이 되기도 해. 또 어떤 날은 주먹만큼 커지기도 하다가 호수처럼 잔잔해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넓고 우주보다 넓어지기도 해. 마음이 작은 사람, 뾰족한 사람은 어떤 일이 생길 때 뾰족하게 화가 난 것처럼 이야기한단다. 그런 경험이 있니? (......) 마음이 넓은 사람은 응 좋아~ 같이 하자. 내가 먼저 사용하고 줘도 될까?’ 거절도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한다. 어른들이 마음이 작아 뾰족뾰족하게 말하거나 행동한 것 본 적 있니? (우리 엄마는요, 매일 빨리 해, 빨리 해라고 해요. 그리고 숫자를 세요) 그렇구나. 그것도 마음이 작은 것일 수 있겠다. (우리 오빠는요, 말을 안하고 나를 자꾸 때려요). 응 그렇구나. 웃으면서 말을 하면 좋았을 텐데 행동으로 말하니 속상했겠다. 그럼 이번에는 반대로 마음이 넓은 것도 있었니? (......중략)”

 

아이들에게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이 좁을 때와 넓을 때의 표현 방법이 다른 것을 알려 주고, 마음을 넉넉하게 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화가 났을 때 잠시 1, 2, 3을 세고, “나는 네가 내 물건을 가져 가서 속상했어. 다음부터 말하고 가져 갔으면 좋겠어등 자신의 감정을 다정하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하루 일과 중 우연히 일어나는 정서적 상황을 잘 포착하여 아이들과 4~5분 정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유아는 상황을 인식하고 원인을 찾아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등 최선의 해결책을 시도해 보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게 된다.

 

무엇보다 교사는 아이들의 모범이 될 필요가 있다. 교사 스스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가만히 알아차리고(숫자를 세거나 심호흡을 해도 좋다),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자문해 보는 것이다. 교사가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자기공감을 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감정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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