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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본문

책소개 및 서평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7. 6. 01:46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놀라운 실상
미야구치 코지 지음 | 부윤아 옮김 | 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 | 2020년

 

 

 

 

■ 책 소개

 

케이크를 정확히 3등분하지 못하는 아이들, 무엇이 문제일까?

 

아동 정신과 의사이자 의료 소년원에서 일하는 미야구치 코지는 아동 상담 중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지 박사는 인지 기능 테스트의 일환으로 A4 용지에 원을 그린 뒤 아이들에게 ‘세 조각으로 나눠보라’고 했다. 놀랍게도 상당수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원을 반만 자르거나 4등분을 하거나, 망설이며 어려워했다.

 

인지 기능이 약하면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인지 기능이란 기억, 지각, 주의력, 언어 이해, 판단 및 추론 같은 요소가 관계되는 모든 지적 과정과 능력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지 기능이 약하면 기본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탓에 공부하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은 이러한 아이들의 징후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지 기능 향상법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지원책과 교육 방법까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을 얻게 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 저자 미야구치 코지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사다. 교토 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건설컨설턴트 회사에 근무하다가 고베 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공립 정신과 병원에서 아동정신과 의사로 일하던 중 시설에서 발달 장애가 있는 문제아를 만나 진료하다가 의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느끼고 사법 분야인 의료 소년원으로 옮겨 7년간 근무했다.

 

그는 의료 소년원에서 근무하며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경험을 이 책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로 펴냈다. 실제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가 3등분한 원 그림으로 화제를 모은 이 책은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2020년 일본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2016년부터 리쓰메이칸 대학 산업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 전문 상담사로 컨설테이션 및 교육 상담, 발달 상담을 하고 있으며, 발달 장애와 지적 장애 아동에 대한 지원책 및 비행 소년의 재범 방지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인 면, 학습적인 면, 신체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로 곤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인지 기능 향상 프로그램인 코그 트레이닝(Cognition Training, COG-TR)을 개발, ‘일본COG-TR학회’를 창립해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펼처나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코그 트레이닝 : 보고 듣고 상상하기 위한 인지 기능 강화 트레이닝》 《서툰 아이들을 위한 인지 작업 트레이닝》 등이 있다.

 

■ 역자 부윤아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기를 좋아하다가 번역가가 되었다. 경제 무역학을 전공하고 20대에는 공연기획 일을 했다. 현재 글로하나 출판 번역 에이전시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 녀석, 지금 파르페나 먹고 있을 거야』, 『지극히 작은 농장 일기』, 『행운은 반드시 아침에 찾아온다』, 『당신의 일은 안녕하십니까』 등이 있다.

 

■ 차례

추천의 글

감수 및 추천의 글_ 아이들이 오해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스위치’를 켤 수 있도록

시작하며_ 도움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하여

 

1장 ‘반성의 문제’가 아닌 아이들

아이가 따라 그린 그림에 충격을 받은 이유|보이는 세계가 다른 아이들|보는 힘, 듣는 힘, 상상하는 힘이 부족하다|‘다루기 힘든 아이’로 분류되는 학교생활|칭찬 교육은 문제를 미뤄둘 뿐이다|변화를 위한 그룹 트레이닝

 

2장 저는 착한 사람이에요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계산이나 글 읽는 것도 서툴다|계획을 세우는 힘과 예측 능력이 부족하다|반성이란 없다, 갈등조차 하지 않는다|‘나는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아이들의 집착이 향하는 곳|왜곡된 대인 인지가 일으키는 행위

 

3장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특징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여섯 가지 이상 징후|【인지 기능이 약하다】 보고 듣고 상상하는 힘이 약하다|‘문제아’ 혹은 ‘의욕 없는 학생’이 되는 까닭|상상력이 약하면 노력하지 못한다|반성보다는 인지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부터|【감정 제어 능력이 약하다】 감정에 휩쓸리면 사고 기능이 떨어진다|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비행|아이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냉정한 사고를 멈추게 하는 ‘화’|감정은 행동에 동기를 부여한다|【융통성이 없다】 유연하지 못한 생각이 잘못된 행동을 낳는다|실행기능장애 행동평가로 알아본 융통성 부족|사고가 유연하지 못해 학교에서 곤란을 겪는 아이들|융통성이 없으면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다|【부적절한 자기 평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왜 자신에게 부적절한 평가를 내리는가|【관계 맺는 능력이 약하다】 인간관계가 잘 안 풀릴 때 겪는 문제들|미움받지 않기 위해 나쁜 짓을 저지른다?|관계 능력이 약하면 이성관도 왜곡된다|【신체 운동 기능이 약하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 일으키는 오해|운동조절장애가 신체적 능력을 떨어뜨린다|신체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왜 문제인가

 

4장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 무심한 반응

아이들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들|신호를 보내는 시기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보호자조차도 알아채지 못한다|사회에서도 알지 못한다|반에서 ‘하위 5명’의 아이들|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학교에서는 왜 모르는가|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비행을 저지른다

 

5장 사회에서 잊힌 사람들

왜 금방 들통날 범죄를 저지른 걸까|일상적인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어른이 되면 잊히는 사람들|문제없는 사람들과 구별이 힘들다|‘경도’라는 표현에 대한 오해|지적인 취약점 때문에 학대를 받는다|보호 대상인 장애인, 범죄자가 되다|수감자가 된 장애인의 실태|소년원 안의 ‘잊힌 아이들’|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든다

 

6장 칭찬 교육은 해결책이 아니다

진정 칭찬 교육으로 개선될까|‘아이의 자존감이 낮다’는 틀에 박힌 문구|교과 교육 외의 것을 홀대하는 현실|학습의 토대가 되는 인지 기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병원에서의 심리 치료가 해결할 수 없는 것|지능 검사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지적으로 문제없다’는 진단이 새로운 장애를 부른다|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없는 까닭|현재의 정신 감정, 무엇이 문제인가|문제 아이들 개개에 맞는 프로그램의 도입 필요

 

7장 하루 5분으로 바뀔 수 있다

아이들의 변화 계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나를 아는 것’과 ‘자기 평가 향상’의 효과|‘저도 할 수 있어요’에서 시작되는 변화|아이들에게 필요한 세 가지 지원|인지 기능에 중점을 둔 새로운 치료 교육|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코그니션 트레이닝|잘못된 행동을 제어하도록 돕는 기호 찾기|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트레이닝|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다양한 무료 교재를 활용하라|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벌어지는 일들|성 관련 문제 행동과 인지 기능|‘마음의 병’이 생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다

 

마치며_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기를


 

 

저는 착한 사람이에요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나는 소년원에서 근무하기 전, 공립 정신과 병원의 아동 정신과에서 일했다. 병원에서 일하며 많은 고민 끝에 일단 의료 현장을 벗어나 의료 소년원에 부임했고, 소년원에서 놀라운 일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그중 하나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케이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폭력적 언동이 눈에 띄는 한 소년을 면담했을 때였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은 나는 A4 크기의 종이를 꺼내 원을 그렸다. 그리고 “여기에 케이크가 있어요. 세 명이 함께 먹는다면 어떻게 자르면 좋을까요? 모두 같은 양을 먹을 수 있게 잘라보세요”라고 문제를 내보았다.

 

그러자 소년은 일단 케이크를 가로로 반을 잘랐다. 그러고는 한참 고민하더니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실패했구나 싶어 “그럼 다시 한 번 해볼까요?”라고 말하고 나는 다른 종이에 원을 그렸다. 소년은 또 먼저 가로로 자르고는 이후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나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식으로 케이크를 자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에 이 그림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자른 사람이 강도, 강간, 살인 등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 비행 소년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 연령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는 지금까지의 교정 교육을 시행해봤자 대부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홀려버릴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케이크를 제대로 나눌 수 없는 소년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했을지,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특별한 배려를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비행을 저지르고, 마지막으로 도달한 소년원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비행에 대한 반성만 끊임없이 강요받았다는 점’이었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특징

【인지 기능이 약하다】 보고 듣고 상상하는 힘이 약하다

비행 소년들에게 상해 사건을 일으킨 연유를 물어보면 ‘상대가 노려봐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년원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아이를 가리키며 "저 녀석은 항상 내 얼굴을 보고 실실 웃어요” “나를 째려봐요"라는 호소를 많이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상대 소년에게 가서 확인해보면 그 소년을 보고 웃거나 노려본 일이 없을뿐더러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는 보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상대가 노려본다고 생각하거나 바보 취급한다는 느낌을 받고 자기 혼자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듣는 힘이 약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듣는 힘이 약하면 누군가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 ‘저 녀석이 내 악담을 하고 있다’라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반성보다는 인지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피해자들이 쓴 수기 등을 읽게 하려면 우선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약 글자를 읽을 수 있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이 피해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겠어요”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알았다고 답은 해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절대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이 아니다. 가르치는 쪽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그야말로 ‘반성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근무하던 의료 소년원의 아이들은 제각각 매우 심각한 사건을 저지르고 들어온 아이들이었다. 처음부터 반성시키려고 해봐도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교정 교육은 아이들 각각의 발달 수준에 따라 ‘보는 힘’이나 ‘듣는 힘’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인지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교정 교육에서 당사자의 이해력은 그다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교정국에서 지정한 어려운 교재를 묵묵히 시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야단맞기 때문에 아는 척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나쁜 일을 저지른 아이가 있다면 반성시키기 이전에 그 아이에게 애초에 무엇이 나쁜 일인지 이해할 능력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만약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반성시키는 일보다 먼저 인지 기능을 향상 시켜야 한다.

 

【감정 제어 능력이 약하다】 감정에 휩쓸리면 사고 기능이 떨어진다

기분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고, 툭하면 짜증난다는 말을 하고, 화가 나면 바로 폭언이 나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무언가 불쾌한 일이 생겨 마음속이 갑갑하고 애가 탈 때 대체 자신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이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답답한 기분이 쌓여 스트레스로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 스트레스는 차츰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불쾌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면 점점 스트레스는 쌓여만 간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는데, 해소 방법이 잘못되면 갑자기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거나 상해나 성폭력 같은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자아가 약해서 상처받기 쉽다. 그렇기에 ‘또 나의 실패를 지적한다’며 공격적이 되거나 ‘어차피 나는 안 돼’라며 지나치게 자기를 비하하며 타인의 말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원인에는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공부를 못한다’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해 주의를 많이 받는다’ ‘물건을 잘 잃어버려 자주 야단맞는다’ ‘스포츠를 잘 못한다’ ‘움직임이 둔하다’ 등이 있다. 나아가 그렇게 되는 원인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발달 장애, 지적 장애가 있거나 경계선 지능인 경우도 있다.

 

화가 나는 또 다른 원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상대에 대한 기대가 강하고 고정 관념이 심할 때 쉽게 이런 생각에 빠진다. 상대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강한 기대 심리가 깔려 있거나 ‘나는 옳다’ ‘나는 이래야만 한다’는 왜곡된 자기애와 고정 관념이 마음속에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융통성이 없다】 유연하지 못한 생각이 잘못된 행동을 낳는다

우리는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생각한다. A방법, B방법, C방법, D방법, E방법 등. 이렇게 몇 가지 선택지를 떠올려보고 그중에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고민을 거듭해 선택하고 실행한다. 선택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여보고 잘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골라 다시 실행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결 방안을 여러 가지로 세우는 것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안을 고르는 ‘융통성’이다. 유연한 사고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돈이 필요한데 수중에 가진 게 없어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해보자.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이 있다.

 

A: 아르바이트를 한다

B: 친척에게 빌린다.

C: 복권을 산다

D: 훔친다

 

그런데 두뇌가 유연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융통성이 없어 이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사람은 돈이 없을 때마다 훔치는 일을 반복한다.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면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사고가 유연하지 못해 학교에서 곤란을 겪는 아이들

학교에도 뇌가 굳어 융통성이 없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 역시 해결 방안을 한 가지, 많아야 두 가지밖에 생각해 내지 못한다. 한 가지만 생각해 내면 그 방법이 최적의 해결책인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이런 아이들은 과거에 실패를 해봤음에도 몇 번이고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

 

“사과 다섯 개를 세 명이 골고루 나누어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변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과를 하나씩 전부 3등분 하여 열다섯 조각으로 잘라 세 명이 다섯 조각씩 나눠 갖는 것이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힘들게 사과를 자르지 않는 방법도 있다. 우선 사과를 1인당 하나씩 가지고, 남은 두 개를 세 명이서 어떻게 나눌지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 편이 손도 덜 가고 트러블도 적을 것이다.

 

‘정확히 3등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사과를 믹서에 넣고 갈아 주스로 만들어 나눠 마신다는 상당히 강박적인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뇌가 굳어 융통성이 없는 아이의 답은 조금 다르다.

 

“선생님, 이거 계산 문제죠. 5 나누기 3이네요. 1.666·…. 정확하게 나눌 수가 없어요. 딱 떨어지지 않아요.”

 

이런 아이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바로 결론을 내버린다. 시간을 들여 “잠깐,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고 유연하게 생각하여 다른 시점으로 보는 것이 무척 서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신체 운동 기능이 약하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 일으키는 오해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 중에는 신체를 사용하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기묘하고 서투른 아이들이 종종 보인다.

 

소년원의 체육 시간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자주 일어났다. 야구를 하는 중에 포수를 맡은 소년이 공을 1루로 던졌는데, 소년의 오른쪽 가까이에 있는 교관을 향해 공이 날아갔다. 축구를 하는 중에 골대를 향해 공을 찼는데, 상대방 다리를 차는 바람에 경기 도중에 몇 명이나 다리를 다쳤다.

 

이뿐만 아니다. 소년원 안에서 생활하는 와중에도 “세면대 수도꼭지를 과하게 돌려 수도꼭지가 빠졌다” “화장실에서 변기 바깥쪽으로 소변을 봐서 화장실을 계속 지저분하게 만든다” 등 일부러 그랬다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하는 아이도 있다.

 

사회에서라면 그릇을 닦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몇 번이나 그릇을 깨서 해고당했다” “손님에게 요리를 낼 때 큰 소리가 나게 그릇을 내려놓았다가 손님과 언성을 높였다” “건설 현장에서 윗사람에게 위험하다고 혼나기만 하는 것이 싫어서 그만뒀다”와 같은 업무와 관련된 것이나, “싸움이 일어나 상대의 머리를 가볍게 밟았을 뿐인데 두개골이 함몰되었다” “장난을 좀 쳤을 뿐인데 상대방을 크게 다치게 해서 상해죄로 체포되었다”와 같은 범죄 사건에 관한 것들도 있다. 소년원에서 나와 사회에서 성실하게 일해보려고 해도 신체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탓에 직장에서 해고되어 여러 곳을 전전하거나, 본인은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상해죄가 되는 케이스도 찾아볼 수 있다. 

 

칭찬 교육은 해결책이 아니다

진정 칭찬 교육으로 개선될까

어떤 원인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아이는 수없이 많다. 현재 나는 여러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정기적으로 학교 컨설테이션을 하고 있다. 컨설테이션을 할 때는 교사들에게 곤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 같이 의견을 나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어떤 문제가 있는 아이의 담임 교사가 상담하고 싶은 사례에 대해 발표한다. 그 후에 참가자들이 그룹을 만들어 사례에 대해 각 그룹에서 질문을 하고, 참가자 모두가 함께 아이의 상황에 대해 이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지원하면 좋을지 그룹별로 이야기를 나눈 후 각 그룹에서 지원 방안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가장 일반적인 지원 방안은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어 ‘칭찬하기’다. 문제 행동만 일으키는 아이는 아무래도 나쁜 쪽으로만 눈이 향하니 좋은 면을 찾아내어 칭찬하자거나 작은 일도 칭찬하자거나 역할을 부여해서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칭찬하자거나 하는 내용이다. 아무튼 ‘칭찬’ 일색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로서는 ‘또 나왔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

 

물론 칭찬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가장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은 사례를 제시한 담임교사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표정이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조언을 해대니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기색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그런 건 이미 한참 전부터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시도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기에 교사는 곤란할 것이다.

 

소년원의 아이들 중에서도 교관 선생에게 주의와 지도를 받으면 "나는 칭찬받으면 발전하는 타입이에요”라고 울면서 항변하는 소년이 있다. 분명 부모에게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자란 결과가 소년원 입소인 것이다.

 

칭찬과 더불어 자주 나오는 방안이 ‘이야기 들어주기’다. 이것도 아이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안정시키는 데 효과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칭찬하기, 이야기 들어주기는 그 자리를 모면하기는 좋을 뿐 길게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의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룰 뿐이다.

 

‘아이의 자존감이 낮다’는 틀에 박힌 문구

학교 컨설테이션 과정에는 아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단계가 있다. 그때도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이 아이는 자존감이 낮다’는 말이다.

 

아이가 어떤 곤란을 겪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토론 자리에서도 이 말은 꼭 나왔다. 소년 감별소에서도 조사관이 작성한 소년 검사부 기록을 보면 꼭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이 소년은 자존감이 낮음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이 말에 항상 위화감을 느낀다. 여러 가지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는 그때까지 부모나 교사에게 계속해서 야단을 맞아왔으니 자존감이 높을 리 없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다’는 것은 당연할뿐더러 그렇게 써두면 거의 틀릴 일이 없다.

 

그리고 애초에 ‘자존감이 낮다’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되는지도 의문이다.

 

어른들은 어떤가? 자존감이 높은 편인가? 하는 일이 잘 안 되어서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질 때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하는 일이 궤도에 올라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자존감이 높아질 수도 있다. 어쩌면 사회의 험난한 파도 속에서 생각하는 대로 일이 안 되고, 직장에서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이상적인 가정을 만들지 못하는 등 자신감을 쉽게 갖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진 어른이 더 많지 않을까?

 

문제는 자존감이 낮은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실제 자신의 상태와 괴리가 있는 부분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자신감만 지나치게 높거나, 반대로 뭐든 잘하는데도 전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실제 자신을 파악하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자존감이 낮다’는 말 뒤에 따라오는 것은 ‘자존감을 올릴 수 있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이걸 쓴 조사관의 자존감은 애초에 높은가?”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자존감은 억지로 올릴 필요도 없고, 낮은 상태로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강한 정신이 필요하다. 이제 적당히 ‘자존감이 어쩌고’ 하는 표현에서 졸업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루 5분으로 바뀔 수 있다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코그니션 트레이닝

코그니션 트레이닝은 인지 기능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기억, 지각, 주의력, 언어 이해, 판단 및 추론)에 대응하는 ‘묘사하기, 기억하기, 찾아내기, 상상하기, 숫자 세기’라는 다섯 가지 트레이닝으로 되어 있다. 교재는 워크시트를 이용한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트레이닝이다. 트레이닝의 대표적 작업과 대략적 개요는 다음과 같다.

 

묘사하기 : 점 잇기

점점이 이어진 견본의 도형을 보고 아래 칸에 똑같이 따라 그린다. 기초적인 시각 인지력을 다질 수 있다. 견본의 별자리를 따라 그리는 것도 있다. 그 외 따라 그릴 때 별자리가 다른 방향으로 회전된 ‘빙글빙글 별자리’나 견본의 도형이 거울이나 수면에 비치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면서 그리는 ‘거울에 비친 모습’ 등이 있다.

 

기억하기 : 첫 단어와 박수

출제자가 문장 세 개를 읽어주고, 트레이닝 대상자는 제일 처음 단어를 기억해둔다. 출제자가 문장을 읽는 도중 동물 이름이 나오면 트레이닝 대상자는 손뼉을 친다. 마지막에 기억해둔 단어 세 개를 답해서 맞춘다.

 

찾아내기 : 같은 그림 찾기

여러 장의 그림 중 같은 그림을 두 장 찾아내는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점 중에 정삼각형으로 배치된 점을 찾는 ‘모양 찾기’, 어떤 도형의 윤곽을 파악하는 ‘그림자 도형’ 등이 있다.

 

상상하기 : 마음속 회전

도형을 정면에서 봤을 경우와 오른쪽, 왼쪽, 반대쪽에서 보면 각각 어떻게 보일지 상상하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에 서서 보는 연습이기도 하고, 상대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힘을 기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도장에 새긴 그림을 종이에 찍어내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는 ‘도장 찍기’, 뒤섞인 여러 장의 그림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순서를 바꾸는 ‘이야기 만들기’ 등이 있다.

 

잘못된 행동을 제어하도록 돕는 기호 찾기

잘못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트레이닝도 있다.

 

숫자 세기 : 기호 찾기

예를 들어, 여러 가지 과일 모양을 한 줄로 늘어놓은 그림 시트지가 여러 줄 있다. 이 중에서 사과가 몇 개인지 세면서 가능한 빠른 속도로 사과에 표시를 한다. 단 특정 과일 한 가지를 멈춤 기호로 정해두고, 사과 왼쪽에 그 과일이 있을 때는 개수를 세지도 않고, 표시도 하지 않는다.

 

이 트레이닝은 행동 제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장에서 말한 잘못된 행동을 끊어내는 것이 약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브레이크를 달아주는 것이다. 멈춤 기호를 다양하게 조합하면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맨 처음에는 5분이 걸려도 문제를 풀지 못했던 아이라 할지라도 일주일에 1~10회 정도 반복하면 20초 만에 문제를 풀 수 있다. 확실하게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이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학교 교육에서는 대개 인지 기능이 취약한 아동에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현장의 교사들로부터 아이들에게 코그니션 트레이닝을 시켜보고 싶지만 어떻게 학교 일과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해도 정규 수업을 빼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회나 종례 시간 5분을 활용하면 된다. 5분만 있으면 첫 단어와 박수를 다섯 문제씩 할 수 있다. 주 4회, 1년이면 32회(일본의 정규 학사 일정은 1·2학기 각각 12주씩에 3학기는 8주이니)이니 128번이나 할 수 있다. 시간으로는 640분, 약 10시간 정도다.

 

 

[출처 : http://www.biztoday.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7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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