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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회적은행을 만나다] GLS 뱅크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6. 7. 10. 14:20

100% 투명성과 ‘고착성 자본(sticky capital)’의 힘

이상진 소임리포터

2015. 12. 04.

 

 

세계의 사회적은행을 만나다] ⑨ GLS 뱅크

 

독일의 GLS 뱅크는 1974년 인지학 공동체와 대안 운동에서 출발한 금융기관으로, “돈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 은행은 돈을 단순한 이익 추구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위한 창조적 도구로 보며, 조합원과 고객의 예금을 전적으로 사회적·생태적 프로젝트에 대출하는 것을 핵심 미션으로 삼고 있다. 특히 GLS 뱅크의 성장 과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같은 외부 충격 시기에 오히려 더 두드러졌는데, 이는 가치 중심 금융이 재무적 안정성과 충분히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100% 투명성 기반의 포지티브 여신 포트폴리오

 

GLS 뱅크는 2024년에 약 9700만 유로(약 1650억 원)를 신규 대출로 공급했다. 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절반은 지속가능한 이동성 전략을 도입하고 있으며, 약 24%는 순환 경제 실천을 강화하고 있다. GLS는 특히 에너지 전환과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하는 GP Joule, 검색을 통한 나무심기 모델을 운영하는 Ecosia,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인 자전거 제조사 Riese & Müller 등 사회·생태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출처=GLS 뱅크 홈페이지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GLS 뱅크는 무기 생산, 아동 노동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산업에는 대출하지 않는 분명한 원칙을 두고, 신재생 에너지·주거·교육·문화 등 여섯 개 핵심 분야에 자금을 집중한다. 무엇보다 고객의 예금이 어떤 사회적 목적의 프로젝트에 사용되었는지를 100% 공개하는 투명성 원칙은 GLS 뱅크가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다.

이러한 원칙은 대출 포트폴리오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4년 기준 대출 규모는 약 57억 유로(약 9조 7000억 원)이며, 지속가능한 주거가 30%, 신재생 에너지가 28%, 사회·건강·교육·문화 분야가 22%, 지속가능 경제가 11%, 유기농 식품 분야가 9%를 차지한다. GLS 뱅크는 단순히 “어디에 대출했는가”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대출이 만들어낸 사회·환경적 성과(예를 들어 생산된 재생에너지량, 새로 마련된 주택 수 등)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러한 ‘임팩트 공시’ 방식은 가치와 성과 측정을 은행 경영의 핵심 체계로 자리 잡게 하는 중요한 장치다

고착성 자본: 수익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다

GLS 뱅크의 2024년 잠정 주요 지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졌다. 고객 수는 37만 7800명, 조합원 수는 14만 3300명으로 각각 2.9%, 10% 늘었으며, 직원 규모도 1022명으로 6.6% 증가했다. 재무 지표 역시 꾸준히 확대됐다. 총 대차대조표 규모는 약 107억 유로(약 18조 원)로 8.3% 증가했고, 고객 예금은 약 89억 유로(약 15조 원)로 8.4% 늘었다. 고객 대출은 약 57억 유로(약 9조 7000억 원)로 8% 증가했으며, 고객 사업량은 총 180억 유로(약 30조 6000억 원)로 전년 대비 6.4% 성장했다. /출처=GLS 뱅크 보도자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

 

GLS 뱅크의 재무적 안정성은 고객 예금의 독특한 성격에서 비롯된다. 2022~2023년 금리 급등기에도 예금이 거의 빠져나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고착성 예금’ 현상이 대표적이다. ‘고착성 자본’은 단기 수익을 좇아 빠르게 이동하는 자본이 아니라, 가치·관계·지역·미션에 기반해 장기적으로 머무르는 자본을 말한다. 이 자본은 변동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금융기관이 일관된 미션과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이 된다. 이는 고객들이 단순 금리가 아니라 은행의 가치와 신뢰를 보고 예치하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는 의미이며, 은행에는 저비용이면서도 안정적인 자금 조달 기반이 된다. 이러한 예금 구조는 2024년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을 219%까지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GLS 뱅크는 일반적인 은행 수수료 대신, 미션 수행을 위한 투명한 ‘GLS 기여금’ 제도를 운영해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계좌 보유자)이 매달 1~5 유로란 일정 금액을 ‘기여금’ 형태로 은행에 납부하는 제도로, 이 기여금은 사회적 프로젝트 심사 비용, 윤리적 대출 심사, 투명성 보고서 발간, 지점 운영 및 커뮤니티 활동 등에 사용된다. 윤리 금융 운영을 위한 “공익 비용”을 고객이 공동 부담하는 방식인 것이다. 2024년 GLS 기여금 규모는 약 1582만 유로(약 270억 원)로, 초저금리 시기에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재원 역할을 한다.

EU 택소노미와 GLS의 비판적 대응

GLS 뱅크는 외부 규제를 단순히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의 미션과 충돌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GLS의 녹색 자산 비율(GAR)이 0.20%에 불과한 이유도 단순한 실적 부족이 아니라, EU의 지속가능 금융 분류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GLS 대출의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향해 있지만, 현행 분류체계는 이들 분야를 녹색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실제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GLS는 이런 통계적 왜곡이 오히려 ‘그린워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EU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지속가능 자산으로 포함한 결정 역시 자사의 엄격한 배제 기준과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은행은 규제 수치에 맞추는 데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임팩트 투명성’ 시스템을 강화해 실제 사회·환경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GLS 뱅크의 지속가능 투자 대상인 ‘GLS Anlageuniversum’에 기업과 금융기관이 편입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먼저 잠재적 투자 대상을 선정해 예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 단계에서 기업의 사업 모델과 지속가능성을 검토한다. 이후 ‘배제 위원회’가 최종 적합 여부를 판단하며, 선정된 기업은 정기적인 점검을 거쳐 사회적·생태적 기준을 지속적으로 충족하는지 평가받는다. 이러한 절차를 통과한 기업만이 GLS의 공식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출처=GLS 뱅크 홈페이지

 

한국 신협에 던지는 질문: 지속가능한 가치 혁신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1. 투명성과 가치 측정의 고도화: GLS 뱅크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신뢰 기반의 ‘고착성 예금’을 확보한 것처럼, 한국 신협도 조합원의 예금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충분히 공개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GLS의 ‘임팩트 투명성’ 모델을 참고해, 자체적인 가치 측정·공시 체계를 구축하고, 투명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운영 비용을 고객이 함께 부담하는 ‘GLS 기여금’과 유사한 한국형 기여 시스템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윤리적 금융에 필요한 투명성·심사 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2. 포지티브 스크리닝과 리스크 관리의 통합: GLS가 여섯 개 핵심 분야에 집중함으로써 고위험 자산 편중에서 벗어난 것처럼, 한국 신협도 지역 실물 경제와 조합원의 필요에 근거한 포지티브 대출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부정적 스크리닝을 넘어, 대출 자산을 어떤 영역에 미래지향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며, 동시에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로 이어진다.

3. K-Taxonomy에 대한 능동적 참여: GLS가 EU 분류체계의 한계를 비판하며 중소기업 금융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알린 것처럼, 한국 신협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협동조합과 지역 기반 조직의 특성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분류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사회적금융 통계와 정책을 왜곡하지 않도록, 정책 논의 과정에서 신협의 목소리와 데이터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를 향한 제언

GLS 뱅크의 경험은 투명성과 참여 기반의 운영이 곧 금융의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신협도 조합원의 예금이 만들어내는 사회·환경적 가치를 눈에 보이게 공개하고, 자체적인 가치 측정 모델을 구축해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중소·협동조합 부문의 특성이 제도에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가칭)가치금융신협에게는 GLS처럼 미션을 선언하는 수준을 넘어, 조합원이 신뢰할 수 있는 ‘임팩트 투명성’ 시스템을 초기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성과 참여를 기반으로 조합원의 신뢰를 ‘고착성 자본’으로 전환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재무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할 수 있다.


출처 : 소셜임팩트뉴스https://www.socialimpact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159

 

[We Fund Value] 100% 투명성과 ‘고착성 자본(sticky capital)’의 힘

독일의 GLS 뱅크는 1974년 인지학 공동체와 대안 운동에서 출발한 금융기관으로, “돈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이 은행은 돈을 단순한 이익 추구의 수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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