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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건강한 교육공동체 형성하기 (2016. 7. 22)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건강한 교육공동체 형성하기 (2016. 7. 2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3. 31. 08:38

건강한 교육공동체 형성하기


슈타이너사상연구소 김훈태



저는 좋은 교육에 대한 노력이 반드시 발도르프교육의 이름으로만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발도르프교육의 철학과 인간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길을 가고자 합니다. 대안을 추구했던 많은 교육공동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로 귀결되는 것을 봐왔습니다. 거기에는 공동의 철학을 만드는 작업에 실패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 발도르프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함께 공부하고 합의하여 길을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때 발도르프교육은 좋은 교육의 다른 이름입니다. 발도르프교육의 인간학과 예술적인 수업 방식, 발달단계를 고려한 교육과정 등은 공교육의 교육철학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출발해야 하는 토대는 현실이어야 합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이상을 실현시키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소진이 되고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예민해진 가운데 신뢰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냉정하게 점검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발도르프교육을 구현해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조차 발도르프교육을 온전하게 구현하는 일이 몹시 어렵기 때문입니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합의하고 약속했던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벌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은 고통스럽지만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피해갈 수 없습니다. 서로가 바라는 게 무엇이고 어디까지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작은 단위에서부터 마음을 나누는 대화모임을 갖는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자아'입니다. 흔히 놓치는 것 중 하나가 어른이 자신의 자아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몸과 기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들입니다. 몸은 기운의 통제를 받고, 기운은 마음의 통제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은 누구의 통제를 받을까요?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자아를 건강하게 지키고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오로지 어른만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어른은 얼이 바로 선 존재라고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얼이 빠지거나 나가 있으면 안 되겠지요.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들 하는데, 우리 자신이 스스로 어른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교육적 행위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런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자기 삶으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학교 안에서 공동의 이상을 세우고 지켜야 할 선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는 갈등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합의를 했음에도 야속하게 약속을 어기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럴 때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우리는 좀 더 깨어나야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태도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각을 세우고 뒤에서 비난하거나 자포자기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자잘한 불편함이 생겼을 때 진솔하게, 그러나 예의를 갖추어 발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불신의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비폭력 대화나 회복적 정의와 같은 실천적 대화법 또는 관계형성법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것도 갈등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사안이 벌어졌을 때 모두 둥그렇게 앉아 돌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또 남의 이야기를 듣는 작업이 상시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올바르게 듣고 올바르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성인인 우리들에게도 무척 필요한 일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가 꿈꾸는 사회적 이상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발도르프교육에서 추구하는 사회적 이상은 슈타이너의 사회삼원론에 잘 담겨 있습니다. 사회를 문화 영역과 경제 영역 그리고 법적 영역으로 나누어 보는 관점은 발도르프학교의 운영원리이기도 합니다. 정신-문화적으로는 자유롭고, 경제적으로는 서로 돕고 나누며, 권리-법적으로는 평등한 학교가 발도르프학교입니다. 그래서 교사들과 부모들이 열정을 갖고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더불어 사회삼원론에 대해 공부하시길 권합니다. 뜻이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기보다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강요가 아닌 초대와 부탁 속에서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고 노력하는 모습은 모두에게 감동을 줍니다. 그러면서 집단주의 문화가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노력도 무시할 수 없겠지요.


이 모든 일을 지치지 않고 하기 위해서는 혼자 그리고 함께 늘상 마음을 돌아보고 명상하는 문화도 형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불편함, 실망감, 미움, 두려움, 불안감 등의 감정에 대해서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게 될 것입니다. 어려운 와중에서 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잃지 않고, 또는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여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 이 일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습니다.

 

 

201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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