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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코로나 위기를 넘어선 ‘진정한 만남’ - 마가레타 레버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코로나 위기를 넘어선 ‘진정한 만남’ - 마가레타 레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1. 9. 26. 22:50

2021학년도 부산발도르프학교 국제(Zoom)특강

 

코로나 위기를 넘어선 진정한 만남

 

* 부산발도르프학교 학부모교육 서기록

http://www.busanwaldorf.com/bbs/board.php?bo_table=data_room&wr_id=206

 

2021. 4. 7

강사 : 마가레타 레버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 교수)

통역 : 이정희 (슈타이너 연구센터 / 나임발도르프 평생교육원)

 

 

안녕하세요? 저는 마가레타 레버입니다. 발도르프 교사양성기관인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 교수로 근무하며 동시에 울란츠회 발도르프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부산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며, 이렇게나마 얼굴을 보며 다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오늘 강연에 오신 모든 분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교육 안에서의 만남입니다. 특히 요즘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교육적 만남을 지속할 수 있으며 또한 만남에 대해 어떠한 교육적 관점을 가져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전염병과 관련한 시대적 현상이라는 관점에 시선을 두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이 전염병은 근현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특히 산업의 발달과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영국 역사의 중심에 산업 혁명이 있습니다. 과도기였던 18~19세기 당시 많은 사람들은, 기계 문명이 발달하면 인간의 삶이 조금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산업혁명의 첫 걸음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컨베이어 벨트의 등장을 기점으로 2차 산업혁명을 맞이했고, 이것은 포드 자동차 생산의 자동화로 연결되며 노동이 세분화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전기 에너지가 큰 중심을 차지했고 여러 산업에도 비중 있게 활용되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중반 컴퓨터가 프로그램화(정보화)되던 기점을 말합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고, 시스템의 프로그램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 발달의 세 단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런 산업 발달이 사람의 초기 발달 단계, 즉 아이가 태어나 만 3세까지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어린아이는 생후 일 년이 될 때까지 일어서고 걷기 위해 분투합니다. 이것은 19세기 말엽 자동차의 발명과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말하기를 배우는 데에 만 2년이 필요합니다. 사실 말하기는 태아기 때부터 듣기를 통해 시작되지만, 탄생 후 아이가 언어를 구사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사람의 말하기과정은 산업 발달에서 전축이나 전화, 라디오 등의 개발 단계와 연결지어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의 음성은 시각화된 글자인 자막을 통해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만 3세의 생각하기는 어떠할까요? 인간은 기계에게 생각하기를 내어주었습니다. 2011년 왓슨이라는 슈퍼컴퓨터가 나왔으며 미국에서 최초로 퀴즈에 활용되었습니다. 사람이 사고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필수 도구로 미디어를 활용하며 이렇게 화상회의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집에 편히 앉아 편의에 따라 수동적인 태도로,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일을 덜어주는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편리성외에 시대적 현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과학 분야입니다. 새로워진 세계관, 우주관 등인데요, 이들은 자연과학적으로 매우 불명확하게 설명될 수밖에 없습니다. 탐사선이 토성에 가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주와 연결된 정신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질병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주 작아 (어차피) 볼 수 없는 바이러스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류 전체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두렵게 다가와 우리를 위협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아도 세상에서 정신은 떠난 지 오래이고, 영혼 또한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며, 생명에 대한 존중 또한 결여되어 있음을 우리는 감지합니다. 조금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해보겠습니다.

 

옛날 옛적에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이 농부는 날씨에 만족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날씨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이 기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신은 1년 내내 농부가 원하는 날씨를 내려주었습니다. 과일이 잘 익을 수 있도록 해가 비치게 하고, 적절한 비도 내려주었습니다. 온전히 이상적인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수확을 해보니 알곡에 영양분이 없었습니다. 실망한 농부는 신에게 이 결실에 대해 원망하며 따졌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너는 오직 햇빛과 비를 내려달라고만 했지, 바람이 불게 해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열매가 잘 맺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 바람을!” 그때부터 농부는 신에게 날씨에 대한 요청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3학년 시기에 잘 어울리는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식물의 생태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신의 의지와 별개로 자연(自然)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는 도덕적 측면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첫해,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어떤 작용을 불러 일으켰을까요? 사람들의 관계와 조직 안에서 거대한 분절을 일으켰고 의견 차이로 간극이 크게 벌어져 대립적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런 현상은 현재까지의 역사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발도르프학교 교사회는 이러한 극단적 성향을 보이면서 내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부산발도르프학교 교사회는 그렇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일어났던 하나의 사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집합 금지 조치로 인해 비대면 회의를 계속 진행하다가, 어느 날 대면 회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대면 회의 개최의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그룹에서는 실제로 만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라며 대면 회의를 여전히 꺼렸고, 다른 그룹에서는 실제 만남을 가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대면 회의를 원했습니다. 옥신각신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가 대면 회의가 열렸지만 결국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지털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함께 하지 않는 사람은, 여전히 100년 전에 머무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현대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는 핀잔을 듣게 됩니다. 역사적 현상으로 보면 이는 지배성에 대한 신호입니다. 또 다른 거대한 현상은 바로 통계입니다. 통계는 숫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봅시다. 한 소아병동에 두 아이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입원해 있습니다. 한 아이의 상태는 실제로 좋지 않고, 다른 아이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이 두 아이를 두고 통계를 말할 때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위독하면 수치로 ‘50%가 위중하다며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이렇듯 통계적 숫자는 두려움을 야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른인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요? 좌충우돌 혼란한 심리적 상황, 숫자 위주의 보도로 인해 불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어른이란 아이들이 삶에 대한 믿음을 단념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여야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농부 이야기에서, 자연과 생태계를 신뢰하지 못하던 농부와 같은 모습을,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이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죠.

 

100년 전 슈타이너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말을 했습니다.

 

문화는 차츰 병들어 갈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이러한 주변 환경의 질병에 맞서기 위해, 교육활동을 치유과정으로 만들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294)

 

슈타이너의 이 표현은 제가 처음 ‘일반 인간학을 접했을 때보다 그 의미가 지금 더욱 또렷해집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아이들을 병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립과 두려움입니다. 아이들은 요즘 이런 말을 듣기도 합니다. “만약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면 그건 네 책임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조심해라. 네가 전염시킬 수도 있거든.” 이런 말은 아이가 견딜 수 없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됩니다. 이러한 부담을 주는 주변의 생각들이 아이들을 병들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슈타이너가 당시에 바라본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는 주류 문화가 지닌 문제 현상들의 반대쪽에 무게를 둠으로써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교는 사회적 연결, 즉 학생 간 그리고 학생과 교사 간의 실제적 관계가 중요한 곳입니다. 고립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의 수업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학생 간의 관계에서 펼쳐지는 사랑을 통해서도 배움은 일어납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서로 간에 온기가 흐를 수 있어야 합니다.

 

교수인 저는 사범대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나면 피로감을 크게 느낍니다. 하지만 실제 대면 수업을 하면 저와 학생들 사이에는 온기가 흐릅니다. 발도르프학교의 졸업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들은 학창 시절 교사가 자기 자신의 개별성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사실에 감사해합니다. 그리고 그저 지성적 측면만을 배운 것이 아닌 창의적, 예술적, 실용적 측면의 배움 또한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실용적(praktisch)이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생활에서 목공을 할 수 있고 뜨개질을 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이러한 실제적인 일들을 우리는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사회적 능력도 형성됩니다.

 

저의 지인인 한 발도르프학교 주치의가 해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녀가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발도르프 교육에서 추구하는 것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사고하는 11세 학생이 자신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제가 왜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야 하죠? 저에게 진짜 세상은 스마트폰 안에 다 있어요.”

 

실제 만남이 교육의 기본입니다. 현재는 팬데믹이라는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대면 수업이 금지되거나 제약될 수밖에 없을 뿐이지요.

 

사실 발도르프 교육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입니다. 밤은 우리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내면화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으며 인지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스쳐지나가 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잠이 든 상태에서 배움이 일어납니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는데요, ‘이라는 말을 처음 배운 어린아이들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배우고 낮잠을 잔 그룹은 잠에서 깨어나서도 을 말할 수 있었지만, 낮잠을 자지 않은 그룹은 그 단어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경험만 하고 잠들지 않은 결과로 어휘습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깊은 잠에서 배움은 더 잘 일어나는데, 점차 아이들은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됩니다. 슈타이너는 아이들에게 호흡과 잠의 리듬을 가르치고 아이들이 깊은 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잠을 통해 아이들은 마침내 깊은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학교가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남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만남이 금지된 상황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학년에 따라 적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교사는 부모와 반디지털, 즉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이의 하루 일과에 대한 협의를 할 수 있겠습니다. 부모가 교사를 대신해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이 각자 집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입니다. 어쩌면 같은 시간에 자연으로 나가 감각을 깨우는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새가 지저귀고 식물이 자라는 그런 모습들을 통해 자연 활동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년에 따라 각기 다른 숙제를 받게 되는데, 실제 수업과 연계되었을 땐 느낌이 활용되지만, 원거리의 상태에서는 아쉽게도 주로 머리로 하는 작업들이 숙제의 대부분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느낌의 영역에서 숙제를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지만, 이는 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시급히 필요한 것은 아이가 기쁨을 느끼는 것이며, 이는 아이의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기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상태 역시 관계를 통해 형성되며, 아이는 기쁨을 나누고 싶어합니다.

 

다 같이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교사가 잠시 가정방문을 하거나, 아니면 아이가 개별적으로 잠시 학교에 들러 자신이 그동안 느낀 기쁨이 기록된 편지나 엽서 등을 남기고 가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 편지에는 전날 공원을 산책하다가 지렁이를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일 수도 있고, 매우 다양할 겁니다.

 

우리는 성탄절과 부활절 사이 잠시 동안이나마 아이들을 학교에 소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집에서 스스로 숙제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아이들을 학교로 불렀습니다. 사실은 모두를 부르고 싶었지만 한 번에 7인까지만 허락된 상황이었죠. 몇 명을 생각해냈고 원하면 학교에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들과 습식수채화 그리기로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습식수채화를 통해 아이들은 많은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며칠이 걸려서야 아이들은 자유롭게 다시 흐르는습식수채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수채화는 트라우마의 치유에서 삶의 생동력이 다시 흐르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남을 통해 사람 간에 흐름이 생기는 것은 (코로나로 인해 손상된 두려움, 즉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적인 일입니다. 아이들 역시 손상을 입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이지만, 지금과 같이 큰 두려움으로 입은 손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부활절 2주 전에 거리두기 때문에 우리 교실이 작아서 큰 강당에서 수업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꼈고 서로 바라보는 것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아이들은 서로를 통해 공부했고 이는 머리를 사용한 지식 습득 훈련과는 거리가 먼 일입니다. 말하자면 사회성을 길렀습니다.

 

디지털 수업은 상급 학년의 경우 미디어를 활용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등 공용 저장 공간 등을 통해 영상이나 음성으로 과제나 결과물 등의 기록을 남겨 공유할 수 있습니다. 혹은 특정 주파수를 사용한 라디오나 전화 등으로 소통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화상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아동 발달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러한 소통 방식은 진짜 같아 보이지만 진짜가 아닌 어떤 속임수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화상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과 소리는 분절된 것으로 진짜는 아닙니다. 물론, 화상 소통 기술이 존재하고 발달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교육의 매개로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적은 인원이라도 직접 만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질병, 즉 공포와 두려움, 고립으로 인한 수면 장애 등을 겪습니다. 자신이 모든 것으로부터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축시킵니다. 어른들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은 기쁨을 느끼고 또 행복해야 합니다. 사실상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의응답

 

Q : 독일에서 대면수업을 할 때 정부지침과 부딪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으신가요?

A : 독일에서 인원수 제한을 둔 모임이 정책상 가능했던 때였고, 그 인원수가 7인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상 허용되는 것들은 (선택적으로나마) 모두 활용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미래적 존재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만남을 놓지 않고 교육적으로 시도하는 방법에 대한 경험을 가져야 합니다.

 

Q : 부모가 교사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학습적인 영역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A : 좋은 질문입니다. 부모는 교사를 대리할 수 있을 뿐 교사는 아닙니다. 이것이 분명해지지 않으면 역할 분담에 있어 (우선 아이 입장에서) 혼란이 생깁니다. 교사를 통해 무엇이 생활 속에서 권장되고 무엇이 지양되는지에 대해 면밀히 소통하여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 공동체에서 겪는 양극적 갈등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A :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해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독일어로 관심은 'Interesse'인데, ‘inter’는 서로, 'esse'는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려움을 마주하며 일어나는 상반된 반응을 두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는 더 용감해지기도, 어떤 이는 더 신중해지기도 하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 코로나로 인해 아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습니다. 원활한 들숨과 날숨이 건강을 위해 중요할 텐데 하루의 적정한 바깥 활동과 실내 활동의 리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 호흡하기, 즉 들숨과 날숨은 영혼의 느끼기 영역의 활동입니다. 들숨은 탄생, 날숨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숨쉬기란 끊임없는 탄생과 죽음의 활동이지요. 실내에서도 우리는 들숨과 날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내에서 계속해서 정적으로 머문다든지, 앉아만 있는 것은 들숨을 들이쉰 상태에서 날숨을 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을 위해, 원활한 감정의 순환을 위해 우리는 바깥에서의 활발한 날숨이 필요합니다.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Q : 맞벌이 가정이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적은데 어떻게 시간의 질을 보장하기가 어렵습니다.

A : 직장 때문에 아이를 보살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이해합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학교는 긴급 돌봄 등을 제안하고 있지요. 돌봄 공간에서 아이들은 서로 서로 돌보며 지내게 됩니다. 직업을 가진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있는 짧은 시간이라도 아주 잘 보내야겠습니다. 아이의 숙제를 봐준다거나, 또는 무언가 지식을 쌓는 일을 하기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시간에 집중하시길 소망합니다. 공동육아의 환경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커서 부모에 대한 기억이 그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Q : 아이를 잘 보기 위해 부모가 먼저 치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A : 넓은 의미의 심호흡을 추천합니다. 호흡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명상이나 묵상 등을 통해 내적 고요의 시간을 마련하며 정신적인 활동을 하시길 제안합니다. 예를 들면, <영혼달력>을 읽는다거나 <부차수련> 등을 추천합니다. 이것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행할 수 있는 명상입니다. 물질주의 문화는 우리의 내적 삶에서 정신을 거두어 갔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내면으로부터 정신으로 향하는 개별적 노력을 통해 얻은 지혜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Q : 3년 전 부산을 방문해 우리 학교 학부모회와 교사회를 만나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부산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 부산을 떠올리면 느낌이 참 좋습니다. 따뜻한 느낌이에요. 학부모회와 교사회로부터 흘러나온 그 온기가 저의 부산에 대한 기억의 대부분입니다.

 

Q : 끝으로 마가레타 레버 교수님과 통역자 이정희 선생님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 강의에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우리가 직접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인 작업을 이루어내시길 응원합니다.

 

통역자 :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발도르프학교가 지금처럼 다른 발도르프 현장에 바람직한 감흥을 주고, 앞으로도 건강한 현장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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