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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1)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1)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8. 20. 21:12

이 글은 2022년 6월 18일에 있었던 발도르프 학교연합 학부모공동체 특강 내용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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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우리의 근대적인 교육체계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이 사회에서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아이들 머리에 집어넣을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일찍 더 잘 집어넣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뿐입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정말 필요하구나', 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발도르프 교육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아이들이 잘 자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발도르프 어린이집이나 1학년 교실에 많이 걸려있는 그림입니다. 라파엘로가 인지학과 관련 있는 사람은 아니지요.


우리는 이 그림을 왜 사랑할까요. 첫번째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림을 보면 노인과 여인이 있는데 이 둘은 성모 마리아를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장막을 지나 구름을 밟으며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고, 귀여운 아기 천사들이 있습니다.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표정이 밝지는 않습니다. 지상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듯이 말이죠.

이 그림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왔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장막 뒤 몽글몽글한 것들이 구름이 아니라 어린 아기들의 얼굴이라는 것입니다. 이 지상으로 우리에게 오는 아이들, 존재들이 천상에서 왔다는 것, 그런 관념이 유럽에도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 아이는 왜 나에게 왔지, 어떻게 왔지, 했을 때 현대과학의 관점에서는 엄마와 아빠의 생물학적인 현상으로만 설명하지만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정신적 존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에서 저는 어떤 희망을 느낍니다.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깊은 관계로 연결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저는 1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일 뿐이니까요. 학년이 매년 바뀌지요.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이 아이들이 하늘, 즉 천상에서 부모를 선택해서 왔다는 관점입니다. 교사를 선택해서 왔다는 것도 가능하겠죠. 그러면 왜 나를 선택했을까. 이 아이는 어떤 과제를 갖고 있을까. 나는 이렇게 부족한데 내가 이 아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이렇게 교육적인 질문이 풍부해집니다. 교육학적 상상력이 커진다고 할 수 있겠죠.

아이들을 관찰할 때 자란 환경, 신체 특성 등 당연한 관찰 사실 이외에 더 깊이 들여다보고 이 아이는 어떤 과제를 가지고 지상에 왔을까, 왜 우리를 선택했을까, 내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엔 우리 자신의 성장도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부족한 우리들을 선택해서 올 때는 우리의 성장을 원하는 것입니다. 교사, 부모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 담임교사가 1학년을 시작할 때는 완벽한 상태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떨리고 부족하지만 아이들과 한해한해 성장하겠다는 마음 가짐을 가지고 8년을 출발하는 것입니다.

부모님 역시 부모로서 완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요구, 필요, 특성들을 관찰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이죠. 그럴 때 우리는 점점 더 좋은 어른, 좋은 부모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입장에서 일단 아이들이 정신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천상에서 왔다는 것, 문화적으로라도 그걸 받아들일 때 그것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존엄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내 소유물 또는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 고유한 자아를 가지고 온 정신적 존재, 귀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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