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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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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3)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8. 24. 16:14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3)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응답자 중 거의 69퍼센트는 전문대학을 졸업했으며, 전문대학 졸업자의 대다수는 다시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정을 밟았고(거의 47퍼센트가 일반대학 졸업), 실업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 Heiner Barz & Dirk Randoll, 2007

 

 

졸업생에 대한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발도르프 학교교육> 책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2007년 조사인 듯합니다. 졸업생 중에는 삶이 대단히 행복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이 많습니다.

 

실제로 일반 학교에 비해 연극이나 음악 연주자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많기는 합니다. "발도르프학교를 나왔다니 예술가가 되겠다고 거들먹거리겠네" 하는 안 좋게 보는 시각이 독일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는데요, 대부분 대학을 나오는 편이고 직업적인 활동도 다양합니다.

 

독일사회가 지금 대학진학율이 50%를 약간 넘는 정도입니다. 2007년은 더 진학율이 낮았을 때입니다. 발도르프학교 졸업생들은 대체로 의지가 강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서 자기 앞가림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전 자료에도 상당히 많은 발도르프학교 출신들이 행복하게 삶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12학년까지 커가는 과정을 보거나 어른이 되어 놀러왔을 때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른 동시대 아이들과 비슷한 인상을 받습니다. 그 나이에 하는 고민은 똑같지요. 자기 삶이 어떻게 되어갈지, 한국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지 등입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예술적인 활동뿐 아니라 과학 역시 본질적인 차원에서 폭넓게 다른 분야와 연계해서 배우는 편입니다. 9학년 때는 농업, 10학년 측량, 11학년 공장, 12학년 때 사회 실습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복 받았구나, 이렇게 기회를 갖는 청소년들은 드물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사춘기 지나면서 자기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길을 헤매가면서 잘 찾아가는 듯합니다. 헤매고 방황하지만 내적 힘이 있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학생들보다 확실히 시야가 넓습니다.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공립학교의 인간상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사회에서는 돈 잘 벌고,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을 중요한 성공으로 보는 듯합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어른들이 너무 시야가 좁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학 4학년까지만을 교육으로 보는 게 아닐까요. 인간의 삶을 태어나서 죽음까지에조차 확장해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인간이 태어나기 이전에는 어디에서 왔고, 죽음 이후에는 어디로 가며, 그것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지상의 삶이 천상, 즉 정신세계에서 어떻게 변형되어서 돌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제시합니다. 저는 이런 세계관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가 삶의 전부이고, 남들보다 부유한 삶을 사는 게 성공이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편협한 관점이라고 봅니다. 우리부터 좀더 확장된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교육의 목표는 행복 추구나 높은 연봉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육은 아이가 삶에 부딪혔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내적 끈기와 융통성의 발달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아와 세계의 균형 또한 이루어내야 합니다. ...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세계관을 잃지 않은 채 자아를 찾아야 합니다."

 

르네 퀘리도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정말 살면서 중요한 게 무엇일까?' 질문을 던졌을 때, 저는 우리 아이들이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길 바랍니다. 여러 삶의 과정을 지나면서 든 생각은 틀에 박혀 사는 게 안전한 삶이 아니고,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 나의 소질과 소명을 찾아가면서 얼마든지 내려놓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의지가 필요하구나, 라는 걸 개인적으로 많이 깨달았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사회적인 성공의 틀에 사로잡히기보다 스스로 정말 원하는 것을 찾고 순리대로 살길 바랍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의지와 내적 끈기, 융통성 등입니다. 우리는 계속 새롭게 질문하고 새롭게 답을 얻어야 합니다. 교육이 초1부터 고3까지 입시교육이 아니라면 교육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스스로 답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답은 교육이라는 것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교육은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죠.

 

참된 교육이란 발달에 맞게 아이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것은 어른이 되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20대부터 60대까지, 그 이후에도 100세까지 계속 해당 시기에 또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고 성장하는 것이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답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계속 질문 던지고 찾아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은 기존의 경직된 틀에서 벗어났을 때 가능합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나’입니다.   내가 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배우고 성장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 역시 자아, 즉 ‘나’가 있습니다. 아이의 자아는 나의 자아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럼 넌 대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경이로운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넌 대체 누구야. 넌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 그것이 언제 깨어날 수 있을까? 네 소질이 깨어나기 위해 네겐 어떤 활동이 필요한 거지? 나비가 아름다운 날개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애벌레에게 무얼 할 수는 없습니다. 애벌레가 잘 성장할 수 있게 도우면 됩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자기만의 고유한 자아가 있습니다. 자기 의지대로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한 모습을 존중하면서 아이의 자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르네 퀘리도 선생님이 제시하는 3가지 가치입니다.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경이로움, 감사함, 책임감을 채워주려고 합니다.

 

경이로움

 

발도르프교육에서 늘 중요하게 여기는 놀라움. wonder. 경이로움.

 

세상은 신기하고 자연의 변화, 힘, 아름다움,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 문명, 과학 등 역시 경이로움. 놀라워하는 힘을 잃으면 배울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에게 작은 것을 보더라도 경이로워할 줄 아는, 놀라워할 줄 아는 태도를 갖추도록 도와준다면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할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지? 너무 아름다워, 알고 싶어. 이렇게 지식 탐구로 나아갑니다.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그것을 알아 나가게끔 돕는 일입니다.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서, 자기 자신, 친구들, 문화에 대해서 경이로워할 줄 안다면 그것을 배우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너무나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식으로 접근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구글, 유튜브에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그것은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검색엔진이나 동영상이 아닙니다. 정말로 궁금해하고 신기해하고 경이로워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교사와 부모가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경이로워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모방합니다.

 

아이들이 경이로움을 잃게 되면, “알면 뭐해요?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이런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들이 냉소주의에 빠졌다면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작은 일과 변화, 자연에 대해서 신비로워하고 경이로워하는지, 그런 감각을 우리가 키워서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경이로움을 배워갈 것입니다.

 

감사함

 

요즘은 물자가 풍부하고,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많이 애쓰면서 아이들이 ‘결핍’을 알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고마워할 줄 알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모든 것이 자연과 남들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것, 우리가 이렇게 줌으로 편하게 만나는 것도 많은 사람의 기여가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나요. 물 한잔을 마셔도 이 깨끗한 물이 내게 오기까지 많은 이와 많은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사랑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 귀한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란다면 자기 중심주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감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인데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책임감은 공동체와 함께 갑니다. 발도르프학교라는 공동체를 꾸려가면서 같은 구성원끼리 아쉽거나, 미안한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 나는 어느 정도로 책임감을 가지고 기여해야 하는가. 아이들은 역할이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요. 학교에서 잘 자랐다면 고학년이 되었을 때 저학년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쉬고 놀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집안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하기 싫어도 자기 역할이 있고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이 요즘은 부모나 기계가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편하겠지만 아이들에게 집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기회를 주어 일하게 해주고,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구성원으로써 해야 하는 것을 배울 때 세상에 바라는 바 없이 헌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하는 거야, 그게 너의 역할이잖아.” 그런데 “내가 손해보는데 왜 해?” 이렇게 되면 안됩니다. 책임감을 학교교육에서 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파괴주의로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인간상이 여기 많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경이로워하고 있나, 나는 감사하고 있나, 나는 적절한 책임을 다하고 하나. 우리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또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마을공동체를 위해서 기여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부모님이 무책임하면 아이들이 책임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간과 연결지어 본다면, 우리의 경이로움은 우리의 사고, 생각하기(thinking)와 관계가 깊고 책임감은 의지, 행위(willing)와 밀접할 것입니다. 사고와 의지는 대극적이나 그 사이에 있는 것이 ‘감정’ 바로 ‘감사함’이며, 여기서 사랑이 나옵니다.

 

발도르프 교육은 아이들의 영혼 생활, 즉 사고, 감정, 의지라는 영혼적인 풍부함을 길러주고자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전인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근대적인 일반 교육에서는 ‘사고’만을 중요시합니다. 그것도 어떤 지식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형태로, 기억하고 고정된 지식으로 접근하는 사고 위주의 교육이 강합니다. 발도르프학교는 감정과 의지(욕구), 인간의 깊이 있는 부분까지 고려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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