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2) 본문

발도르프교육학/발도르프 부모교육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2)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8. 22. 22:25

발도르프학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상 (2)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발도르프 교육학을 창시한 사람은 루돌프 슈타이너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을 다니며 활동을 했습니다. 이 분은 아주 독특한 사상가입니다. 여러 모로 특이한 분이죠. 과학적인, 학문적인 세계를 밟은 사람들은 대부분 영성에 관심을 잘 안 두고, 영성에 관심을 두는 사상가들은 현대적인 과학에 대한 관심 또는 수준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이 양쪽을 통합한 새로운 유형의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할수록 점점 믿음이 갑니다. 특히 교육자로서 슈타이너는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슈타이너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물질 세계, 즉 감각세계뿐 아니라 영혼과 정신의 세계, 보이지는 않지만 실재하는 초감각적 세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초감각적 세계를 의식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가르쳤습니다.  그는 정신세계, 즉 영적인 세계를 믿음의 영역이나 종교의 영역에서 학문 및 과학의 영역으로 이끈 사상가입니다.

 

슈타이너는 공대생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에서 물리, 화학, 수학을 공부했던 사람인데, 박사학위는 인식론(철학)이었습니다. <진리와 과학>이라는 논문을 제출했고, 이어서 <자유의 철학>이라는 명저를 남겼지요. 그는 초감각적 세계(정신세계)를 과학으로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학문을 인지학이자 정신과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과학을 신뢰하고 자신의 학문을 과학의 토대 위에서 행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사람은 ‘신비주의자’ 또는 '서양의 대신비가'가 아닙니다. 그는 현대과학적인 성취를 부정하지 않았고 모두 인정합니다. 의학, 생물학, 물리학 등을 모두 수용하되 한발 더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다만 데카르트에서 뉴턴으로 이어지는 기계론적 세계관은 부정했습니다. 슈타이너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관심을 가진 사상가는 괴테였습니다. 괴테 역시 자연과학을 탐구했던 사람입니다. 슈타이너는 젊은 날 괴테의 자연학 분야를 연구하고 괴테전집 출간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괴테는 뉴턴을 경쟁자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뉴턴의 과학을 무기물의 세계, 즉 죽은 것들의 세계에 대한 탐구라고 한다면, 괴테는 세상을 ‘유기체’적인, 살아 있는 것으로 바라보았고, ‘변형이론’ 역시 모든 존재가 유기체적으로 변형되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슈타이너는 이러한 관점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괴테아눔’ 역시 ‘괴테’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발도르프학교를 열 때도 ‘괴테주의학교’라고 이름짓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도르프-아스토리아 담배공장에서 시작된 학교였기에 ‘발도르프학교’가 된 것입니다. 

 

슈타이너는 이러한 정신과학을 위한 수행의 길과 조건들을 개발하고 가르쳤습니다. 이와 관련된 책들이 꽤 번역되어 많이 나왔고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슈타이너는 정신과학적, 인지학적 연구의 결과들을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의 실재로 바꾸었습니다. 발도르프학교뿐 아니라 생명역동농법이나 특수교육, 의학, 은행, 사회운동, 예술, 연극,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적인 결과들을 많이 이끌어 냈습니다.

 

슈타이너라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저는 슈타이너가 정신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고 믿고 추구했던 과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잘못하면 인지학이나 발도르프 교육이 신비주의로 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 부작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과학주의로만 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슈타이너는 진정한 과학을 추구하고, 엄밀하게 연구하고 결과를 얻어냈던 학자, 사상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 업적 중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발도르프 교육, 발도르프학교입니다. 슈타이너는 발도르프학교를 세우면서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알려주었습니다.

 

“기존의 사회 질서를 위해 인간이 무엇을 알아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하는가?” 지금도 통용되는 학교 교육의 목표입니다. 얼마전 우리 사회에서는 코딩 교육이 유행했었는데, 그런 식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게 뭐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지? 이것이 근대적인 세계관 아래 세워진 학교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100년 전에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근대적인 학교가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 이제는 어떤 소질이 인간 내부에 담겨있는가, 그 인간 내부에서부터 무엇을 계발할 수 있는가를 질문할 때입니다. 인간 고유의 본성에 맞추어 교육할 때, 인간의 정신-문화적인 역량이 이 사회를 건강하게,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이 발도르프 교육입니다.

 

우리는 보통, 사회가 이러하니 지금이라도 아이에게 기술교육을 해야 하나, 공대에 보내야 하나, 의대에 보내야 하나 고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타이너는 완전히 전복적인 개념을 제시한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계속 관찰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이가 둘 있는데, 이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시기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세히 관찰해보면 예감이 들기는 합니다.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소질의 싹이 보이네, 하는 생각은 들지만 계속 관찰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의 장점은 아이들의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힘이 됩니다. 너는 커서 교사가 되어야 해, 의사가 되어야 해, 이런 말은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일이고 진정한 소질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라는 존재, 있는 그대로 아이를 바라봐 주고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정말 좋은 교육이겠죠. 발도르프 교육은 철저하게 아이를 이해하고자 애쓰며, 아이들 각자에게 필요한 작업을 많이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예술’ 활동인 것입니다.

 

 

(이어서)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