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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갈등분석기법 - 삶은 달걀의 세 층위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갈등분석기법 - 삶은 달걀의 세 층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11. 4. 17:54

 

 

 

 

본래 양파기법이라고 불리는데, 개인적으로 삶은 달걀이 이 분석기법의 특성을 더 잘 드러낸다고 생각해 이름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이 분석법은 갈등 당사자들이 갈등에 대해 주장하는 것과 그 숨은 의미에 대해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갈등은 보통 갈등 당사자들의 양립할 수 없는 의견 충돌로 여겨집니다. 달걀 기법은 각 당사자들이 표면적인 입장(Positions)을 넘어서서 당사자들의 실익(관심사, Interests)과 욕구(요구, 필요, Needs - 여기에서는 근본 욕구 Basic needs)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공통기반(common ground)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갈등 상황의 역동을 이해하기 위해 분석을 시도할 때나 갈등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준비할 때, 조정이나 협상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입장(Positions) - 딱딱한 껍데기

: 어떤 문제에 대해 드러낸 당사자의 공식 입장.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당사자가 공개적으로 표명한 해결책.

”우리는 무엇을 원한다고 말하는가?”

 

실익(Interests) - 부드러운 흰자위

: 목표, 이익 등 당사자가 갖기를 원하는 것들. ‘입장’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진정한 관심사.

물질적, 구체적, 외재적이며 분할할 수도 있어 타협이 가능하고, 주로 일시적, 경쟁적 분쟁의 문제가 되는 경우.

”우리는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가?”

 근본 욕구(Needs) - 가장 중요한 노른자

: 개인 혹은 집단으로서 당사자의 실존을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 스스로 바라는 것.

분할이 안 되고 타협이 불가능하며, 충족이 안 되면 심각한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함.
추상적 낱말로 추구하는 가치를 찾는다.

”우리 내면의 근본 욕구는 무엇인가?”

 

 

 

 

 

※ 현실의 모든 갈등에서 '입장, 실익, 근본 욕구'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 혹은 상대방의 입장 아래에 있는 실익이나 욕구를 인식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갈등을 평화적이고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달걀의 껍데기에 놓여 있는 ‘입장’은 모두가 알도록 당사자가 공적으로 취하고 있는 내용이고, 그 안의 ‘실익/관심사’는 표면적으로 원한다고 주장하는 것 이면의 내용으로 내적으로 피하고 싶은 것이나 두려워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달걀의 한 가운데에 놓인 근본 욕구는 실익의 본질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관계가 좋고 신뢰도가 높은 안정적인 상황에는 우리의 행동과 전략이 가장 근본적인 욕구에 기반해 취해질 수 있는데, 상대방에게 자기의 욕구를 주저 없이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상대방이 쉽게 분석하거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아도 먼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불신이 만연하고 불안정한 상황 또는 위계적인 조직에서 본인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우리는 자신의 실익이나 욕구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약점이 노출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지배당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본인의 실익이나 욕구를 표현하지 않으면 정보부족의 결과로 인해 불신을 증가시킵니다.

 

갈등과 불안정한 상황에서 취해지는 행동은 욕구로부터 직접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집합적이고 추상적 차원의 실익/관심사에 초점을 두고 이에 기초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실익이 공격을 받게 되면, 근본적 욕구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장’을 취해서 공격을 막아내려 하게 됩니다.

 

삶은 달걀 기법은 사람들의 개인적·집단적 행동의 토대가 되는 근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갈등과 불안정 및 불신의 결과로 쌓인 껍데기들을 얼마나 많이 벗겨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현장 사례>

 

"예전에 교사들 내에서 업무분장과 관련된 갈등을 다루었던 워크숍을 예로 들어 보겠다. 갈등당사자 A는 연차가 10년 전후의 교사, 갈등당사자 B는 2년 정도 된 신입교사였다. 학교행사를 맡는 업무와 관련하여 A는 이제 젊은 사람이 맡을 때가 되었다는 입장이다. B는 경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표면적인 주장에 따르면 서로 업무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양립불가능해 보이며 어느 한쪽이 이기거나 지는 게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뒤의 실익/관심사/이해관계 부분을 살펴보면 A는 늘 비슷한 행사를 해오는 것이 지루하다는 전년도의 평가가 부담스럽고 젊은 교사가 새로운 활기를 넣어주길 바란다. 정보도 빠르고 문서나 동영상 편집능력이 뛰어난 젊은 교사가 해주면 비슷한 행사를 하더라도 폼 나는 보고서를 써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B는 이 행사 이외에도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연차가 있는 선배 교사들의 잡일을 돕느라 바쁜 상태였다. 보고서를 예쁘고 폼 나게 꾸밀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보조 업무를 맡아와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B는 선배 교사들의 일에서 뒤치다꺼리만 하느라 전체그림을 보고 그리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선배들이 하면 어차피 후배 교사들이 도울 수밖에 없으므로 A교사가 맡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A의 욕구는 새로운 기획으로 학교행사를 잘 진행해 보고 싶은 것과 비난받는 것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것 그리고 보고서 작성이나 부족한 부분에서의 도움과 협조이다. B의 욕구는 기획이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지원 그리고 효율성이다.

 

A와 B가 위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좀 더 평등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했다면 서로의 실익과 욕구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었겠지만 교사회의의 짧고 전달 위주의 분위기에서 질적인 대화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밝혀진 실익과 욕구 이외에도 회의 분위기와 그 이후의 어색한 상황에서 다른 행사준비에도 불편한 감정들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나중에 실익과 욕구를 찾는 과정에서도 긴 시간이 필요했다.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건들에서의 가벼운 갈등들도 다루어졌고, 조금씩 서로의 입장에서 물러나 실익과 욕구에 초점을 맞춘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맡은 업무를 효율적이고 잡음 없이 처리하는 것,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은 것, 서로 지원을 주고받는 것 등의 공통기반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다른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서로의 서운함과 실망 등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되었고, 후에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들도 수월하게 처리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 삶은 달걀 분석에서 기억해야 할 것

 

▶ 입장이 아닌 실익에 기초해서 분쟁해결을 시도하라!

 

▶ 실익 중 가장 근접한 공통의 분모를 찾으라!

 

▶ 인간의 근본 욕구는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이다!

 

 

 

* 이 글은 '회복적 정의와 실천 워크숍 자료집', '전쟁없는세상 - 갈등 다루기' 등을 참고해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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