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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부모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 성장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발도르프 공부> 책 속에서 본문

책소개 및 서평/발도르프교육 및 인지학

<부모가 되어 가는 중입니다 - 성장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발도르프 공부> 책 속에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0. 5. 8. 12:02

 

P. 21

발도르프교육에서는 사람을 되어가는 존재로 봅니다. 아기는 자라서 어린이가 되고, 어린이는 자라서 청소년이 되며, 청소년은 차츰 어른이 되어갑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되어감을 놀라워하고 축하해주지요. 아이 입장에서도 되어간다는 건 신기하고 기쁜 일입니다. 발달시기마다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요즘에는 적기교육이 강조되는 추세입니다. 발달에 대해 이해하면 조기교육이나 과잉교육의 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되어가는 기쁨을 아이와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부모에게 축복과 같은 일입니다.

 

 

P. 29

이때 중요한 가치가 바로 진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헤밍웨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당신이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쓰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작가 자신은 자기 문장이 진실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직감할 수 있습니다. 진실하다는 건 완벽하다는 게 아닙니다. 진실에 대한 감각은 그 순간에 무엇이 가장 적절했는지를 알려줍니다.

 

 

P. 35

교육은 오로지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교육에서 인간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말입니다. 아마 인간교육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교육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교육의 역사에서 진정한 인간 이해가 있었던가요? 우리는 정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걸까요?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며 저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오랜 세월 교육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집어넣으려고만 했지, 아이들의 내면에 무엇이 있는지, 아이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내면에 얼마나 큰 흥미와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가정교육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P. 50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이기주의를 넘어 서로 협력하고 삶의 의미를 찾기 때문일 것입니다. 동기는 욕망이 자아와 연결되어 행동의 이유를 인식하고 의지를 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며 동기에 따라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아는 게 동기에 따라 사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도 동기에 따라서는 묵묵히 해야 할 때가 있지요. 너무 어린 시절부터 동기를 의식하게 하는 건 불필요하지만, 최소한 사춘기 이후에는 외적 동기에서 점점 내적 동기를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말 강력한 의지는 자발적인 동기에 따라 살아갈 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P. 104

교육은 아이의 자아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발달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쉽게 말해 교육은 아이의 내적 욕구와 연결되어야 하고, 그럴 때 아이는 생생한 흥미를 갖고 살아갑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는 건강한 도덕성 그리고 자기통제력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단계를 존중하기보다 오히려 아이들의 발달에 해를 입히려고 작정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념이 없이는 올바른 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자아가 성장하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로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부모의 자기 교육이 아이에게는 곧 가정 교육이 됩니다.

 

 

P. 107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우리 삶의 중심은 아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이 사실을 종종 잊곤 합니다. 한 가정이 바퀴처럼 굴러간다고 할 때 아이들을 바퀴살이라고 한다면 부모는 가운데의 바퀴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소중하긴 하지만 바퀴의 중심으로서, 우리 자신의 삶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들도 좋은 영향을 받기 힘듭니다. 독립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전적으로 부모를 의지하고 살아가니까요.

 

 

P. 142

우리는 누구나 자기 모습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원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기질적 특성을 온전히 인정받을 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 삶의 주도권은 누구든 자기 자신에게 있으므로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선을 넘는 조언을 하면 아이의 삶을 침해하는 셈입니다. 잘못을 했을 때는 지적을 받고 따끔하게 혼날 수도 있지만,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특정한 성향을 억누르는 방식은 아이의 자아감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P. 177

우리에게 몸이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두 팔과 가슴이 있기에 아이를 안아줄 수 있고, 다리가 있기에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코가 있기에 향긋한 차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며, 입이 있으므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눈이 있어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고, 귀가 있어 파도치는 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온통 감각기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감각적 경험의 기쁨과 함께합니다. 당장 음식 맛을 느낄 수 없다면 먹는 행위는 고역에 가깝습니다. 코가 막혀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할 때 세상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아실 것입니다.

 

 

P. 218

세상에는 다양한 대화법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평정심을 잃은 뒤에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할 수 있다면 화를 내지 않는 게 좋겠지요. 아이 때문에 화가 나는 것과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실 화가 나는 것도 아이 때문이 아니라 나의 욕구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기대하는 게 하나도 없을 때는 아이가 무얼 해도 화가 나지 않으니까요. 발달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조기교육이 필요 없다는 걸 알고 나면 아이가 글자를 몰라도, 공부를 안 해도 화가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내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대도 안 할 수가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P. 246

아이는 자아가 독립할 때까지 부모에게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아이의 보호자이자 양육자이며 교육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먼저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하겠지요. 부모로서의 책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내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까?’라는 질문을 현실화하면 내 아이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가 됩니다. 이것은 점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발전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난 누구이고 어떤 과제가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섭니다. 우리 역시 저 천상의 커튼 뒤에서 온 존재이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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