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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9년 전,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3. 4. 16. 14:13

9년 전,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뉴스타파

 

 

지난 2014년 4월 16일 아침, 전남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던 배 세월호가 수백 명의 승객과 함께 침몰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외출 준비를 하면서 TV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대한 배가 바다 한복판에서 뒤집어져 있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승객 338명이 전원 구조됐다’ 라는 뉴스가 나온 뒤 안심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 뉴스가 오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 날 오후쯤이었습니다. 다시 확인해 본 뉴스에서는 구조자가 아닌 사망자의 숫자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충격은 9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파올 정도입니다.

 

이 끔찍한 참사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총 304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됐습니다. 참사 이후 어느새 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 커다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수백 명에 달하는 희생자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바로 국민 여론이 분열되고 여기저기에서 사회적 갈등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사회적으로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9년동안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두고 수 차례의 ‘공식적인’ 조사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작년에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죠.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직까지 자극적인 음모론을 내놓으며 여론을 선동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지금까지 밝혀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총체적으로 짚어 보겠습니다.

 

세월호는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는 배’였다

 

재난 사고를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개념으로 ‘하인리히의 법칙’ 이라는 법칙이 있습니다.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수십 차례의 작은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법칙인데요.

 

이 법칙은 거꾸로 말해 미리 징후를 읽고 대비하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월호의 경우는 이미 수 차례의 작은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어요.

 

참사가 일어나기 약 5개월 전인 2013년 11월, 파도를 맞은 세월호가 급격하게 기울어져 화물들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참사 한 달 전인 2014년 3월에도 정박해있던 배가 크게 기울어 승객용 계단이 파손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세월호 승무원들은 이외에도 배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속출했다고 증언했어요.

 

세월호를 포함해 모든 배는 어느 정도 기울어지더라도 다시 원래 자세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그런데 세월호는 수 차례에 걸친 불법 증축 지나치게 많은 화물, 부실한 안전 검사 등으로 인해, 원래 자세를 회복할 수 있는 힘(복원력)이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언제든지 쓰러질 수 있는 배’ 였다고 말하기도 해요.

 

이런 사고 이후에 문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최소한 화물을 평소보다 덜 실어서 복원력을 확보했다면 수백 명의 승객이 사망하는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참사 전날인 4월 15일, 세월호는 여느 때처럼 화물칸을 가득 채우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안전수칙 무시’로 100분만에 침몰한 세월호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경,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던 세월호는 조타장치 고장으로 통제에서 벗어나 급격하게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복원력이 충분한 배였다면 조타장치가 고장나더라도 다시 원래 자세를 회복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월호는 부족한 복원력 탓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복원력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한 안이한 태도가 결국 바다 한복판에서 배가 쓰러지는 참사를 일으킨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배라면 이렇게 쓰러지더라도 장시간 바다 위에 떠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2019년 현대글로비스 소속의 골든레이호는 세월호처럼 배가 쓰러지는 사고를 겪었지만, 바다 위에서 41시간이나 버틴 끝에 모든 승무원을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세월호는 불과 100분만에 침몰해 수백 명의 승객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어요. 두 배의 운명을 가른 것은 바로 수밀문이었습니다. 수밀문은 배의 각 부분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 문으로, 항해 시에는 반드시 닫아 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골든레이호는 대부분의 수밀문을 닫아 놓았던 반면, 세월호는 선원 이동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모든 수밀문을 열어놓은 상태였어요. 그 탓에 세월호는 부력을 잃고 급속하게 침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수밀문을 닫는다는 최소한의 안전 수칙만이라도 지켰다면, 세월호는 더 오랜 시간을 버텨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복원력 문제를 방치했던 것처럼 최소한의 안전 장치조차 방치한 상태로 운항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이처럼 세월호는 복원력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최소한의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은 탓에 수백 명의 승객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선조위 조사 결과 결정적인 원인은 조타장치, 그 중에서도 유압을 조절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으로 밝혀졌지만, 사실 장치 고장이 아니더라도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배였던 셈이죠.

 

지난 9년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많았습니다. 잠수함이 세월호를 추돌해 그 충격으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잠수함 충돌설’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잠수함 충돌설은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비현실적인 시나리오’ 라며 사실상 기각됐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잠수함 충돌설’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사참위 역시 잠수함 충돌설을 공식적으로 기각하지 않은 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하기만 했습니다. 유가족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진상 규명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습니다. 정부가 아무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니 유가족과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내부의 문제로 인해 침몰했다’ 라는 설명(내인설)은 마치 정부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인설 역시 정부의 책임을 강력히 따지는 입장입니다. 결국 세월호가 그토록 위험한 상태로 운항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관리 감독이 허술했기 때문이니까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같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제 2, 제 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의 총체적 원인을 분석하고 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NToIwT3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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