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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회복적 대화모임이란?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회복적 대화모임이란?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2. 7. 21:18

회복적 대화모임이란?

 


* <교실 갈등, 대화로 풀다> 253-257쪽



회복적 대화모임은 회복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갈등이나 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가하는 것에서 끝나는 응보적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를 돌보고 가해자의 인간성을 회복해 다시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우선 갈등 상황의 당사자들과 함께 사건에 영향을 받은 구성원들이 함께 모이도록 합니다. 교실 밖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을 할 때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 친구, 동료, 판사, 사회복지사, 교사, 이웃, 증인 등 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포함됩니다. 어떤 식으로 관련이 됐든, 어떤 직업적 관계가 있든, 모든 사람이 공동체의 행복을 함께 책임진다는 의식을 갖고 회복적 대화모임에 옵니다.


회복적 대화모임 안에서는 오직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가는 데 각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이때 모임은 대표자가 혼자 주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대화모임은 힘이 공유되는 공간입니다. 한 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원 안에서 모두가 평등하게 발언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회복적 대화모임은 대화로 내면을 치유하고, 자발적 책임 이행과 공동체 복원의 방식으로 갈등 상황을 전환합니다. 평화 그 자체로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회복적 대화모임의 창시자로 알려진 도미닉 바터(Dominic Barter)각자가 자신의 가치와 사회의 공통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서로 기여해 더 안전하고 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회복적 대화모임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생명, 평화, 존중, 사랑, 안전 등 세계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중요한 가치 속에 정의를 구현하는 답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회복적 대화모임을 만든 것은 1990년대 브라질 빈민가에서였습니다. 교육, 사법, 행정 시스템이 마비된 브라질 리우의 빈민촌에서 마약과 갱단에 노출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기초가 세워졌습니다. 폭력의 한가운데에서 갈등을 피하지 않고 그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는 순수한 발상이 새로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에는 비폭력대화를 토대로 한 회복적 정의가 사상적 기반이었습니다.


단순히 관념적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폭력과 고통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회복적 대화모임은 어떤 방식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입니다. 브라질의 도심 지역 25세 미만 청소년의 사망률은 전쟁 지역 청소년 사망률을 능가한다고 합니다. 바터는 전쟁터와 같은 그곳에서 마약 갱단과 관련돼 있던 청소년들과 대화를 통해 회복적 대화모임의 틀을 만들었고, 폭력과 갈등을 해결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회복적 대화모임의 성과를 이렇게 말합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회복적 대화모임으로 해결을 시도한 갈등과 폭력 사례 400건 중 93%가 당사자들의 동의와 만족으로 해결됐습니다. 2008년 캠피나스 교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으로 71건의 학생 체포와 법정 소환이 있었는데, 회복적 대화모임이 도입된 뒤인 2009년에는 체포 건수가 단 1건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에 의해 회복적 대화모임은 브라질 정부에 의해 전국적으로 보급되었고, UN의 지원으로 세계 20여 개 국가에 전파되었습니다.


폭력은 대화의 실패를 뜻합니다. 갈등이 그렇듯 폭력적 행동 역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주 비극적인 의사소통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복적 대화모임은 비폭력대화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인종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질 당시 마셜 로젠버그에 의해 만들어진 비폭력대화는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대화법입니다. 회복적 대화모임에서는 아무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속마음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이 공간에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자기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서로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그래서 동일한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하지만 상대방의 말을 들을 생각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등 사건이 벌어지면 서로가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그러나 목소리가 커질수록 갈등 역시 더욱 커지고 서로 깊은 상처를 주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우리가 저마다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반사회적 행위입니다. 서로가 반사회적 힘으로 맞설 때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는 사회적 힘을 사용하기 위해 의지를 키워야 합니다. 회복적 대화모임에서는 우리가 서로 잘 듣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어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대화란 한 사람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은 충분히 상대가 원하는 만큼 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대화를 독점한다면 그것은 이미 대화가 아닌 독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야기막대를 사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누구도 전체 대화를 독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의 속마음을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각자가 자기 삶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공동의 삶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갈등 사건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의 문제임을 깨달을 때 우리의 자아는 더욱 강해지고 사회적 결속이 일어납니다. 그런 방법으로 정의가 실현됩니다.


바터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갈등 해결에서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은 어떻게든 바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효과가 없습니다. 효과도 없고 대가를 많이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한 사회가 됩니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잘못한 사람을 낙인찍고 비난하고 싶어합니다.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지만 그런 방식의 문화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배워서 갈등을 해결하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밖에서 보는 자기가 아닌 자기 안의 진정한 자아를 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안전과 정의, 평화, 신뢰, 그리고 공감과 같은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가치입니다. 이 안에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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