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9월 4일 서이초 선생님 49재 추모글 -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본문
9월 4일 서이초 선생님 49재 추모글
선생님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정신건강의 한 전문가로서,
교육의 전문가이신 선생님들의 열망과 헌신을 강력히 지지하고 고인된 교사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입니다.
많은 다른 전문가들도 지금 학교가 얼마나 위기에 처했는지, 교사들이 아픔에 시달리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사를 위해 많은 변화와 개혁, 지원이 필요하며, 교사들의 움직임에 더 강력한 지지를 앞으로도 보낼 것입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절대 여러분들만 외롭게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지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오늘 또 이 자리에 선 것은 현실의 아픔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서이초 선생님의 49재를 빌어 선생님들과 함께 분노하고 애도하고 그리고 우리 시대 교사들의 아픔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악성 민원, 과다업무, 학교 폭력 관련업무, 정서위기학생 업무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이런 행위를 담임교사 한 사람의 책임으로 몰아가야 하는 전근대적 조치는 사라져야 합니다.
어떤 선생님이 저에게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수업은 잠시 하고 업무가 대부분인 삶이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교육의 근본적인 요구에 언제 교사가 다가서게 할 것입니까? 정말 교육다운 교육을 언제 선생님들이 할 수 있게 할 것입니까?
사회적 변화로 인해 세계 어느 나라나 다양한 위기학생, 감정조절이 안되는 학생은 늘고 있으며, 그래서 이에 대한 지원을 교사들이 호소하기 이전부터 다양한 인력 투여, 학급 학생수 조절, 교사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미 수많은 정책을 적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특별한 지원도 없이 어렵게 교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30명에 육박하는 교실 정원 속에서, 힘든 여러 학생들 수 명이 교실에 있고, 또 행동이 조절되지 않는 아이가 끊임없이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들고, 그 사이 민원전화도 응대해야 하고, 행정업무 결재도 빨리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평화로운 수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활동 보조교사, 협력교사, 행동중재 지원 전문가, 학교상담사, 학교사회복지사, 전문 상담교사 등이 모두가 돌봄의 체계를 이루어 접근하는 시스템으로도 외국 전문가들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에 현장의 교사, 담임 혼자 모두를 감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특수교육 및 학교상담 등 몇몇 분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지원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제가 상담했던 신규샘은 마치 정글에 던져진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뜯기고, 학부모님들에게 뜯기고, 언론에게 뜯기고 때로는 정치에 뜯겨왔다고 하면서 그래서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같은 전문가로서 이런 상처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홧병, 우울증, 외상후 울분장애와 같은 진단을 해야 하는 것이 괴롭고 그런 진단을 교사들이 더 이상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선생님들, 더 이상 교사의 능력과 한계를 뛰어넘는 온갖 업무를 혼자 감당하지 마세요. 교육부가, 교육청이, 또 학교에 시스템을 세워야 하는 분들이 나서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교사, 책임감이 높은 교사들은 또 자신을 아픔, 슬픔,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습니다. 제발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교사를 희생양 만드는 체제를 중단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제발 "예"라고 말하면서 지치고, "아니오"라고 하면서 힘들어하는 마음은 이제 그만 하기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라고 말하면서 주장하고, "아니오"라고 하면서 마땅한 요구를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제가 상담했던 선생님의 소원을 허락하에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교실에서의 삶이 때로는 얼음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아님 전쟁터 속에 수많은 부상병들 틈의 위생병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나의 소원은 하루라도 아무도 안 싸우기/하루라도 아무 민원 없기/하루라도 아무 공문 없기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현실적 정서 위에서 좋은 교육을 하고,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고, 저녁시간에, 새벽에 연수를 들으십니다. 이렇게 학교를 버티고 있고, 소진을 감수하고서라도 헌신한 선생님들의 노고를 국민들도, 전문가들도, 정치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은 이제 전문가뿐아니라 많은 학부모님들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로서 안타까움과 함께 깊은 반성도 합니다. 좋은 여건에서 신나게, 행복하게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국가는 50만 교사 중에 30만 교사가 모여서 외치는 것을 수용하기를 바랍니다. 30만 교사가 외치는 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의 주장을 담겠다는 것입니까?
오늘 서이초 49재가 마지막이기를 바랬지만 죽음으로밖에 답을 찾을 수 없었던 호원초, 신목초, 군산, 용인의 선생님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교사가 학생 곁에 있으려면 교사를 지지하고 지원해야 가능합니다. 교사들은 병들어 가는데, 계속 그 옆에 있으라고 하면 그냥 아픈 채로 있으라는 것은 외면이면서 동시에 희생하라는 요구일 따름입니다. 좋은 의사를 양성하지 않고 국민에게 좋은 치료는 불가능하듯이, 교사를 존중하지 않고 불행하게 하면서 훌륭한 교육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49재를 맞이하여 하늘에 계신 서이초 선생님의 영혼이 평화롭기를 다시 기원하고, 또 그 가족과 친지분들의 애도에 함께 하며 그 선생님과 죽음을 맞이했던 모든 선생님을 기억하기로 약속하며 49재에 함께하는 저의 추모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지금도 힘든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마시고,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홀로 있지 마시고, 혼자 두지 않겠습니다.
함께해서 꼭 여러분들이 가르치고 싶었던 교실, 국민들이 배우고 싶었던 교실에 다가서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지지하고 지원한다는 것을 밝히며, 행복한 교사야말로 우리 사회의 희망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년 9월 4일
정신과 의사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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