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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비폭력 대화에 따른 애도 본문

회복적 정의+비폭력 대화

비폭력 대화에 따른 애도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2. 11. 1. 08:02

비폭력 대화에 따른 애도


김훈태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한국NVC센터 <NVC 애도 프로세스> 참고. www.krnvc.org



애도는 남겨진 자들을 위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추구하던 일을 접어야 할 때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는 애도를 한다. 애도의 방식으로는 골방에 들어가 홀로 하는 것이 있을 테고,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 둥그렇게 앉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을 겪었을 때 타인을 만나지 않고 자기만의 골방으로 들어가버리곤 한다. 쉽고 익숙한 방식이다. 그러나 홀로 하는 애도는 위태롭다. 지나치게 절망하거나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노와 비난의 화살을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무차별적으로 쏘아댈 수 있다. 이는 진실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은 방식이 되기 쉽다.

추모집회에서도 우리는 비폭력대화의 방식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셜 로젠버그가 정립한 비폭력대화는 우리의 삶을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네 측면으로 살펴본다. 간혹 단계를 뛰어넘거나 통합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 다음으로 벌어진 일에 대한 느낌을 살핀다. 그리고 느낌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는 욕구를 찾는데, 그 이유는 모든 일의 근본 원인에 내적 욕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일들은 단지 자극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적 욕구이며, 그것이 진정한 원인이 된다. 끝으로 바라는 것을 올바르게 표현해야 한다. 그것은 강요가 아닌 부탁으로,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가 아닌 ‘나는 이것을 바란다’의 방식이다.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간이 신체와 영혼, 정신의 삼지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간의 영혼(마음)은 사고, 감정, 의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의지는 욕구의 상위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비폭력대화를 심화하는 데에서 인지학적 인간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벌어진 일에 대한 관찰은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먼저 지각하고 인식한다. 관찰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지성을 통해 종합하고 정리한 것이다. 최상의 관찰이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우리의 사고는 한계가 있다. 생각은 아직 의식의 표층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아래의 느낌 또는 감정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내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는지 살펴본다면 표층의 사고가 진실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느낌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아무리 생각을 다잡으려 해도 감정이 그것을 부인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경험한다. 분노를 참거나 슬픔을 외면하기 위해 도덕적인 당위를 내세운다 해도 감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부인된 감정은 더욱 강력하게 마음을 뒤흔든다. 우리가 감정에 휩쓸려버리면 자아를 잃어버리게 되지만 감정을 심하게 억누르면 자아는 약화된다. 감정을 차분하게 바라보고 인정할 때 비로소 마음은 진정이 된다. 느낌 역시 인식이 필요하다.

느낌보다 심층의 의식은 의지, 즉 욕구이다. 바라는 행위는 강력한 마음의 작용이다. 많은 경우 감정은 욕구로부터 태어난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슬픔과 분노를 가져오며, 충족되지 못할 욕구는 무력감과 두려움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내적 욕구는 대체로 무의식의 차원에 머물기 때문에 욕구를 인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누가 되었든 무엇을 바라는지 알아주기만 한다 해도 많은 갈등이 사라지게 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욕구가 꺾이거나 무시될 때 우리는 고통을 겪게 된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거나 잠들어 있는 사람이다.

생각과 느낌, 욕구를 인식한 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바라는 바를 올바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감정과 욕구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 표현을 부탁의 형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책임의 소재를 자기 자신에게 두는 일이다. 바이런 케이티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일은 나의 일과 남의 일, 신의 일로 나누어진다. 신의 일이란 나와 너의 관계 밖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일만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뒤섞으며 남의 일과 신의 일에 매달리느라 정작 나의 일을 도외시하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때 우리는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표현하는 욕구들은 강요의 형태가 될 것이고, 그것이 이루어질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1) 애도의 과정

* 이번 참사에 관해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서클 진행하기

① 관찰
- 어떤 소식을 들었는가?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엇을 보았는가?

② 느낌
- 그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지금은 어떻게 느끼는가?
- 슬프다, 안타깝다, 절망스럽다, 허탈하다, 원망스럽다, 무기력하다. 화가 난다, 놀랐다, 암담하다, 먹먹하다, 우울하다, 숨이 막힌다. ...

③ 욕구
- 무엇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가? (우리가 강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무언가가 우리에게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 모두가 안전하리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사회를 갈망한다.
- 주관을 가지고 사는 힘이 중요하다.
-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전체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깊이 의식하며 행동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맡고 있는 이들이 성실하고 정성을 다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사회, 꽃처럼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삶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회, 작은 규칙들이 지켜지는 것이 당연하게 존중되는 사회, 진실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 공동의 책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
- 삶의 본질에 초점을 두는 교육, 영적인 각성이 있고 그 차원에서 연결하고 힘을 모으는 사회를 원한다.
- 아이들이 안전하고 사랑받으며 보호받는다는 것을 믿으면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사회, 모두가 연결되고 평화로운 사회, 각자가 자신의 성실과 정직, 근본을 당당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고 그것이 존중되는 사회,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고,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 각자가 자기가 하는 일에 전문성과 확신을 갖고 일하는 사회,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존중받고 자기 책임을 갖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어른들이 실천하는 사회, 자기의 생각과 행동이 공동체 전체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며 사는 사회, 공적인 보도가 투명해서 믿을 수 있는 사회, 평화롭게 태어나서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사회, 성숙하고 자각이 있는 지도자가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 정직과 진실이 기본적인 토양인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
-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기억하고 배워서 변화하기를 바란다.
-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실무자들이 존중되고, 진실을 편하게 말할 수 있고, 말을 했을 때 보호되는 사회를 원한다.

④ 부탁
- 이런 사회에서 사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다. 이런 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 자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 내 삶에서, 내 가정과 직장, 공동체에서 내 자신에게 하는 부탁은 구체적일수록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다.
- 나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안 하겠다.
-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격려하겠다.
- 우리 아이가 자신의 내면의 진실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돕겠다.
- 아이와 지금 이 순간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즐거워하겠다.
- 2주 안에 아내와 자녀와 함께 캠핑을 가겠다.
- 다른 부모들이 아이들과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
- 학교에서 아이들과 연결하는 시간을 갖겠다.
- 자녀가 책임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서 나는 자녀와 약속을 신중하게 하고 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
-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약속을 남발하지 않겠다.
- 나의 가정, 직장과 공동체에서 내가 듣기 힘든 질문도 허용하고, 내 자신이 그런 질문에 열려있도록 노력하겠다.
- 다른 사람을 배려하겠다.
- 함께 사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먼저 인사를 하겠다.
- 교통 신호를 지키겠다, 다른 규칙들도 지키겠다.
-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번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고, 스크랩하고, 모니터링을 하겠다.
- 바로잡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집회와 서명 등에 참여하겠다.
- 이번 선거에 참여하겠다.
-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 동네 사거리에 버스가 위험하게 서는 것에 민원을 내겠다.
-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겠다.
- 내가 속한 모임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겠다.
- 일하는 동료들과 월 2회 친목모임을 가지겠다.
- 학생들이 자기표현 하는 것을 그대로 듣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업을 하겠다.
- 학교 내에 회복적 대화모임 시스템을 만들겠다.

2)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을 도울 때

* 아주 천천히 진행한다.

① 슬픈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지원하기
- 언제 그 사람이 제일 그리운지? 언제 가슴이 많이 아픈지? 언제 제일 생각이 나는지?
- 슬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돕는다. 깊이 애도할 수 있게 한다.
- 슬퍼하지 않도록 떠난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애도가 필요한 사람을 더 힘들고 외롭게 할 수 있다. 아무도 자기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면서 더 외롭게 느낄 수 있다.

② 슬픔이 물러간 뒤에 떠오르는 추억 돌아보기
- 깊이 애도를 하고 나면(대개 한숨을 쉬거나 몸에서 긴장감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즐거운 추억에도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된다.
- 그 사람과 있었던 즐거운 추억을 말할 수 있게 돕는다.
- 떠난 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함께 즐거웠던 기억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

③ 감사하는 마음으로 안내하기
- 원하는 만큼 오래는 아니었어도 그 사람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감사할 수 있다.
- 그 사람이 주고 간 선물이 어떤 것인지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다.

④ 감사에 보답하기
- 그 사람이 주고 간 선물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 감사하는 마음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뜻을 어떻게 기릴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⑤ (선택) 역할극
- 이 부분은 시작하기 전에 애도하는 분에게 돌아가신 분과 이야기를 해 볼 의사가 있는지 동의를 구한다.
- 돌아가신 분을 상징하는 꽃, 인형, 사진 등을 이용하거나 이 애도의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이 돌아가신 분의 역할을 한다.
- 상징물을 보면서(아니면 돌아가신 분 역할을 하는 진행자에게) 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 이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은 들으며 돌아가신 분의 역할로서 공감을 해준다. (천천히)
- 역할을 바꾸어 애도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신 분이 되어보겠느냐고 물어본다.
- 이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은 애도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며 들은 말을 되풀이 해준다.

(침묵으로 지금까지 한 프로세스를 돌아본다)

⑥ 마음 돌아보기
- 지금 마음이 어떤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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