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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출구전략은 모두의 절멸이다 - 허지웅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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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출구전략은 모두의 절멸이다 - 허지웅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25. 1. 22. 10:21

윤석열의 출구전략은 모두의 절멸이다

 

[허지웅 작가 기고] 국가 존망 걸고 '폭민' 활용하는 윤 대통령과 국힘의 운명

2025. 1. 20.

 

 

12월 3일 밤. 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처음에 그것은 범죄였습니다. 며칠 후 누군가 그것이 정치의 문제라고 속삭였습니다. 며칠이 더 지나자 흡사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인양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5:5의 비중으로 다루는 게 공정한 자세라는 듯 중계하고 스코어를 기록하는 언론이 늘어납니다. 마침내 그것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 정쟁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단죄의 문제가 찬반의 대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폭민(mob)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폭민은 절망과 증오로 가득찬 잉여 세력입니다. 계급이나 지위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폭민의 키워드는 고립입니다. 외로움과 다릅니다. 지금의 체제로는 내 삶이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극단적인 형태의 허무함 혹은 양비론입니다. 그래서 경제위기와 함께 급격히 늘어납니다. 이들은 열정을 쏟을 외부의 적이 필요하고, 자신의 불행이 누군가의 음모 탓이라는 확신을 갈구합니다.

 

나치는 폭민의 응집력에 주목했습니다. 나치는 그들의 소외감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의 불행은 유대인을 중심으로 하는 음모론적 세계관 때문이며, 당신을 계속 불행한 상태로 두기 위한 세계적인 음모가 진행 중이며, 우리에게는 이를 분쇄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 아래 행동하고 싶어하고 소모품이 되고 싶어하며 영광스러운 희생을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들은 돌격대(SA)에 자원했습니다. 그리고 약탈과 폭행, 살인과 방화를 통해 사회 전체를 겁박했습니다.

폭민의 열성적인 폭력 투쟁 덕분에 나치는 의회를 장악하고 나아가 해산하며 마침내 입법과 행정을 거머쥔 총통제로의 계획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극좌와 극우 양극단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입장을 바꾸지 않습니다. 대다수 중간층은 순간의 감정에 따라 선택합니다. 폭민들이 뜨겁게 열광하고, 배우들을 섭외해 배치해둔 연단 위에서 괴벨스가 선동하면, 나치가 보급한 라디오로 연설을 들은 중간층은 어김없이 따라갔습니다. 국민투표와 재선거를 반복해 의회를 장악해가며 괴벨스는 "여론조사라는 건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독재자와 폭민

 

돌아보면 폭민을 활용한 독재자로 마오쩌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나라를 절단냈습니다. 전쟁이 아닌 정책으로 현재 한국의 인구수 만큼이 굶어죽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실각했습니다. 수천만명의 주검을 뚫고 살아남은 젊은이들은 자연스레 폭민의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마오는 그들을 활용해 재기하기로 합니다. 나라가 이 모양이 된 건 공산주의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청년들을 선동합니다. 관료들 사이에 잔존한 자본주의자의 음모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홍위병이 탄생했습니다. 약탈과 폭행, 살인과 방화가 중국을 휩쓸었습니다. 마오쩌둥은 자신의 책임을 남의 음모로 돌려 1인자로 복귀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쓸모를 다한 홍위병을 숙청했습니다. 나치가 쓸모를 다한 돌격대(SA)를 숙청한 것과 똑같습니다(장검의 밤이라 불린 이 숙청은 당시 식민지 조선의 신문에도 대서특필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의 일입니다.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을 컬러로 복원한 게 있어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서 이런 덧글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히틀러가 필요하다. 모든 걸 통제하고 하나로 묶을 사람. 지겨운 양당체제를 벗어나고 중국인과 부동산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유대인 음모론이 중국인으로 대체되었을 뿐 저 짧은 문장 안에 '한방의 해결책'을 갈망하는 폭민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놀랐습니다.

여당의 극우화, 놀랍지 않은 이유

 

조짐은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방아쇠가 필요할 뿐이었습니다. 12.3 계엄 이후 인터넷 밖으로 드러난 극우 청년들의 존재감. 백골단 부활을 선언하는 무지할 정도의 맹렬함. 법원을 점령하고 판사를 단죄하겠다는 상식 밖의 폭력성. 저는 지금 법원의 폭도들이 본래 윤석열의 지지자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매료된 건 비상계엄 그 자체입니다. 헌법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불법 비상계엄입니다. 폭민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메시아의 해결책입니다. 비상계엄과 함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폭민 그룹의 구원자로 거듭났습니다.

법조인들은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 과정을 지켜보며 갸웃거립니다. 재판부를 상대로 혼잣말을 하듯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게 도무지 변론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게 피의자를 위한 변론 맞습니다. 법대로 하면 유죄가 아닐 방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폭민의 세를 조금씩 더 구체화하고 소요를 추동하고 소란에 이끌린 중간층을 포집하는데 주력할 겁니다. 모든 조직과 관계를 동원해 여론이 양분된 것처럼 보이도록, 임기 동안에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그렇게 해야 사형 혹은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훗날 사회통합을 핑계로 사면받을 수 있는 조건이 생깁니다. 그의 출구전략은 모두의 더 큰 불행과 갈등을 제물로 요구합니다. 물론 그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여당의 극우화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반성하거나, 혹은 윤석열의 수를 알면서도 동참해 따라가거나 둘 중 하나 뿐입니다. 이들은 후자를 택했습니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국가의 존망을 걸고 폭민의 당이 되길 자처했습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역사 속의 다른 선례와 달리 지금의 형세는 당이 폭민에 끌려가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당장은 쉬운 길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건 길이 아닙니다. 절멸입니다.

 

 

https://m.ohmynews.com/NWS_Web/Mobile/amp.aspx?CNTN_CD=A0003098150

 

윤석열의 출구전략은 모두의 절멸이다

▲ '12.3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의도 국회에 투입된 무장 군인들. ⓒ 연합뉴스/AFP 12월 3일 밤. 모두가 똑같은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습니다. 처음에 그것은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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