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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포럼 1회 발제문] 철학과 신학의 "정신", 인지학의 "정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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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학포럼 1회 발제문] 철학과 신학의 "정신", 인지학의 "정신"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8. 6. 06:12

철학과 신학의 "정신", 인지학의 "정신"

 

여상훈 루돌프슈타이너전집발간위원회 위원장

 

 

intro: 나는 일종의 advocatus diavoli, devil's advocat...

 

1.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묻는 것은 철학과 신학의 전통적인 문제이자 현대인에게도 관심의 대상

예를 들면, 영화 "매트릭스"(워쇼스키 자매), "트랜센던스"(월리 피스터)의 정신은 과연 인간의 정신일까, 정신은 육체 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 등등.

 

2. Geist Seele

우리의 원론적/실용적 환경에서 GeistSeele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길 것인지는 몇 차례 논의한 적이 있다. 오늘은 번역어의 고민을 넘어, 사상사 안에서 철학과 신학이 정신을 어떻게 규정하고 설명해왔는지, 그런 사상사의 일반적인 이해를 기초로 하면 슈타이너가 정의하는 실재하는 정신이라는 원리에 대해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은 어떤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또 이에 대한 인지학의 대답은 무엇일지를 논의하려 한다. 이 논의를 촉발한 계기 가운데 하나는, 고대로부터 통용되던 인간 3원적 구성론이 869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의 결정으로 2원적 구성론으로 축소되고, 이것이 이후 과학의 물질주의화를 야기했다는 게 슈타이너의 <일반인간학> 3장과 10장의 비판이다.

 

3. 먼저, "정신"이라는 단어의 번역사를 둘러보자

- pneuma - spiritus - spirit / mind / soul / intellect / Geist / Seele / 영혼 / 정신

- pneuma hagion - "der Heiliger Geist"

- Seele, soul은 고대게르만어 계통에서 "죽은 사람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영혼"을 가리켰다는 것이 정설.

- Geist의 어원상 의미는 "두려움", "두려운 것", "두려움을 주는 것", frightening, ghost

 

4. 교육을 위한 <일반인간학>에 등장하는 869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의 결정

- "필리오케 논쟁"으로 분열의 씨앗을 품고 있던 동서그리스도교회가 동방교회의 수장 포티우스 총 대주교의 "영혼이원론"("인간에게는 고차적, 불멸의 영혼과 지상적, 사멸하는 영혼이 있다")으로 인해 불거진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최.

- 슈타이너는 가톨릭교회가 육체, 영혼, 정신이라는 인간 3원론이라는 고대로부터 통용되어 온 인간관에서 영혼과 정신을 단 하나로 통합해서 이해하도록 강제하는 바람에 슈타이너 당대의 심리학 등에서 인간을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하게 되었다고 주장. 심지어 10장에서는 이후의 자연과학의 물질주의화, 진화론 등도 모두 그 탓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 그러면 과연 고대사상은 육체, 정신, 영혼을 슈타이너가 주장한 대로 이해했을까?

 

5. 동양 사상

- 고대 인도 사상에서 영혼과 육체의 구별은 허상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고, 불교는 육체와 정신의 확실한 이분법을 포함하지 않는다. 물론 정신과 육체를 구분하고는 있지만, 불교에서 정신은 우리 인간에게 "확실성, 인식" 등을 가능하게 하는 "의식"에 가깝다.

 

6. 서양 고대철학

- 서구철학에서 "정신"이라는 주제는 "육체, 영혼, 정신의 관계"를 둘러싼 이해를 가리켰다. ,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은 하나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본질인가?" 이 질문에 이어, "우리의 사고와 의지는 자유로운가?", "육체 없이도 정신은 존재할 수 있을까?" 등이 주제가 되어왔다.

- 플라톤: <필레보스>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묻는다. "우리 육체에는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그러면서 이데아의 세계와 현존하는 세계를 구분하는 자신의 이원론에 일관되도록 주장한다. "영혼이 불멸한다면, 그것은 소멸을 피하지 못하는 육체와는 그 본질이 다른 무엇이어야 한다."

- 플라톤은 사람만이 아니라 만물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했다. 영혼은 정신적인 차원과 감각적인 차원을 잇는 매개체이며, 만물 하나하나의 생명원리다. 영혼은 운동, 즉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 따라서 불멸하고 변하지 않으며 파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는 사라질 수도, 발생할 수도 없으므로. 그래서 죽음은 영혼과 육체의 분리를 의미한다. 영혼에는 개별영혼과 세계영혼이 있다. 인간은 개별영혼에 의해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되고, 세계는 세계영혼에 의해 생명을 갖는다. 영혼은 각자로 하여금 "자신"일 수 있게 하는 것, 신적이고 단순하고 정신적인 것이다. 이때 정신적이란 "지력을 가졌다"는 뜻. 영혼은 인식하여 사람을 지식으로 이끈다. 이데아와 연결된 영혼은 인간을 선으로 이끌고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

- 플라톤은 영혼을 세 가지 부분을 가진 것으로 나눈다. 욕망하는 영혼은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게 하며, 실행하는 영혼은 승리를 애호하게 하며, 이성적으로 인도하는 영혼은 지혜를 사랑하게 한다.

- 플라톤은 인간이 일종의 매트릭스 안에 있다고 여겼다. 매트릭스의 동굴 안에 갇혀 동굴 벽에 비친 실재 세계의 모상만 본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각하는 것은 완전한 세계의 불완전한 조각뿐이다. 실재는 영원하고 비물질적인 이데아 세계와 물질적이고 사멸하는 지각의 세계로 이분된다(ex. 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지고 구멍이 뚫렸지만, 구라는 진실은 언제나 어디에나 적용된다). 이데아 세계에 대한 무오류의 지식은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우리 정신은 불멸하는 영혼 안에 살고 있으므로, 정신의 작용인 사고를 통해 이데아를 알게 된다. 영혼은 이데아의 세계에서 와서 일시적으로 육체에 갇혀 있다. 우리의 정신이 이성적으로 작동하면, 영혼은 자신이 나온 이데아의 세계를 기억(anamnese)하고, 그런 식으로 선과 정의가 어떤 것인지 인식한다.

- 아리스토텔레스 : 스승 플라톤의 철학을 뒤집는다. 사물의 본질은 이데아가 아니라 그 사물 자체에 있다. 공놀이를 모르면 구()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모른다는 식이다. 결국 이데아는 감각기관이 지각하는 대상에 드러난다.

- 감각적 지각의 부활. 그에게 정신은 활동하는 정신이고, 이는 영혼의 한 부분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물질주의자, 경험주의자인 것은, 사고의 내용은 감각기관의 지각에 의해 비로소 채워진다는 주장에서 분명해진다. 결론은, "육체 없이는 사고, 즉 활동하는 정신도, 인식도, 체험도 없다."

 

7. 중세 사상사에서 정신과 영혼

- 플로티누스로 대표되는 신플라톤주의,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등은 그리스도교 초기 신학의 틀을 제공했다. 신학 안에서 영혼은 언제나 성령이라는 단어의 사용법에 종속되었다. 이때 성령이 "der heilige Geist". , 불멸하는 영혼이라는 고대철학의 전통적 문법이 이식된 것. 요한복음의 Logos라는, 아리스토텔레스 식의 활동하는 정신에서는 영혼과 정신이라는 이분법이 사라지고 "영혼"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하지만 신학의 이런 일원론적 입장은 어느 철학 사조가 신학에 그 문법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8. 근대사상의 문을 연 데카르트는 달리 생각했다

- 그는 철저한 회의론자였다. 그로서는 감각뿐 아니라 지성도 우리를 오도할 수 있으므로, 모든 것의 실재, 현존을 의심한다. 그러니 확실한 것으로는 오로지 의심한다는 활동을 하는 정신이다. 이렇게 세계는 물질과 사고라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실체로 양분된다. 사고라는 불멸하는 내적 세계인 영혼, res cogitans, 사유실체 즉 정신, 그리고 사멸하는 res extensa, 즉 연장실체로 양분되는 것이다. 결국 육체 없이도 사고, 정신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런데 이 res cogitans, res extensa는 그리스도교 신학의 바탕인 스콜라 철학의 용어였다.

- 동물이 기계적 존재인데 반해 인간은 사멸하는 육체와 불멸의 영혼이라는 이중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 육체와 영혼이라는 이질적인 두 실재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면서 데카르트는 철저한 물질주의의 속내를 보인다. 영혼이란 뇌의 송과선에 자리잡고 있다는 식으로.

 

9. 칸트

- 칸트는 인식의 문제에서 합리론과 경험론을 통합한다는 입장("코페르니쿠스적 전환")

- 합리론의 문제는 사유실체/연장실체라는 이원론과 기계론적 사고

- 경험론의 문제는 결합관념의 허점

- 칸트는 모순관계인 두 이론을 통합하기 위해 다음 인식의 4과정(감성 sensibilitaet - 구상력 Imagination - 지성 Verstand - 이성 Vernunft) 제시.

인식의 기초 : 감성(인식론적 감성), 즉 감각기관이 외부세계의 사물을 받아들이는 .

감성의 형식 : 시간과 공간, 시간은 내감(내부상태의 변화를 확인)의 형식, 공간은 외감의 형식. 이 감성적 직관은 그러나 사물 자체를 감지하는 것이 아님. 의식 주체에게 내재되어 있는 직관형식을 투영하여 감지하는 것. 우리는 물자체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물자체에 시간과 공간이라는 형식을 투영하여 그 물자체를 재구성함으로써 세계를 "우리 식으로" 인식한다. ......

- 슈타이너는 칸트의 "물자체와 인식"이라는 순수이성비판의 이원론을 비판

 

10. 그리스도교 신학의 입장 : 869년 공의회는 과연 인간을 육체와 영혼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규정했을까?

<공의회 문서 11>

"Veteri et novo testamento unam animam rationabilem et intellectualem habere hominem docente, et omnibus deiloquis patribus et magistris ecclesiae eamdem opinionem asseverantibus, in tantum impietatis quidem, malorum inventionibus dantes operam, devenerunt, ut duas eum habere animas impudenter dogmatizare, et quibusdam irrationalibus conatibus per sapientiam, quae stulta facta est, propriam haeresim confirmare pertentent. ....."

- 어떤 맥락으로 보아도 869년 공의회의 결론은 인간의 정신을 신학적 인간학에서 추방한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포티우스는 인간에게 "악하고 비지성적인 영혼""선하고 지성적인 영혼"이 동시에 들어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세계에 존재하는 악한 행위와 파괴와 증오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공의회는, 인간은 합리적이고 지적인 단 하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종래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창조가 신의 모상으로 이루어졌고, 구원의 잣대가 전한 영혼을 기준으로 한다는 성서의 내용에서 그 정당성을 찾으려 하고, 또 세계의 악을 자유의지로 설명하는 신학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선언이었을 것이다.

 

10. 인지학은?

- 세계와 인간의 관계, 세계와 인간 구성요소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슈타이너를 읽으면, 주류 철학이나 그리스도교 신학보다는 신비주의와 독일 관념론, 그리고 당연히 나지함마디 문서 풍의 신지학의 언어로 짜인 세계관, 인간관을 만난다.

- 문제의 하나는, 그 가운데 "보편적 또는 우주적 진화론"이 말하는 정신, 영혼 등의 개념이 온전히 이전 개념들의 통합이나 절충, 반계몽주의적 반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이다.

- 슈타이너가 이해하는 정신은, 중세 이후의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드러나는 인간 이해와 어떻게 다를까?

- 869년 공의회가 "정신"을 삭제함으로써 이후의 모든 기계론, 생물진화론, 유물사관 등 물질주의적 흐름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합리적으로 이해할 통로는 어디에 있을까? 그 주장은 "정신과학"의 합리적 조건들에 비추어도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 슈타이너의 우주적 진화론과 인간학이 설명하는 실재하는 정신의 속성들은 그리스도교 신학이 그 초기부터 축출한 그노스티시즘(영지주의)의 그것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 우리나라의 인지학 수용사에서 슈타이너 인간 3원론을 가장 적절하게 우리말로 옮길 가능성은 어떤 어휘들일까? 그 어휘의 선택에서 우리의 원리주의적인 그리스도교 환경과의 충돌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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