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오실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 - 안나 본문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오실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
안나 / 자유로운사회선교모임 함께했나
2024.12.24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곳곳에서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탄핵 반대 집회도 있는데 그곳에 극우 개신교인들이 참여한다. 길을 지나던 중 그들이 전광훈 씨를 따르겠다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 중 한 명이 태극기와 함께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었다. 이스라엘 국기라니, 끔찍하고 부끄러웠다.
이스라엘 국기를 끔찍하게 느낀 이유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단 학살을 443일(12월 23일 기준)이 넘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집단 학살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최소 4만 5000여 명이 사망했다.
그는 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왔을까
지난 4월 14일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오늘의 이스라엘은 2000년만에 통일된 국가를 가지고 지리적으로도 남북이 전체가 하나가 되어서 시오니즘의 은총을 받고 있다"라고 설교했다. 그는 유대인이 "하나님의 택함을" 받고 "세계를 통치하는 능력 있는 민족"이라며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유대인에 대한 옹호는 하나님 잘 믿어서 성공하자는 자본주의적 기복신앙과 연결된다. 한국 개신교인은 흔히 유대교 경전인 탈무드를 활용하고 유대인 공부법이라며 어린이·청소년에게 추천한다.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막대한 부를 얻은 "세계를 통치하는 능력 있는" 유대인들 사례를 보고 자신도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자신을 이입한다.
한편 한국 개신교는 포용보다 배타로 정체성을 세워 왔다. 한국 개신교는 일제강점기 때 3·1운동을 주도하고 신사참배 거부로 감옥에 투옥되는 저항의 역사로 성장했지만, 독재 정권 집권 시기에 조찬기도회를 주최하며 반공을 말하며 기득권 편에 섰다. 현재 반동성애를 외치며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과학적 증명으로 인정받은 진화론에 대해 성서와 맞지 않다며 반진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으로 '반(反) 타 종교'가 있다. 특히 이슬람에 대해 "이슬람 = IS"라는 허상의 공포로 스스로를 몰아넣는다. 2020년 대구 북구에서 무슬림 유학생들이 건설하고자 한 이슬람 사원의 공사가 아직도 중단되어 있다. 사원 건립 소식에 보수 개신교인들은 공사 현장에서 무슬림이 종교적 신념으로 먹지 않는 돼지를 구워 먹는 행위를 반복하고 돼지머리를 두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다수가 무슬림이니 성공한 유대인이 모여있는 이스라엘은 좋고 팔레스타인이 싫을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이 뭐야
한국 개신교가 기복신앙과 이슬람 혐오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판단은 극우 개신교인들이 보수 집회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계속 등장시키는 것과 같이 극단적인 이야기 같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진짜 문제는 팔레스타인을 모른다는 것이 아닐까.
한국 개신교는 성서 속 이스라엘과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구분하지 못한다. 이집트로부터 억압받던 히브리 민족, 즉 이스라엘의 자손이 출애굽 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 했던 것처럼 현대 이스라엘의 건국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관계가 성지를 둘러싼 '종교적 분쟁'이란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이 프레임 안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슬림으로부터 뻬앗긴 땅을 찾으려는 투쟁처럼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현대 이스라엘은 '시오니즘(Zionism, 시온주의)'이라는 식민 지배 전략으로 세워졌다. 시오니즘이란 유대인들이 시온으로 돌아가 유대인들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침략하겠다는 선포이다. 1948년 5월 14일 '나크바(대재앙)'의 날,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 국가 건설을 선언하며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폭력적으로 추방했다. 이스라엘은 정복 전쟁을 통해 팔레스타인 땅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했다. 4차 제네바협약은 군사점령지에서 원주민들을 강제 추방하고 자국민을 이주시켜 정착촌을 건설하는 행위는 전쟁범죄임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규제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원주민의 집을 파괴하고 계속해서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1948년부터 76년 동안 이어져 온 식민 지배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것이다. 다수 언론이 팔레스타인을 배제하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공격만을 강조하는 이스라엘 입장의 뉴스를 나르고 있다. 그러나 그 공격은 76년 동안 겪은 폭력과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생존 투쟁이라는 맥락을 잊어선 안 된다.
어떻게 기다리고 무엇을 시작할 것인가
기다림과 시작의 절기인 대림절을 보내고 있다. 아기 예수와 그 가족이 살기 위해 먼 길을 걸어야 했던 때처럼 고요하지 않은 요즘이다. 자유로운사회선교모임 함께했나는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학살을 목격하며 개신교인으로서 연대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함께했나'라는 이름으로 대림절 동안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릴레이 기도문을 공유하고 있다.
"사랑의 하나님이 자신의 사랑을 보인 방식은, 우리와 같이 되는 것. 연약한 자와, 가난한 자와, 빼앗긴 자가 되시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신 그는 가장 가깝게, 살갑게, 친밀하게 존재들을 이해하시며 홀로 두지 않고 함께 하심을 택함으로 그 사랑을 보이셨습니다. ('팔레스타인과 함께했나' 묵상모임 정리 글 가운데)"
대림절을 보내며 이 시대의 연약한 자로 다시 오실 예수를 묵상한다. 오늘의 예수는 점령을 견디며 학살로 너와 나를 잃어 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으로 오시지 않을까. 예수를 통해 보이신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고백하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오시는 예수를 외롭지 않게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팔레스타인 땅의 안전과 평화를 바라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도가 모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함께했나'를 통해 교회 공동체와 친구, 가족과 팔레스타인을 이야기하게 된다. 팔레스타인에 대해 계속 말한다는 것은 이전까지 몰랐던 팔레스타인을 앞으로 알아 가겠다는 작은 실천이다. 또한 이스라엘로부터 억압받고 학살당하는 팔레스타인의 곁에 서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오늘도 팔레스타인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그리고 대림절이 지나면 오는 29일에 마무리하는 기도 모임을 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과 함께했나'가 평화를 함께 기다리고 팔레스타인과 관계 맺는 시작이 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기도문을 보내 준 한 어린이의 기도를 나눠 본다.
"하나님, 부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쉴 곳을 마련해 주시고, 예수님을 감싸 주는 사람이 같이 곁에 머무르게 해주세요. 더 이상 팔레스타인에 집단 학살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오실 예수님을 지켜주세요. 저는 돕는 사람으로 위로하는 사람으로 감싸 주는 사람으로 외롭지 않게 하는 사람으로 방을 내어주는 사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팔레스타인을 마주할게요."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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