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괴테 세계관의 인식론적 기초》 출간 및 9월 포럼 안내 본문

책소개 및 서평/발도르프교육 및 인지학

《괴테 세계관의 인식론적 기초》 출간 및 9월 포럼 안내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9. 9. 3. 11:05

《괴테 세계관의 인식론적 기초》

루돌프 슈타이너 전집 <인지학 4>

 

 

출판사 책소개

 

슈타이너 인지학의 정신과학적 토대가 된 괴테의 통찰


이 책은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 운동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칸트 인식론을 극복할 단초를 발견하여 이를 체계화하는 사상적 여정을 그린 역작이다.


오토 리프만, 요한네스 폴켈트, 에두아르트 폰 하르트만 등 근본적으로 칸트 인식론의 연장선에 있던 슈타이너 당대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인식이 현실(실재)의 영역 안으로 침투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인간의 의식은 자기 자신을 뛰어넘을 수 없다. 자기 자신 안에 세계를 만들어 놓는 의식은 그런 세계 너머에 어떤 진정한 현실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리프만의 명제가 그런 태도를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초감각적인 의식의 확대를 경험해온 슈타이너는 그런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사유할 경우, 인간은 자신의 사유를 통해 정신이 현실인 세계 안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을 내적으로 체험하고 인식한 그였기에 가능한 반발이었다.


슈타이너로 하여금 이렇게 감각적인 세계 과정 안에 들어 있는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가운데 인식 능력의 확장을 본질적으로 확인하게 해준 것이 바로 괴테의 세계관, 자연관이었다. 약관의 나이에 괴테의 자연과학 저술들의 편찬 작업을 맡은 슈타이너는 인식의 본질에 관한 자신의 관점이 괴테의 그것과 맞닿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시작된 괴테 연구에서 슈타이너는 괴테의 세계관이 보여주는 직관적 인식의 본질에 깊이 공감하면서, 고차적 경험으로서의 사유라는 사유의 내적 본성, 사물의 본질과 인식의 관계 등에 관한 괴테의 통찰을 바탕으로 칸트 인식론의 극복을 모색한다. 초감각적인 인식이 사유의 본질에 속한다는 것, 인식이 수동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능동적 활동이라는 것, 그리고 감성을 통해서 이념을 조망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이라는 슈타이너의 결론은 속속들이 괴테의 직관적 인식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이로써 괴테 세계관의 직관적이고도 초감각적인 인식론적 토대는 슈타이너 인지학의 정신과학적 기초가 된다. 


이 책의 결론은 슈타이너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예술 이론의 근간이 되는 통찰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인식이라는 정신 활동의 정립에서 예술적 창조로 이어지는 괴테 세계관의 현실화 과정을 꼼꼼하게 짚은 뒤, 슈타이너는 이렇게 단언한다. 

“예술은, 학문(과학)이 유한자 속에서 찾아내어 이념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무한자를 존재계로부터 취한 소재에 각인한다. 학문에서 이념으로 나타나는 것이 예술에서는 형상이다. … 학문에서는 외부로부터 지각된 소재가 자신의 본질과 이념만이 남겨지도록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야 할 것이라면, 예술의 산물에서는 그 소재가 잔존하는 가운데 소재의 고유성과 우연성이 예술적인 처치를 통해 완전히 극복되어야 한다. … 예술미에서는, 예술가가 자신의 정신을 각인하지 않은 어떤 것도 예술의 미 안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은 ‘어떻게’에 의해 극복되어야 한다.”

 

 

목차

 

2판 서문(1924년)
초판 서문(1886년)

A. 선결문제들
1. 출발점
2. 실러의 방법론에 따른 괴테의 학문
3. 학문의 과제

B. 경험 
4. 경험이라는 개념의 규명
5. 경험 내용에 대한 언급
6. 전체 경험에 대한 잘못된 파악의 교정
7. 독자의 경험에 호소함

C. 사유
8. 경험 안에서 이루어지는 고차적인 경험인 사유
9. 사유와 의식
10. 사유의 내적 본성

D. 학문
11. 사유와 지각 
12. 지성과 이성
13. 인식
14. 사물의 근거와 인식

E. 자연 인식
15. 무기無機 자연
16. 유기적 자연

F. 정신과학들
17. 서론: 정신과 자연
18. 심리학적 인식
19. 인간의 자유
20. 낙관론과 비관론

G. 결론
21. 인식과 예술적 창조

1886년 초판 주석
1924년 재판 주석
1960년 제6판 발행인의 주석

 

 

책속에서

 

P. 139~143 

우리는 자연 인식의 영역을 두루 섭렵했다. 유기체론은 자연과학에서 최상의 형식이다. 이 유기체론보다 상위에 있는 것이 정신과학들이다. 정신과학들이 인간 정신에게 요구하는 객체에 대한 태도는 자연과학들의 요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연과학에서 정신이 수행하는 역할은 보편적인 것이었다. 정신에 부과된 과제는 말하자면 세계 과정Weltprozeß 자체를 완결하라는 것이다. 정신이 결여된 채 현존했던 것은 현실의 반쪽일 따름이었고 모든 점에서 불완전했다. 그때 정신은 정신의 주관적인 개입 없이도 효력을 발휘할 현실의 가장 내적인 추동력을 현상으로 드러나는 현존이 되도록 했다.

 

인간이 정신적인 이해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감각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면, 비유기적인 자연 또한 인간에 못지 않게 자연법칙에 종속될 테지만, 자연법칙들은 결코 그렇게 현존하는 것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작용을 받는 것(감각 세계)을 지각하는 존재는 있을지언정 작용하는 것(내적 법칙성)을 지각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한갓 감각적 존재에 있어서는 자연의 외적 측면만이 현존하는 반면, 인간 정신 속에서 현상으로 드러나는 자연은 정말 본래적이고도 참된 형태다. 여기서 학문(과학)은 세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학문은 창조의 완결이다. 창조는 자연이 자기 자신과 나누는 토론이며, 이 토론이 인간 의식에 반영된다. 사유는 자연을 형성하는 과정의 최후에 나타나는 부분이다. 


정신과학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정신과학에서 우리의 의식은 정신적 내용 자체와 관계가 있다. 즉, 개별적인 인간 정신, 문화의 창조물인 문학,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학문적인 주장들, 예술의 창조들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것은 정신을 통해 파악된다. 여기서 현실 안에는 이미 관념적인 것, 합법칙적인 것이 들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의 합법칙성은 정신적인 이해 속에서 비로소 등장한다. 자연과학에서는 대상들에 관한 추사유의 결과인 것이, 정신과학에서는 정신에 이미 내재한다. 학문은 각기 다른 역할을 떠맡는다. 또한 본질은 이미 객체 속에서 학문 활동 없이도 현존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인간의 행위, 창조, 이념들이다. 이는 인간이 자기 자신과의 토론이자 인류와 나누는 토론이다. 여기서 학문은 자연에 대한 것과는 다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임무는 먼저 인간의 욕구로 다시금 등장한다. 자연의 현실에 관한 자연의 이념을 발견해야 할 필요성이 먼저 우리 정신의 욕구로서 등장하는 것처럼, 정신과학의 과제는 먼저 인간의 열망으로서 현존한다. 주관적인 욕구라고 알려지는 하나의 객관적인 사태가 다시금 존재한다.


인간은 비유기적인 자연의 본질과는 달리 외부의 규범들에 따라서, 즉 인간을 지배하는 법칙성에 따라서 다른 존재에 영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인간은 보편적인 유형의 개별 형식이 아닐 뿐더러, 자기 활동과 현존의 목적과 목표를 스스로 설정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행위들이 법칙의 결과라고 한다면, 이 법칙들은 그 자신이 스스로 설정한 것이어야 한다. 인간 자체가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들 사이에서, 그리고 국가와 역사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는 외면적인 규정으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통해서만 자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어떻게 세계라는 구조에 편입되는가는 전적으로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세계의 운행에 참여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해야만 한다. 여기서 정신과학들에게 과제가 주어진다. 인간은 정신세계를 알아야 그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부분을 규정할 수 있다. 이로부터 심리학, 민속학, 정신과학 등을 충족할 임무가 발생한다.


법칙과 활동이 분리되고, 활동이 법칙에 지배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자연의 본질이다. 이와 반대로 자유의 본질은 법칙과 활동 양자가 일치한다는 점이며, 작용하는 자가 작용 속에서 직접 살아 숨쉬고 작용 받는 자가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점이다. 


정신과학들은 따라서 비상한 의미에서 자유의 학문이다. 자유의 이념은 정신과학의 중심점, 정신과학을 지배하는 이념이어야 한다. 미학에 관한 실러의 편지들이 대단히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것은, 그것들이 미(아름다움)의 본질을 자유의 이념 속에서 발견하고자 했기 때문이며, 자유란 미를 관통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보편성 안에서, 즉 세계 전체 안에서 정신이 차지하는 위치는 개별자로서 정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위치에 지나지 않는다. 유기체론에서는 항상 보편자, 즉 유형 이념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하는 반면, 정신과학에서는 인격성의 이념이 확보되어야 한다. 보편성(유형)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념과 같은 것이 아니라 개별 존재(개체) 속에서 등장하는 이념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인격성의 이념에서 결정적인 것은 우연적인 개별적 인격성이거나 이러저러한 인격성이 아니라 인격성 자체다. 그러나 인격성 자체는 자신으로부터 출발하여 특수한 형태들로 전개되어 감각적인 현존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충분하며 자신 안에서 완결되어 있으며 자신 안에서 그 규정을 발견하는 것으로 존재한다. 


유형은 개체 속에서 비로소 현실화된다는 규정을 갖는다. 인격을 가진 개인die Person은 이미 관념적인 것으로서 실제로 자기 자신 안에 깃들여 있는 현존재를 획득하라는 규정을 갖는다. 보편적인 인류는 보편적인 자연법칙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연법칙에서는 특수한 것이 보편적인 것을 통해 조건 지어지지만, 인류라는 이념에서는 보편성이 특수한 것을 통 해서 조건 지어진다. 우리가 역사에서 보편법칙들을 찾아낸다면, 그 보편법칙들은 역사적인 인물들에 의해 목적과 이상으로 미리 정해진 한에서 보편법칙들이 된다. 이 점이 자연과 정신의 내적인 대립이다. 자연이 요구하는 학문은 제약된 것으로서 직접 주어진 것에서 제약하는 것으로서 정신 속에서 파악 가능한 것으로까지 상승하는 것이다. 정신이 요구하는 학문은 제약하는 것으로서의 주어진 것에서부터 제약된 것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특수한 것이 동시에 법칙을 정립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정신과학들의 성격이고, 법칙을 정립하는 역할이 보편적인 것에게 주어지는 것이 바로 자연과학이다.


자연과학에서는 통과지점으로서만 우리에게 가치 있는 특수한 것이, 정신과학에서는 유일하게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된다. 자연과학에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보편적인 것은, 정신과학들에서는 특수한 것에 관해 우리에게 해명할 경우에만 고찰의 대상이 된다.

 

 

옮긴이

 

박지용. 1988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입학, 동 대학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2011년 칸트의 “숭고론”을 주제로 박사학위 취득.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독일 뮌헨대학 유학. 2011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객원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다시 쓰는 서양 근대철학사』(오월의 봄, 2012),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에디투스, 근간)이 있음.

 

 

*

 

인지학포럼 9월 모임 안내

 

인지학포럼은 하반기에도 매달 열립니다.

 

9월 24일 화요일

 

10월 22일 화요일

 

11월 26일 화요일

 

모두 저녁 6시부터 8시 반까지 진행하며, 마포의 인지학센터에서 진행합니다.

 

9월 포럼의 발제자는 <괴테 세계관의 인식론적 기초>를 번역한 박지용 선생님입니다.

 

박지용 선생님은 칸트 전공자로서 칸트 인식론과 괴테 인식론, 나아가 슈타이너의 인식론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발도르프교육 100주년인 올해,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탐구하는 자리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만한 책으로 <괴테 세계관의 인식론적 기초>와 함께 <자유의 철학>, <철학 우주론 종교> 그리고 <철학 도해 사전>, <다시 쓰는 서양 근대 철학사>, <인식의 상처와 치유> 등을 권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