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1) 본문
* 사회 삼지성에 관한 중요한 저작으로 우도 헤르만스토르퍼 선생님의 글을 연속으로 올립니다. 이 글은 본래 행동하는 정신 제10호에 수록된 글로서 변종인 선생님이 번역하셨습니다. 원문과 비교하며 용어와 문장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원문은 아래의 사이트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http://www.sozialimpuls.info/Assets/PDF_Dateien/Herrmannstorfer-Individualitaet-1990.pdf
개인과 국가
Individualität und Staat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Dreigliederung des sozialen Organismus eine aktuelle Zeitforderung
우도 헤르만스토르퍼(Udo Herrmannstorfer)
인류가 처음으로 문명을 이루던 때, 인간은 사회적 집단(sozialer Verbände)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의 이익은 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어 왔다. 앞으로 인류발달은 집단 이익으로부터 개인의 해방과 개인의 욕구와 능력의 자유로운 발달을 이끌 것이다.
- 루돌프 슈타이너, <사회의 기본법칙> 중에서
현 상황
현재(1989년) 유럽의 전체 공산국가들은 극심한 사회구조 변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 경제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거의 강요받다시피 현 서구 사회형태인 민주적 시장경제 체제를 새로운 방안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외 경제원조는 현재 서구사회 형태에 더욱 더 다가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산사회의 몰락은 인류발전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이기도 하다. 서구사회를 무턱대고 뒤쫓는 것은 많은 나라들을 영원한 낙오병으로 떨어뜨릴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들에게 뭔가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창조적으로 잘 이용하면 과거의 고통 속에서 심오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다음에 다룰 내용은 새로운 사회 건설에 대한 대안이다.
서구에서도 새로운 사회건설 안을 시급히 찾아야 하지만, 동구권 나라들이 급격히 몰락해 가는 모습과 현재 서구사회의 번영이 눈을 가리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서구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옳은 말이다. 강 건너 불을 보는 듯한 서구의 현재 태도는 옳지 않다. 서구에서 이 방향에 대한 해답을 이미 얻어 실천하고 있었더라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사회상태가 말없이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권리에 대한 보장은 지구 위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헌법으로 분명히 규정하고 유엔에 가입할 때도 재차 확인하는 사항이다. 이 기본권은 누구라도 똑같이 보장을 받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법 앞에 누구나 동등하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상 하위 구별을 지으려면 개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생각, 세계관, 의사형성, 종교, 학문의 자유와 정보 청구권, 공공 생활권의 전제조건이 개인의 기본 권리 보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동시에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기본 인권 보장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만민에게 같은 자유를 누리게 하는 평등사회라면 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요구할 때 동시에 타인의 자유도 지켜 주어야 하고 사회의 일반과제도 함께 맡아야 하는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개인이 모여서 이루는 게 사회인데 이웃과 이루는 연대성 그리고 이웃사랑이 빠져있다면 인간다운 사회를 기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로(1989년) 200주년을 맞이하는 프랑스 혁명 당시 이상으로 내걸었던 자유, 평등, 박애는 인류발달의 전제조건일 뿐 아니라, 현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녀야 할 기본 마음가짐이다. 오늘날은 사회생활을 펼쳐 나갈 때 그리고 사회조직을 짤 때 현 사회상황을 잘 나타내 주는 몇 나라를 보기로 들어본다. 미국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려는 욕구를 당연하고 또 바람직한 이기주의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이런 이기주의가 국력의 밑거름이 된다고 개인을 부추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웨덴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문제를 국가가 거의 떠맡다시피 하는 전면적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했다. 그러나 국민의 모든 사회문제를 국가가 대신 맡아서 해결해 주려는 이 방안도 끝내는 최선의 방안이 되지 못했다. 국가가 제공하는 것을 별 노력 없이 받아들이는 소비성의 수동적 자세는 나중에 무기력, 무책임, 체념, 폭력,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국가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으로 국민들을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지는 자율국민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은 데서 온 것이다.
자라는 청소년에게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부모들이 청소년들을 일찍 자립치 못하게 막는 데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늦도록 자립을 방해받는 청소년들은 자기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아주 놓쳐 버리거나 부모의 의사를 거역해서라도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사실 어떤 인생경험은 자립하기 전에는 결코 쌓을 수가 없지 않은가? 국가가 아무리 뛰어난 사회보장제도를 갖고 국민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 준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삶의 역동을 억누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구권 사회국가에서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공산당이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봉쇄하고 모든 일을 국가의 이름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개인은 점점 위축되어 나중에는 아예 인식할 수 없는 존재까지 되어 버렸다. 서구에서는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한 국가 문제로 등장한 것과는 반대로 동구권에서는 경제를 공산주의 사상에 부자연스럽게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 꼴로 만들어 버렸다.
이런 억압정책은 마침내 국민들의 반감을 사서 독재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국가의 감시감독으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묶여 있던 영역은 다음의 두 영역이다.
1. 정신/문화/교육 영역 : 집권당 정책에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시민을 만들기 위해 또는 집권당 장기집권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교육정책, 나라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 인간성까지 착취하는 스포츠 육성정책, 집권당 찬양에 주로 동원됐던 문화예술 정책, 종교탄압, 자유의사 발표 봉쇄 따위의 보기를 들 수 있다. 이 영역에 국가 개입이 중단되고 자율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진정한 인간사회 형성은 공산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건 어렵다.
2. 경제 영역 : 공산당원이 운영간부직을 맡고 국가 경제정책에 따라 가격, 고용수준, 임금, 주차, 이익 따위를 일방적으로 설정한 결과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완전히 잃고 경제의 전면마비를 불러 일으켰다. 국가의 경제영역에 대한 감시, 감독 중단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국민들이 한결같이 주장했다.
앞서 살펴본 두 영역에서 일어난 결과를 보면 국가는 국가의 본래 영역인 법 영역에서 스스로 한계를 그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자유로운 정신, 문화, 교육 영역 그리고 국민생활 필수품 욕구충족이 원래 과제인 경제 영역의 자율 그리고 준법정신에 따르는 공정한 민주국가 - 이런 사회구조 삼지성이 그 동안 공산치하에서 고통스럽게 살며 저항했던 결실이어야 하지 않을까?
1차세계대전이 끝난 뒤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혼란에 빠진 인류사회를 구할 수 있는 대책을 묻는 사람들에게 앞서 말한 사회구조 삼지성 안을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사회구조 삼지성 안을 실천에 옮기면 국가 권력은 자연히 줄어들고 개인이 스스로 맡는 사회발전에 대한 책임은 늘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그 당시 이미 국가권력 장악을 포기하지 못했던 독일 민주노선의 반대를 받았다. 그 결과 14년이 지난 뒤 독일은 히틀러의 국가사회당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공산노선에서도 간부층의 권력축소를 뜻하는 이 삼지성 안은 거부당했다. 70년이 지난 뒤 공산정권의 몰락으로 결론이 났지만 이런 지난날의 교훈을 돌이켜보면 국가 권력 분산은 예나 오늘이나 마찬가지로 심각하고 급박한 이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다.
'인지학 > 사회삼원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5) (0) | 2018.02.12 |
---|---|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4) (0) | 2018.02.09 |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3) (0) | 2018.02.07 |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2) (0) | 2018.02.03 |
신생 발도르프 학교를 위한 가이드 (0) | 2016.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