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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사상연구소 : 평화의 춤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5) 본문

인지학/사회삼원론

개인과 국가 -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 유기체의 삼지성 (5)

슈타이너사상연구소 2018. 2. 12. 11:39

시장경제의 주장

 

지난 20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시장경제는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올렸을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뛰어난 경제 발전을 이룩하게 했고, 그 결과 많은 생필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인간의 이기주의가 경제 활동의 원동력이란 철학이 발생했다. 분업을 통한 상호협동과 이기주의는 다양한 모순을 빚어냈다. 타인을 위한 생산과 자신을 위한 영리 추구 사이에서 경제 자체는 전 사회의 발전을 위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순, 소비자는 싸게 사려하고 생산자는 비싸게 팔려는 모순들이다. 이런 모순 가운데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려면 시장을 개인들에게 맡겨서는 안 되고 다른 고차적 수단을 끌어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고차적 수단이란 바로 수학적 객관성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형성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을 부채질해 최대한의 이익을 미끼로 최고의 개인노력을 이끌어낸 다음 이를 다시 경쟁에 붙여서 가격을 낮추는 경제체제를 생각해낸 것이다. 이 시장경제 체제는 모든 사람이 다음 조건을 따라줄 때에 가능하다.

 

모든 사람은 할 수 있는 한 많은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 (이기주의가 생산자나 소비자 구별 없이 단 하나의 경제활동 동기가 된다.)

가격은 오직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로 정해진다. 생산자나 소비자의 개인사정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누구라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판매수익의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될 수 있는 대로 널리 알린다.

한 품목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많을수록 경쟁이 서로 치열해진다.

누구도 사전에 다른 사람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이 이 조건들을 지키면 오랫동안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낮은 가격은 많은 사람이 구매를 가능케 하므로 사회적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다 보면 이기주의자가 자선가로 탈바꿈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진다. 시장경제주의자들은 사회정의 실현에 대해선 관심이 조금도 없다. 수익성에 따라 생산요소가 움직이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시장경제 역시 해결하기 힘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환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 극심한 빈부차이, 후진국가의 지속적인 빈곤, 자연환경 파괴, 자원고갈 등이다 이런 문제들은 끝내 국가의 경제 영역간섭을 불러들이고 이로 말미암아 순수시장 경제도 사라져 버렸다.

 

요즈음 정치가들과 실업가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경제문제를 푸느라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지만 이 사람들이 정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정책을 찾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쪽에선 책임감과 연대성을 요구하지만 다른 쪽에선 끊임없이 이기심을 부추겨대니 그 가운데 끼여 있는 국민들만 죽을 노릇이다.

 


사고 팔수 없는 생산요소

 

상품이나 아이디어 또는 3차 산업 영역이 시장경제에서 거래될 수 있고 또 거래되어야 하겠지만 시장의 개념을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자본에까지 확대한 것은 무거운 과실이었다. 노동, 토지, 자본의 매매는 여러 방면에서 인간을 노예로 구속시키기 때문이다. 노동이 값으로 매겨지면 사람이 상품처럼 경제의 한 대상이 되어버린다. 사고 팔 수 있는 것은 노동으로 나온 결과이지, 노동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을 한 대가는 공동으로 생산하고 판매한 상품에 대한, 또는 공동으로 이룬 일에 대한 할당 권력이지 임금으로 환산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직접 만들어내지 않은 토지에 대한 권리는 사회로부터 빌린 임시 사용권이지 소유권은 아니다. 그러므로 토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사용할 사람에게 마땅히 넘겨야 할 일이다. 토지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때도 자기가 넘겨받을 때와 같은 조건으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새로 토지를 구입하는 사람이 전 소유자에게 웃돈을 얹어 주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면 새로 토지를 구입하는 사람은 나쁜 조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토지로 일을 하지 않는 자의 수익까지 짊어져야 하는 억울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땅을 사고 팔아 가만히 앉아서 이득을 본다든지, 이자놀음을 하는 것은 사회전반에 해악을 끼친다. 토지가격이 자꾸 치솟으면 파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으나, 사는 사람이 그 토지를 이용할 때 높은 구입 대금과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면 토지를 이용하려는 마음조차 갖기 힘들다.


생산수단과 돈도 앞에 든 예와 비슷한 원리를 갖고 있다. 둘 다 사용권이지 소유권이 아니다. 어떤 사업체를 종사원까지 다 합쳐서 사고 팔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비인간적이며 반사회적이다. 사고 팔 수 있는 것은 물건이지 사람은 결코 아니다. 사업체를 넘겨 줄때도 토지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 사업체를 이끌고 갈 사람 또는 단체가 전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매권인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만든 다음 그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져야지, 돈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이나 생산수단 그리고 생산요소를 사고 파는 것은 인간의 권리를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 권리는 물건처럼 가격으로 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부리는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생산요소의 불매매성(사고 팔 수 없음)과 웃돈을 얹지 않는 사용권 이전은 현 사회가 시급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몇몇 특정인에게 뒷덜미를 잡히는 현대판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생산수단을 직접 관련된 사회단체의 공동소유로 두지 않고 사유재산으로 만들면 이는 도적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 사용권 이전이 잘 지켜지도록 되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든지 현재 직접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의 임시 소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임시 소유대상을 잘 이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감독은 국가가 아니고 관할 전문기구가 맡아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권력에 기대어 이루어졌던 공동체 사회를 해치는 요소들이 제거되면 여러 권리관계가 새로운 질서를 찾게 될 것이다. 사업에 관한 새로운 사회법, 새로운 토지법, 새로운 화폐질서....... 이런 새로운 사회질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세부 시행안은 여기서 한꺼번에 다 다룰 수는 없으나 앞으로 함께 연구를 해 보면 좋은 안이 많이 나오리라 믿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반론

 

사회주의는 초기 시장경제의 비-정당성을 매섭게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 및 경쟁경제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던 사업가들의 차디찬 비인간성을 지적하며 이런 경제체제로는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공산당이 권력으로 사업의욕과 자유를 송두리째 뺏고 생산수단을 완전 국유화시키고 또 생산품에 대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한 것 또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볼 수 있다. 사회주의는 차가운 비인간성을 불러일으키는 시장경제 대신에 과학적 이성으로 사회정의를 실현코자 했다. 개인은 전체사회의 복잡한 상황을 굽어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개인을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중앙집약경제 또는 계획경제가 생겨났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인권익의 충돌이나 정당의 정치적 관심이 경제 보다 더 중요했다. 책상 위에서 세운 경제계획이 겉보기에 치밀하고 완전할수록 개인의 경제 계획은 경제상황과 가격에 대한 무지로 실제 사회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졌고, 다만 형식적 사무절차로 변해버렸다.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가 전혀 없는 경제 계획의 목표 설정으로 개인은 일할 의욕조차 잃었으며 강제 의무이행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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